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올 봄 날씨는 왜 이런지 도무지 종을 잡을 수가 없다.
눈을 뜨고 창 밖을 보니 눈이 부시다 못해 찬연하다.
수요일 퇴근을 하고 돌아오니 이메일 한 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밤늦게라도 좋으니 연락을 주기를 바란다는 중요한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두 분의 위에 어른에게 이 밤에 어찌 연락을 취하며 의견을 여쭈어볼지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랴 부랴 이메일을 써서 수신을 할 도리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싶어 보내고 난 후 시계를 아침 8시 반에 맞추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부시시 뜨고 보니 먼동이 벌써 창가에 다가와 아침을 열고 있지 않은가.
일단 세면을 하고 수화기를 돌려 빠리에서 오신 손님이 머물고 계신 먼 곳으로
전화를 하니 신호가 몇 번 울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불어 액센트가 잔뜩 담긴
영어의 헬로우를 듣는 순간 빠리에서 오신 그리운 누님의 음성이 맞다 싶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영어 액센트가 다르듯이 불어를 하는 분의 영어 억양
또 엄청 다르다. 불어는 역시나 아주 억양이 감미롭고 부드럽다 하겠다. 사정말씀을
드리고 두 분의 위에 어른을 뵙고 가셔야 할 것 같다 말씀 드린 후 곧 바로 다운
언더로 그 다음은 업타운으로 전화연락을 드리니 업타운 사시는 어른께서 전화를
하니 불통이라며 왼 일이냐 하신다.
사정상 전화번호를 바꾸었고 비공개 되어 있는 전화번호라 이쪽에서 전화번호를
건네주지 않는 한은 전화를 상대편에서 할 수도 없고 전화국에서 찾아 낼 수도
없노라 하고 새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고 곧바로 다시 다운 언더로 타전을 하고
오시는 길에 빠리의 손님을 모시고 약속한 호텔 커휘샵으로 오시기로 약속을 하고
반시간 일찍 나가니 이게 왼 일 제일 윗 어른이 먼저 와서 기다리시고 계시지 않은가.
언제나 먼저 상대를 기다리시는 어른의 인자하신 모습이란 마치 자상한
아버지 한 분을 옆에 모시고 있는 느낌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위에
어른이시면서도 보통 나이 드신 한국 분들과는 다르게 매너와 예의법도에 있어서
언제나 타에 모범이 되시는 인격 높으신 어른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아래
사람한테 반말을 하시는 법이 없으시다.
누구에게든 존댓말을 사용하시며 노후의 은퇴 생활을 뜻있는 분들과 함께 뜻을
합하여 장학금을 매년 모아 만주에 거주하는 우리 선열들의 자손들로서 손주 같은
조선족 청소년들에게 매년 보내시는 일은 물론 조용히 침묵으로 다른
사회봉사활동도 매주 끊임없이 꾸준히 하시고 주일이면 신앙생활 올바르게
언행의 일치로 말씀을 실천으로 옮기며 살아가시는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시는
귀한 분이시다.
빈센트 밴 고흐의 구두를 연상케하는 만큼의 깊은 감동을 안겨준
인생의 스승이신 어른의 스니커 작품으로 담아내고 싶다.
아니 그럴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 갔을까 어르신 전화로 전화가 온다.
교통체증으로 오는 길이 막혀서 좀 늦어질 것 같다는 빠리에서 오신 손님이신
누님을 모시고 오시는 다운 언더에 사시는 위에 분의 전갈이다. 세상사람 다 갖고
다니는 손 전화를 아직도 필요치 않아 사용하지 않는 원시인 같은 붓꽃이다.
서너 번 전화가 온후 드디어 두 분이 저만치 걸어 들어오고 계시지 않은가.
일생을 하나의 외길 그 험한 예술의 길을 걸어오신 누님이 저만치 오시고 계신
것이다. 벌써 만나 뵙고 발길을 돌려 돌아 온지가 만 2년이 되어간다.
일단 점심시간도 넘었고 모두들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호텔 구내식당으로
자리를 정하고 제일 막내인 나는 제일 위에 어른께서 늘 들고 다니시는 가방을
들고 뒤를 쫓아가 식당 창가에 자리한 테이블로 자리를 정하고 비로서 만남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시는 동안 오늘은 어른들
대화만 경청하는 것이 옳다 싶었다. 3대 1로 한쪽은 한국계 미국인들이고 다른
한쪽은 한국계 프랑스인이 앉아서 한국인의 후손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서로간에
그리움의 정을 나누는 귀한 시간 도무지 날씨가 시간 사이로 흐리고 먼지바람불고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오고 우박이 내리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기온이란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겠다.
식사를 맞추고 다시 자리를 옮겨 못다한 이야기와 그리움을 한 잔의 찻잔과
커피잔 위에 담고 담아내던 시간 시계를 보니 아버지 같으신 제일 위에 어른이
손주들 하교 길에 데리러 가실 시간이 되어 어서 떠나시라고 아쉽지만 채근을
하여 모두들 가시는 어른 배웅하여드리고 그리고 빠리에서 오신 누님을 모시고
다운 언더에 사시는 어른은 다시 먼 길을 떠나시고 돌아온 길 그리움이 무엇인지
다음날인 오늘 빠리로 돌아가신 누님을 추억하며 잘하면 올 가을에 다시 만나
뵈올 것을 기약하고 떠나 보내드렸다. 그리움은 이런 것일까…
물고기, 1995년, 여의도 한화증권
언제나 만나면 반갑고 뒤돌아서면 아쉽고 다시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것…
인간관계란 결국에는 원하든 원치 않든 유유상종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세월의 성상을 쌓으면서 더욱 더 그런 측면에서 강해지면 강해지지
약해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뿐인가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의 아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죽음이란 막다른 골목에 맞닥트려 떠나고 정신도 몸도 열정도
점차로 쇠잔하여가고 식어가 행동반경도 은퇴와 더불어 좁아져 가는 경우가
절대 다수다.
동시에 숫자보다는 진정으로 마음을 주고 받고 대화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대상 즉 양보다 질을 따지는 관계정립을 많은 경우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
때로는 배우자도 죽고 홀로 되는 경우도 가면서 얼마든지 발생 가능한 일이기에
현대인들은 군중 속에 그 어느 때보다도 고독과 외로움 속에 진정한 마음의 벗
즉 영혼을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인생의 벗을 원한다. 지속적이며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관심과 애틋한 마음으로 우정과 사랑을 주고받는 하루살이가
아닌 배려와 이해와 사랑으로 함께하는 그런 진솔한 대상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예전처럼 이웃사촌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열쇠와 손 전화에 매달려 사는 시대 컴퓨러로 소식을 주고 받아 애틋한 친필로
마음과 사랑을 담아 편지를 써서 부치고 그 편지를 모아 두었다가 읽고 하는
그런 시대는 이미 과거지사가 되고만 시대에 우리는 살며 정서적으로 상당히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아름다운 인간관계의 선결조건은 무엇보다 서로에 대하여서 정직하며 진솔하고
사심이나 이해관계가 없어야 하며 하루살이 같은 가벼움이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이거나 지나친 자기중심적이거나 편파적인 사고가 아니어야 한다.
다음으로 서로에 대한 깊고 지속적인 관심표명이 늘 푸르게 살아 있어야 한다.
또한 말과 행동의 일치와 존경심과 사랑하는 마음과 이해와 깊은 배려가
수반되어야 한다. 어떤 인간관계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이해관계가 아니어도
따듯한 관심과 배려와 이해와 사랑하는 마음은 늘 변함없이 지속될 때에 감동은
생기는 것이라면 그 감동의 벅참은 더 큰 감동으로 다시 충분히 전해져 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까울수록 서로간에 지켜야 할 매너와 에티켓과 예의범절은
더욱더 소중하다. 존경과 진정한 사랑은 경외하는 마음이라면 동시에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편한 감정과 언행만큼 또한 역으로 어려워할 줄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사랑하거나 존경의 대상이 되는 지엄한 아버지 어머니 스승이나
벗이나 인생을 먼저 지혜롭게 살아가신 분들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가정에서 지엄하신 아버지의 말씀 한 마디는 곧 법이란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삼강오륜과 도덕경을 지고한 마음으로 학습하고 배우던 시절 오늘날
같이 패륜이 들끓는 시대가 아닌 지엄한 시대 물론 문명과 세월은 또한 세상은
바뀌어 가고 있고 세대도 변하고 있씀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근본은 바뀌지
않는 다고 생각한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먹는 음식문화와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를 뿐 근본적인 옳고 그름의 가치관은 동서양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옳지 않은 것은 동서양에 관계없이 옳지 않은 것이다.
늘 변함없는 순수한 마음과 영혼으로 말을 아끼고 정직하고 선을 추구하며
인간적인 참된 삶의 가치와 일상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영혼들과
이웃들은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영혼의 둥지요 피난처요 커다란
위로다. 마음과 영혼의 순수와 이지와 지성은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으로서
인간적인 덕목을 쌓고 진정한 인생의 참된 벗을 가슴과 영혼 깊은 곳에
담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소중한 요소의 하나가 된다.
사랑하라 진솔한 마음과 정직과 무거운 입과 따듯한 가슴으로 곧 그것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이다. 먼 곳에서 오신 손님 그리고 인생을
먼저 지혜롭고 올바르고 진솔하게 따듯한 가슴으로 살아가시는 위에
어른들을 재회하면서 다시 깊이 성찰하며 느낀 감사의 조건들이다.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의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A Te, O Cara - Arturo's aria from I Puritani
A te, o cara, amor talora
Mi guido furtivo e in pianto;
Or mi guida a te d'accanto
Tra la gioia e l'esultar.
Al brillar di si bell'ora,
Se rammento il mio tormento
Si raddoppia il mio contento,
M'e piu caro il palpitar.
To you, oh dear one, love at times
lead me furtively and in tears;
now it guides me to your side
in joy and exultation.
At the radiance of such a beautiful hour
if I renew my torment,
it redoubles my happiness,
'tis more dear the (heart's) beating.
그대, 오 사랑하는 이여, 사랑은 때로
은밀한 슬픔 속으로 나를 이끌지만;
지금은 기쁨과 환희로
그대 곁으로 인도하는군요.
이 아름다운 시간의 광채 속에서,
나의 고통을 다시 생각하면
그것은 나의 행복을 더해 준다오,
더욱 귀한 것이라오, 이 (가슴의)두근거림은....
Luciano Pavarotti, Arleen Auger, Reid Bunger, Herbert Lackner
Wiener Cho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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