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그 아이 J 그리고 상처

붓꽃 에스프리 2008. 1. 5. 07:43

 

Fantin-Latour, Henri - Roses(루브르 미술관 소장)

 

 

인간이 출생이란 신비와 축복으로 존재하는 가치라면 좋은 부모와 가정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때론 건전한 가정과 사회를 위하여서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일이다.

 

21세의 대학졸업반 그 아이를 우연히 직장에서 만난 것은 2 - 3주전 그리고 J

새해벽두에 조용히 보스턴으로 떠났다. 어느 날 우연히 미국태생인 2J

손에 들린 책 제목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 아이의 손에 들린 책은 다름아닌

니이체가 쓴 <선과 악 그리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었고 우연히

대화가 시작되었다. 대화에서 알게 된 사실은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이란

사실이었고 그 상처를 준 당사자는 다름아닌 아버지란 사실이었다.

 

귄위주의적인 아버지의 우격다짐과 때론 언어폭력 그리고 물리적인 협박을 가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싫어 아버지와 집을 뒤로하고 일찍 기숙사가 있는 학부로

떠났다는 사실을 그 아이의 고백에서 알게 되었다. 사소한 작은 일에도 늘 화를

먼저 내는 아버지 그리고 아들을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여서 아들의

자유의지와는 관계없이 우격다짐으로 억누르려고 하는 아버지의 모습 등은

한 젊음을 상처와 대화의 단절이란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내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 그런 자기독백을 통하여 아픔과 상처를 토해내는 젊음을 바라보며 인간적인

깊은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화 중에 느낀 것은 많은 경우 부모님들이

부모 노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자식은 자신들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보상심리로 자식들을 정신적으로 또한 상처와 정신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내가 못한 공부

내가 못 누린 물질의 풍요 즉 부자가 되는 것 그럼으로 뼈가 빠지게 돈을 악착같이

벌어서 자식들을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보내고 뒷바라지를 함으로서 부모의 의무를

다하고 사랑을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세대가 다르고 태어나고 자라난 문화가

다른 자식들에 대한 부모란 이름의 입장과 자식 사이에 사랑과 대화법에 있어서

바람직한 인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많은 경우 우리들 자식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의 풍요이전에 따듯한 한마디의 말과

부모자식 사이에 주고받는 감정표현이란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요소를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한 젊음을 통하여서 다시 깨닫고 절실하게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모로서 어떻게 감정표현을 하고

부모로서 어떻게 자식을 사랑하고

부모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는 길인지를

인식을 못하고 있다. 내가 못한 공부 너는 하여야 하고 내가 못간 명문대

너는 가야하고 내가 못한 전공 너는 하여야 하고 이 모두가 보상심리가

아닐 수가 없다. 자식이란 부모들이 성취하지 못한 인생의 목표를 대신

성취하여야 하는 도구가 아니다. 자식에게는 자식만의 가치관과 생각과

의지가 근본적으로 한 인격체로서 갖고 있다.

 

감정표현에 지극히 인색한 한국문화 더 나아가서 유교적인 동양사상이

서양에서 출생하여 살아가는 자녀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물며 한국에서 출생하여 유년기를 보내고 서양문화에서

더 많은 인생의 여정을 보내고 교육받은 우리 같은 사람들도 많은 경우

한국인이란 이름 앞에 깊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감정표현과 인식의 차이로

갈등을 빗는데 하물며 2세인 한 젊음이 부모자식간에 겪는 문화적인 코드와

인식의 차이와 가정환경으로 겪는 갈등과 번민이 어찌 크다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싶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관계정립이 아버지와 어머니란 이름 하에 우격다짐으로

정립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Henri Fantin-Latour - Roses in a Glass Vase, 1890, Museum of Fine Arts, Boston

 

카운셀링의 첫 번째 황금률이라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청취자가

되는 것이지 이렇게 하여라 저렇게 하여라 명령하달과 지시사항을 하는 일이

첫 번째 순서는 절대로 아니다. 즉 자식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들어주며

따듯한 시선과 마음으로 감싸고 돌보아주는 것이 우리 모두가 부모로서

하여야 하는 일이다.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우격다짐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갈등만 커지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간격만 멀어질 뿐이다.

 

우리의 자식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따듯한 관심과 배려와 사랑을 먹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 또한 사랑을

할 줄도 나눌 줄도 모른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다.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J와의 대화에서 발견한 사실은 아버지와 고모는 어머니가 다른 형제로서

아버지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그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성장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며 그럼으로 J 아버지 또한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그런 아버지나 너 또한 상처받은 영혼이라면 아버지 또한

불쌍한 사람으로서 희생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고 한국문화에서 성장한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니 희생자라고 생각을 할 수

조차도 없다고 자기주장을 편다.

 

도무지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조차도 자기는 모른다는 것이다.

왜냐면 받아 본적이 없기에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라든가 한번

따듯한 포옹을 아버지로부터 받아보았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기에 그런 감정 조차도 어떤 것인지 모른다는 고백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니이체를 읽는 J 그것은 졸업논문을 쓰기 위하여 정독을 하고 있다며

니이체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염세주의자가 절대로 아니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가령 나는 간밤에 내방에 들어가면서 문을 닫았어 조용히 혼자 있고 싶었어.”

그런데 그때 우리 아빠는 말이지 소리를 지르면서 왜 그렇게 문을 닫느냐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하는 거야. 안돼 나를 자기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고

자기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하라는 대로 안 하면 언어폭력과

때론 협박에 때리기도 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아파서 1년간 휴학을 할 때도

꾀병 부린다며 몰아 부치고 야단을 치고 말도 못하였지. 나는 그 모든 상처를

잊을 수가 없어. 그리고 돈만 벌어서 주면 부모로서 다 하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나 내가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야.

 

따듯한 마음과 관심과 사랑이지 물질이 전부가 아니야.

솔직히 나는 몰라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받아 본적이 없어 모른다고 이제 졸업과 동시에 나는 아빠의 영향권에서

영원히 떠나려고 해. 아마 아프다면 아버지와 자식이란 관계 때문에 한번쯤

찾아가 볼지는 모르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J,

맞아 사랑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물론 어떻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지도 모르고

상처를 받은 사람은 다시 다음 세대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의외로

통계상 많지. 그러나 너만은 반복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

네가 상처를 받았기에 너는 그 아픔을 극복하고 좋은 가정을 이루어서

좋은 부모 노릇을 하여야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아니면 우리가

고등교육을 받을 이유란 없지.

 

그리고 너는 세상에서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누군가는 세상에서 너의 상처받은 영혼을 감싸주고 토해내는 아픔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들도 있지. 분명히 좋은 사람들도 많아. 가령 나 같은

경우도 말이지 우리 파파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이야.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일생 동안 많이 받고 자랐어. 우리 파파는 늘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셨고 내가 하소연을 하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시고 나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하여주시곤 하였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렇기에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다 생각하지.

 

어때 그래도 좀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아?

누군가에게 너의 아픔을 토해냈다는 사실에………….

음 그런 것도 같아………….

 

그리고 몇 일이 흘러갔다.

드디어 J가 떠나가는 날이 임박하였다.

 

J, 언제 가니….

내일 아침에………

그래 언제고 네 마음이 답답하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하소연하고 싶으면 이 도시에 오면 연락해 늘 이곳에 있으니 전화를

하든지 알았지.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누군가는 너의 아픔을 헤아릴 수도

있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날 오후 어느

중년이 직장을 찾아 왔다. 얼핏 스쳐가는 첫인상이 J와 얼굴이 닮아 보이는

것이 직감으로 J 아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J

나를 찾아와 부탁을 하는 데 그가 다가와 차가운 말씨로 낙시 바늘로

낡아 채듯이 말을 투박하게 J에게 화난 음성으로 무슨 말을 하느냐며

다그치는 것이 아닌 가.

 

순간 J가 부탁할 일이 있어서 말을 하는 것이고 전에도 이 사람하고 말을

한적이 있다며 답변을 하니 한 발짝 물러서서 그 중년의 사내가 저만치

가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알아들을까 말까 한 낮은 음성으로 너의 아빠니

영어로 물어보니 그렇단다. 그리고 J는 떠나갔다.

 

떠나기 전에 그 아이가 자기 아빠의 이복여동생과 전화로 나눈 대화의

하나는 엿들으려고 하여서 들은 것이 아닌 근무처에서 나누는 들려오는

전화내역은 이번 6월 학부졸업 때 자기엄마를 초청을 할 것인데 아빠는

아닐 것이라고 대화를 하며 졸업식도 아주 우습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깨달은 것은 부모가 이혼한 가정의 자녀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J가 전화로 나누는 대화 중에 하나는 결국 아빠는 후회하게

될 것이란다. 왜냐면 결국 자기는 아빠의 곁을 떠날 것이고 관계를 단절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아빠는 자기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란 결론이다.

 

우리 자녀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물질의 풍요가 아닌 진정으로

따듯하고 애정 어린 관심과 시각과 사랑이 담긴 한 마디의 생명수 같은

위로와 말이며 사랑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따듯한 관심과 사랑에 배고파

하고 있다. 자식들이 필요로 하는 학비나 물질의 보상으로 부모의 책임을

다 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론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모른다.

 

우리들의 자녀들은 따듯한 말 한마디 사랑한다는 말과 따듯한 등 토닥임과

포옹과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귀담아 들어주는

일이다. 더 쉽게 말을 하면 좋은 그들의 내면적인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때로는 안기고 싶어도 안길 아빠나 엄마의 가슴이 없는 상처받은 영혼들이

우리주변에는 얼마나 많던가....한번쯤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은 상처받은

영혼들을 겨울비 내리는 어둠이 내린 초저녁에 생각하여본다. 

 

상처받은 영혼이란 화두 위에 J를 생각하며 참으로 마음이 아픈 지나간

잠시 동안의 시간들 이었다. 그 아이의 밝은 미래와 행복을 빌어본다,

 

67세 되신 젊은 노인이라면 귀를 잡아당기며 야단을 치시는 귀한 인연이신

분의 채근으로 산을 오르고 난 어제의 시간을 뒤로하고 나니 오늘은

겨울비가 내리고 달갑지 않은 선물로 감기가 다시 찾아와 밤새도록

마른 기침으로 목이 칼칼하고 이건 영 아니다 싶은 날 봄은 아직도 멀었다.

 

 

Fantin-Latour, Henri - Roses and Lilies, 1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