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하얀 밤 한잔의 커피와 미세레레(Miserere)

붓꽃 에스프리 2008. 6. 6. 22:46

 Allegri Miserere 표지

 

님과 방문자분들 모두 한번씩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곡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아래는 미세레레(Miserere) 1부 URL 주소임

http://www.youtube.com/watch?v=x71jgMx0Mxc

 

커피 하면 일반적인 상식으로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중에 아침이나

주로 낮 시간을 떠올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커피를 한밤이

되어서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도 커피와는 무관하게 아무 때고

잠이 들고 싶으면 잠을 잘 수 있는 사람, 붓꽃이 그렇다.

 

요즘 몇 일 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명제를 참 많이 생각하였다.

꽃보다 아름다운 노인이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보게 되면 누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전에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감동의 물결로 영혼이 출렁인다.

 

가만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처신하는 모습이나 손짓하나 발걸음 하나

사용하는 어투나 어휘나 얼굴표정만으로도 상대가 어떤 사람이며 그가

평상시 어떻게 살았었고 살아왔는지 가슴에 그 느낌이 잔잔하게 전해져

온다 하겠다. 사람은 참으로 자신의 과거를 속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든 일생 동안 살아온 환경과 과정 그리고 그 과정과 환경

속에서 형성된 한 인간의 모습과 정신세계 기본바탕의 본질이 그림으로

그려진다. 80대 말이나 90초반은 되셨을 한국인 할아버지 한 분을

정황상 만나게 되었다. 늙으셔서 이제는 몸의 근육도 풀어졌고 신장은

족히 1m 72cm 정도는 되실듯하고 아주 조용하시고 깔끔하시고

단아하시고 귀도 밝으시고 어찌나 총기가 맑으신지 모른다.

 

또한 말씀마다 연세에도 불구하시고 늘 존댓말을 누구든지 상대에게 하시는

할아버지 하도 겸손하시며 점잖으시고 워낙 말씀이 적으시고 조용히 이어폰

꽂고 음악을 들으시고 라디오 청취나 티비 시청을 하실 정도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하시지를 않는다.

 

외람된 표현이지만 얼마나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애틋하며 천사 같으신지

귀여우시다는 생각이 송구스럽게도 들 정도이다. 어제는 할아버지를

만나 귀에다 대고 낮은 톤으로 할아버지, 저도 좀더 나이가 들면

할아버지처럼 늙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참 아름다우세요말씀 드리니

감사합니다.” 하신다. 늘 기독교 성경에서 말하는 천사는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상에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는 숭고한 정신과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거나 목격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진정 영혼뿐이 아니라 언행과 행동양식에서 우리를 잔잔하나 깊은

감동으로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천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저런 사람들이 천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자신에게

반문을 할 때가 있다. 그런가 하면 타인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자기욕심만 채우기 위하여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하고

뻔한 거짓말을 위기를 모면하려고 당사자를 앞에다 세워놓고 까마귀

고기라도 먹은 것처럼 세치 혀로 서슴지 않고 하는 파렴치함 내지는

도덕불감증에 빠진 유형들의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이제는 보라빛 자카란다 꽃도 서서히 지고 있어요

 

오늘은 휴무라 잠시 볼일이 있어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화방을

들리니 40대 말 내지는 족히 50대 초반이 되었을 한국인 여성이 왼

50대 정도의 사내와 함께 상점이 떠나 갈듯이 주인 내외를 붙잡고

호들갑을 떨며 자기를 알아주니 고맙다며 자칭 자기가 수필가라며

신문지상에 실린 다른 사람들의 글이 글 같지도 않은 데  신문사에서

세심한 선별 없이 기사화 하여서 문제라며 다시 난리 굿을 한 차례

피우고는 스케치를 한다나 뭐라나 하면서 차콜을 어떤 것을 사야

하느냐며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나갔다. 순간 갑자기 그 동안

잠시나마 얼마나 상점 안이 시끄러웠던지 정적이 돌았다.

 

순간 세상에 하는 말이 내 마음 안에 휑하니 스쳐갔다.

요즘 세상에 발에 걸리는 것이 자칭 모두 시인이요 수필가요

작가내지는 목사요 한 건물 건너 두 건물이 의사 사무실인 세상인데

싶은 생각으로 기가 콱 차고 말았다.

 

이때 생각나는 것은 진정한 작가나 예술가나 무엇인가 되는 사람은

정작 말이 없고 입을 다물고 산다는 생각이었다.

 

가령 베니스의 물고기를 여의도 한화증건 앞으로 갖고 온 작가 분이나

신춘문예 전통 문예지 당선 시인 실험 문제시 100<2008 젊은 시>

문학나무 출간 시집 정도에 자신의 작품을 싣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앙문단의 시인은 정작 말이 없다. 언제나 빈 깡통이 요란하다 하지

않던 가. 필부라도 마찬가지로 겸손하며 순수하고 양식 있는 늙음이

주변으로부터 파파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 맑고 고운 영혼의

순수와 童顔이 바라보는 사람에게 안겨주는 애틋한 감성과 따듯한

모습에 타인이라도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그 감동의 여운은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늘 가는 클래식 음악 전문점을 들려 허기진 영혼을

잠시 쉬키면서 기웃거려보니 바흐 음악 옆에 중세시대의 작곡가

Gregorio Allegri(1582-1652)의 작품 미세레레/Miserere’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한참 저 옆에는 오페라곡 벨리니의 청교도와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와 사이몬 래를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한

말러 교향곡 9번과 함께 특히 알레그리의 미세레레를 만나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타임머쉰을 타고 다시 중세로 돌아가

어느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 고풍스런 교회 안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미세레레를 듣고 주변을 정리하며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모두 버리고 마더 테레사의 생애와 잠언집들과 클래식

음반에 숨은 명화이야기를 읽고 잔잔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돌아와 한 잔의 향기 나는 커피를 내려 마신 저녁시간

그리고 먼동이 터오는 여명의 아침 새벽을 알려주는 자연시계

새들의 지저귐이 중세시대의 경건한 미사곡 미세레레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레고리오 알레그리가 작곡한 천상의 소리와 같은 미세레레가

안겨주는 진정한 마음의 평안과 영혼의 안식 하나로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으며 충분하다. 호화호식을 하고 명품을 걸치고

신고 저택에 살아야만이 이런 행복을 영혼 깊은 내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필연적으로 출생부터 죽음으로 한 발짝 식

걸어가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진실이라면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손을 놓고 언젠가는 이 지상의 여정을 맞추고 본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로마인 미켈란젤로도 그리스인 엘 그레코도 천재인

모찰트도 위대한 성인 성 어궈스틴도 피카소도 모네도 말러도 베토벤도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도 징기스칸도 시저도 리건도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하고 떠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빛나는 작품

<미세레레/Miserere>는 오늘도 그 빛을 발하며 생명력을 갖고 있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붓꽃 영혼의 창가에서 하얀 밤의 경계선을 넘어

창밖에 다가온 황금빛 찬란한 햇살 위에 경건하고 잔잔하게 주말을

맞이하며 이 아침에 울려 퍼지고 있지 않은 가. 이 얼마나 찬란하고

눈부신 아침이며 각자 개개인에게 주어진 환경과 운명을 헤쳐나가며

극복하고 살아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우리가 성장하고 교육받고 인격을 함양하고 배운만큼 처신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 하며 생각하는 만큼의 크기와 깊이와 선의적이거나

악의적이거나 인격적이거나 비인격적이거나 그만한 자기 몫만큼의

삶을 우리는 살아가게 되어 있고 그대로 얼굴 모습 또한 그렇게 변하여

가고 그 모습으로 늙어가고 죽어 갈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뿌린대로... 

 

Gregorio Allegri의 Miserere mei, Deus

(신이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시편 5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