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문득 그대가 그리운 날에 비가 내립니다

붓꽃 에스프리 2008. 11. 26. 23:53

 

Perito Moreno Glacier, Patagonia, Argentina

                                                                                                   

아침 일찍 잠을 뒤척이고 있는 시간에 난데없는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잠자다 말고 피곤이 잔뜩 찌든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고 헬로우 하니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나야…”

, 너니그런데 전화를 할 때마다 자는 시간이니 어쩌지

그거야 어쩔 수 없지 각자 생활공간의 차이이니 그러려니 하여야지

어서 이야기 해……………..”

우리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한번 만나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하겠지……………….우리가 이런 식으로 살아가노라면

살아생전에 몇 번이나 만나고 살아갈 수 있겠니…..죽으면 다 끝이다.

살아있으니 그리움이고 뭐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보고 싶다고

말을 할 수도 있는 것이지…..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고 하니 우리 서로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고 살지는 말자…”

 

유일한 단 한 명의 동생 같은 한국인 친구Y로 부터 오랜만에 안부전화가

걸려왔다. 창 밖을 내다보니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한 회색 빛 하늘에 마음조차 움츠러들고 만다. 이런 날은 모든 것을

다 옆으로 제쳐놓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면 딱 안성맞춤인 날이다. 

 

아니나 다를까 출근하여서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오랜 직장 동료인

미국 남부출신 흑인여성인 매미가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반갑던지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늘 만나면 그렇듯이 서로 너스레를 떨며

우리 곁을 떠나간 로티 할머니가 이런 날이나 계절에는 보고 싶다며

그리움의 넋두리를 하고 있었다.

 

서로 질세라 당장이라도 로티 할머니 모습을 서로 백지 위에 그릴 수도

있다며 로티 할머니의 넘쳤던 유머와 위트를 회상하며 마지막에 나눈 말이

그리움이나 고독이나 외로움이 진정 깊을 때는 그 감정 조차도 말로서

끄집어 낼 수 없는 침묵만이 우리들 내면 깊은 곳에 흐른다는 이야기로

서로 결론을 내렸다. 어느 사이에 매미가 준비한 커피 향이 너풀거리며

코끝에 다가오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니 비가 온다며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오고 고속도로상에서는 다중충돌에 모두들

운전조심 하라고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거든다.

 

………이런 차를 비가 오는 바깥에 잠시 세워둬야 제격 인데…”

?”

자동으로 세차가 될 것 아니야…”

아 맞아 맞아….”

난 세차를 몇 일전에 하였는데 이를 어쩌지…”

이구동성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게 왼 일 희미한 가로등이 졸고 있는 멀쩡하게

텅 빈 대로에서 뭐가 번쩍거려보니 경찰차가 충돌한 자동차를 안전상

지키고 있지 않은가. 누가 뒤에서 받았는지 자동차 뒤 트렁크 있는

곳이 왕창 쭈그러들고 말았다.

 

아 그것도 잠시 텅 빈 빗길을 운전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늘 그렇듯이

영혼의 다정한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 아시는 분으로 만나면 인생론을

주고받는 칼럼니스트이자 정신과 의사를 하시는 C 선생님이 마음의 선물로

건네주신 CD에 담긴 곡 박인수와 이수용이 부른 노래 <사랑의 테마>

기대어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창밖에는 하염없이 내리고 낙숫물

소리에 마음조차 진짜 깊이 차분하여지는 것을 감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가 멈출 때쯤 되니 을씨년스럽게 바람이 창문을 뒤흔든다. 이런 날이면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 있다면 Pink Martini가 연주하며 들려주는 라틴

째즈풍의 멜로디로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절절한 애수와 우수가 빼곡하게

숨쉴 틈도 없이 가득히 담긴 곡 'La Soledad/고독'으로 계절도 계절이듯이

가을이 떠나간 자리에 이 곡 보다 더 잘 어울릴 곡은 없을듯하다 

 

비록 이 곡이 라틴풍의 째즈 곡의 멋을 담고 있다 하여도

또 한편 이 곡이 아름다운 이유는 짙은 향기의 우수가 마치 러시아 문학과

예술만이 간직하고 있는 장엄하고 광대한 대륙의 대지가 담고 있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적이고 자연환경적인 요소와 더불어 도스토예프스키적인

깊은 인간적인 내면의 고뇌와 음울을 한 차원 승화시켜 아름다운 낭만과

충분히 어우러질 수 있는 충분한 음악적인 색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곡은 정적과 고요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잘 어울릴 곡이라고 개인적인

감성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국 인간으로서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이란

고요와 평화가 어우러진 정적 가운데 이루어지는 자아성찰에 있지 않나 싶다.

 

절실한 그리움 앞에 서보지 않고서는

절실한 고독 앞에 서보지 않고서는

절실한 외로움 앞에 서보지 않고서는

 

어찌 그 누구든 그 애절한 심원의 절실한 감성을 공감하고 이해 가능하겠는가

숨이 딱 끊어지는 영원의 찰라적인 순간 앞에서 그 어떤 것도 실질적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 땅을 치고 통곡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아름다운 인연도 또한 악연도 이루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면

살아 있기에 사랑하는 인연들에게도 따듯한 배려와 깊이 있는 이해가

담긴 따듯한 한마디의 말과 사랑한다는 말이나 그립다는 표현도 가능한

일이며 의미부여가 가능하다.

 

영원한 생의 완성이란 마침표 죽음 앞에서 그 무엇이 진정한 의미를

우리 인간에게 부여하겠는가?

 

죽음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것은 본능적인 허무가 우선이라면

종교나 철학이 갖고 있는 죽음 그 이후의 세계의 의미는

또 다른 차원이 아닐까.

 

우리 미국인들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내일 모레 목요일에 다가온다.

이렇게 경제도 어렵고 모두들 삶의 무게에 버거워 나라님 조차도

걱정이 태산인 때 건강을 허락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먼저 감사한 일이며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을 할 수 있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과 글로서 표현을 할 수 있고 보고 싶으면 보고픈

마음조차도 절절한 감성으로 전할 수 있는 그 누군가 이 지상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우리 모두에게 감사한 일 인가.

 

사랑한다는 말이나 좋아한다는 표현에 인색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죽음은 마침표요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형제나 이웃이나 사랑하는 대상이

되는 인생의 지기인 귀한 인연들에게도 더 이상 죽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지 않을 뿐 더러 진정한 의미를 상실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