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은 유난히 잠자리를 괴롭히는 일이 많았다.
아침부터 전화가 울리기를 몇 번 뭔가 하고 보면 무엇을 빼먹고 갔다는
소식이고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다급한 음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황 설명을 들어보니 거의 확실하게 뼈가 부러졌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고 달려간 시간은 거의 40분
우리 독립기념일에 매끄러운 나무로 만든 마루에서 미끄러져 노모님이
낙상을 하시고 말았다. 급히 앰뷸런스를 불러 근처 캐톨릭 병원 응급실로
달려갈 수밖에는 없었다.
노모님의 낙상 이후 그 동안 우여곡절을 겪고 4주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생각하기조차 힘에 부쳐 온 육신에 해일 같은 피로감을 느낀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몇 개의 고비에 속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연단의 고통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함께 아파하고 고통 하면서 우리
스스로 새로이 깨닫는 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진정으로
깊은 가 하는 것을 서로 가족구성원들 사이에 확인 아닌 확인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새벽을 가르고 병실로 달려가 아침수발을 들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다시 안위를 확인하고 발길을 돌려 온다면 다른 한 사람은
퇴근 후 따듯한 음식을 만들어서 병실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문해
저녁수발을 들고 돌아와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는 일이다.
자식이라고 부모에게 다 같은 자식이 아니다.
각자 개성마다 생김새마다 병상에 노모님께 사랑을 베푸는 손길 또한
다르다. 평상시에 바라본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놀랄만한 효도를 하는
따듯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서로 충분히 이 어려운 연단의 시간을
함께 한결 같은 사랑으로 걸어 왔고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 앞에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첫 2주는 세탁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물론하고 정신적인
아픔과 공황으로 손끝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이 일상이 시간에
쫓기고 쌓이고 누적되는 피로에 얼굴은 병상에 환자나 자신이나
반쪽이 되어 피골이 상접하는 상황이었다. 너무나도 아픈 시간이었고
연일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하시는 병상에 환자나 바라보는 사랑하는
자손들과 주변사람들 모두가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 연단의 고통과 시간이 평상시에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하는 것은 물론하고 인생에 대단원의 결단을 내리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 귀한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오랜만에 비로소 오늘에서야
아시는 귀한 분에게 안부를 전할 수가 있었다. 소식이 없어 무척이나
궁금하셨다는 언급에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조차도 없었노라고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도 병상생활의 고통을 호소하시는 노모님을 바라보면서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싶었다. 모든 사랑과 효도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한 진정으로 따듯하고 배려 깊은 사랑하는
마음의 수반이 필요하다. 오랜 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희생하고 헌신하는 마음이 없이는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일상은 물론 모든 행동반경을 줄여야 함은 물론이요
오로지 한곳에만 몸과 마음을 집중시켜야 한다.
사랑도 효도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과 행동양식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삶 그 자체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사랑과 효도나
더 나아가서 우정도 논할 수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이 시련의 시간들이 우리에게 인내와 참사랑의 깊이를 시험하는
기간이 되기도 하였다. 참으로 힘든 시간들 이었다. 문득 문득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불운을 생각하고 병상의 노모님의 일생과
인생이란 단어를 돌이켜 볼 때면 그 구비 구비마다 밀려오는 회한과
아픔에 홀로 운전을 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우리모두 부모님을 보내드려야 하고 고아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역사의 수레바퀴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우리의 인생도 저물어가고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애기처럼 애원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시고 싶어하시는 노모님을
모시고 수술한 아주 젊은 정형외과의사를 진료 차 방문하고
할머니 이제는 집에 가셔도 됩니다 라는 합격통지서를 들고 병실로
돌아 오신지 사흘째 되는 오늘 아직도 완전한 재활까지는 요원한
일이지만 연세에 비하여서 아주 빠른 회복과 의욕을 갖고 계신
애기 같은 영혼이 맑은 늙으신 노모님을 모시고 애타도록 그리워
하시는 집으로 내일은 퇴원수속을 밟고 모시고 돌아올 것이다.
이제는 나의 모든 일상도 전과는 달리 완전히 360도 바뀐 삶의 형태를
살아가야 한다. 이 모든 시련도 축복이려니 생각하고 일생을 자식들을
위하여서 살아오신 어머님의 희생을 생각하며 나 또한 이것이 내 생애의
마지막 효도의 길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배려와 사랑 그리고 연단의
인내 위에 승화된 사랑의 꽃을 한 송이 피워내리라 자신에게 각인시킨다.
아무리 착한 자식이라도 부모님이 떠나시고 나면 회한이 있으렸만
먼훗날 어머님이 떠나시고 회한의 눈물을 밤이면 밤마다 쏟지 않도록
그리고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은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하는 양식이지 말로 가능한 일이 결코 아니다.
철저한 자기 희생과 헌신과 인내가 요구되는 것이 참사랑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가 자정이 넘은 창밖 어둠속 가로등
밑으로 흘러가고 있다.
Richard Yongjae O'Neill / Lachrymae(눈물)
섬집 아기 - 이홍렬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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