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이란 어휘의 뉘앙스는 이미 자정을 넘어 하얀 밤의 경계선을 넘어
있다. 잠시 중세 바로크시대 작곡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에 의하여
작곡되어 르네상스 시대에 꽃을 피워 로마교황청에서 가장 존귀하게
생각하는 미사곡으로 사용하였던 시편 51장
신이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을 스피커를 가장 낮은 발륨으로
맞추어 놓고 모든 사람들은 물론 도시도 전체도 잠들어 정적만이
자리하고 있는 고요 한가운데서 듣고 있다.
지금 붓꽃이 듣고 있는 미세레레는 영국 Oxford 대학교 머튼 칼리지
채플에서 녹음된 작품으로1981년 2월 영국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던 곡이다. 수많은 명곡을 부른Cambridge대학교 킹스 칼리지
합창단원들이 부른 것이 아니며 본래의 미세레레는 하이 C 가 아닌
G 단조이며 유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지휘자들과 연주자들에 의하여서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오늘날 <미세레레/Miserere>에 이르렀다.
가끔은 산토 도밍고 수사들이 부른 곡들이나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 합창단원들이 부른 중세의 미사곡들이나 명곡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불현듯이 영혼의 오솔길의
고요와 평화가 안식을 위하여서 필요한 날이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매일 하루마다 자동차 기름값이 오르는 날은 더욱더 그렇다.
6월 들어서 기름값은 멈출 줄을 전혀 모른다.
1갤런 당 5불에 육박하고 있다. 대형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소형차로
교환하려 하고 있고 교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비용이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 집집마다 허리띠 졸라매는 비명소리가 요란하다.
보름 전 주유할 때만 하여도 갤런 당 4불 35전 이었던 것이 오늘은
4불 67전이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만 몇 전이라도 오르고 있다.
신문의 전면에는 경기불황을 예고하는 뉴스로 가득하다.
쌀은 품귀현상을 빗고 기름값이 오르니 자연적으로 운송비가 가중되고
그 상승된 운송비는 소비자에게 돌아가 식료품 값도 오르고 장난이
아니다. 다들 살림살이 쥐어짜는 소리가 요란하고 물 소비를 줄이라고
당국에서는 광고하고 위반 시에는 벌금을 물리겠다고 공고가 나온다.
저녁 6시 이후에는 잔디밭에 물을 주지 말 것 식당에서는 손님이
물을 요구하기 전에는 자동으로 물을 제공하지 말 것 변기를 물 절약
형으로 바꿀 것등 모든 것에 절약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금리는
떨어지고 경기가 얼어붙어 소비자들 조차 돈주머니를 꼭 꼭 닫고
있고 하다 못해 세탁비누 하나 조차도 세일 광고만 나왔다 하면
사재기 바쁘다.
요즘은 마치 아주 오래 전 오일파동이 나던 때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기름이 모자라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려고 마치
뱀처럼 길게 줄을 서서 자기 주유할 차례를 기다리던 때와 같은
어떤 긴장감을 느끼는 요즘은 모두 삶이 벅차다. 마치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의 어려울 때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이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촌
모두가 그 영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더
힘들게 한다.
인구팽창과 제 3세계 경제권이었던 잠자는 호랑이 중국과 인도 같은
대국들이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하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생활수준의 질적인 향상과 더불어 모든 분야에서 급증하는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이 미쳐 따라가지 못함은 물론이고 자원의
고갈 현상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곧 자원과 식료품이
오일과 같이 무기화 될 날이 머지 않았고 인구와 산업화로 수자원 부족과
고갈현상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날 또한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어려운 현실의 세계 경제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시장은 활성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나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인들도 서서히 이제는 투자의 대상으로서 미술시장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아닌지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미술애호가들을 위하여서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품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가격만 올려놓아 진정으로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일부 애호가들이나 보통 시민 필부들에게는 焉敢生心(언감생심)이 될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세상이 망하기야 하겠느냐 만은 그 어느 때 보다 근검절약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얀 밤을 넘어 2004년도 산 적포도주 멀로우 두어 잔에
정신은 말짱하고 창밖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아침을 알리며 햇살이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 베이글에 치즈와 겨자와 딸기잼을 발라서
가볍게 적포주 한 잔을 마시며 한 편의 시로 마음을 정화하는 동안
오랜만에 잔 휠드의 낙턴 1악장에 기대어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어진 세월 모진 세파를 헤치고 오롯이 들꽃처럼 살아왔듯이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자신에게 다짐하여본다.
요 몇 일은 어찌나 피곤하던지 퇴근 후 샤워 후 그대로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그리움 한 자락 가슴에 묻고 살아갈 수 있으니 이대로도 축복받은
삶이 아닐까 싶다. 어제는 그랬지 우리 모두 직장에서 제기랄 죽으면
동전 한 잎도 갖고 가지 못하는데 왜 그리도 악착을 떨다 못해
사는 꼴은 그 모양 그 꼴이면서 정신을 어지럽히는 모양새로 산다.
극단의 이기주의와 독단과 아집과 못된 성질과 옹고집으로 똘똘 뭉쳐서
스스로 자학 아닌 자학을 하면서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 처럼 착각속에
살아간다. 마치 억 만금이라도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벌어 쌓아놓으면
자손만만 대 살며 행복할 것이요 진정한 파랑새의 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라는 착각 속에 산다. 그러나 죽음의 진실을 깊이 인식한다면
결코 그러지는 않을 것이요 못할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그런 곳에 있지
않다. 죽음은 필연이며 인간 모두의 숙명이다.
Edward Hopper - Cold Storage Plant, 1933
붓꽃은 블로그에 즐겨 찾기를 만들어 놓지 않는다.
방문자분들 에게 차별화된 느낌을 전달하고 싶지 않아서 이다.
소중한 인연들은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깊은 정신적인 유대감과 더불어
관심과 배려와 함께 늘 시공을 초월하여 함께하기 때문이다. 개개인
서로 각자 알고 있다. 서로가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따듯한 정과
순결한 사랑을 함께 나누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진정한 우정과
사랑은 언제나 한결 같으며 한결 같아야 마땅하고 옳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은 진실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위선에 불과하다.
촛불시위를 화폭에다 옮기면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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