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겨울비 협주곡

붓꽃 에스프리 2008. 1. 27. 23:48

Pablo Picasso -   First Communion, 1886

 

며칠째 시도 때도 없이 추적이며 내리는 겨울 비

아득한 기억 저편에 서성이는 유년으로 손을 잡아 끌고 가

지붕 처마 밑에 떨어지는 낙숫물 연가를 들려준다.

 

그리움 또한 그렇듯 낙숫물이 되어 영혼의 창을 타고 내리고

눈부신 햇살 잠시 아침나절 젖은 대지를 말려주고

어둠이 내리니 겨울 비에 젖어 다시 무너져 내리는

텅 빈 거리에는 가로등만이 홀로 꾸벅 꾸벅 졸고 있지

 

인생이란 쪽 방 하나 얻어 잠시 살다가는 세간 살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피 튀기며 뭉개고 치고 박고

짓밟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확인사살을 하여야

기어코 직성이 풀리는 죽고 죽이며 살아가는 세상이란

이름 위에 인생도 명품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속이고

속고 살아가는 세상 불륜이 또한 넘쳐나는 세상이란

벌건 대낮의 후미진 그 외 길문명이란 이름의 현대인

 

후미진 그 외길 끝자락에 너와집 한 채 짖고

언덕바지 돌밭에 작은 채마 밭 하나 만들어 놓고

뒤란으로 돌아가 담장 밑에는 옥수수 몇 그루 심고

먼지 풀풀 나는 봉당은 싸리나무로 만든 빗자루로

말끔히 치우고 뜨락 밑에 누렁이 한 마리 기르고

구멍 난 창호지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머금으며

다 낡고 누렇게 색 바랜 시집 한 권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읽고 슈만의 연가곡 <호두나무 아래>

너는 듣는 거야

 

세상이 명품이란 이름으로 인생이란 유리병을 치장하고

성형수술을 하는 동안 너는 알게 될 거야 그 모든 것이

인생이란 외길 그 끝자락에서 그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그리고 부서지기 쉽고 깨지기 쉬운 부질없는 존재임을….

하염없이 겨울 비가 내리는 동안 슈만의 연가 곡들의

동굴 밖에서는 다들 외로움에 한 순간 빠져 허우적대고

길과 해답을 찾아 헤매고 있는 동안 유통기한 없는

영혼이 맑고 고운 백설기 같이 달콤한 맛을 지닌

시를 너는 읽게 되고 시어 하나에 전율하고 감동하며

때론 죽음보다 더한 고뇌와 외로움과 고독의 거리를

산책하게 될거야 …………

 

그럴때 너는 슈만, 모찰트, 말러 그들의 어깨에 기대어서

한잔의 헤이즐 넛 커피를 너는 푹 쉬며 마시는 거야.

카푸치노 거품 같은 인생과 행복이 뭔데……

 

행복 그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어 그리고 생각하기에

달렸지겨울비가 창밖에는 내리고…………

 

흐르는 곡은 벨리니의 Opera '청교도' 중...

"A te O cara (그대, 오 사랑하는이여)"

Tenor - 루치아노 파바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