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내린 가을비로 아침 하늘은 청명하고 신선한 공기와 푸르다 못해
마치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대선날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아침 햇살이
눈이 부셨다. 간밤은 우리 미합중국 건국이래에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전을 앞두고 도무지 잠이 오지를 않았다. 흑백대결이전에 하나의 역사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미합중국 시민
모두에게 소중한 날이다.
감기는 눈을 치켜 뜨고 샤워를 하고 투표장소가 열리기를 고대하니 먼동이 터온다.
온통 서부에서 동부까지 미대륙은 물론하고 전세계 언론들이 모두 우리 미국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시선을 모으고 전세계에서 수 천명의 언론사 직원들이
오바마의 출신지역인 일리노이주 쉬카고로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과 오늘 당선의
당락의 결정에 따라서 수락연설을 하기로 이미 계획된 쉬카고 그랜트 공원근처
숙박시설은 성수기를 맞아 부르는 것이 값이고 남은 객실조차 있지도 않다는 소식과
더불어서 이미 오바마 후보 집이 위치한 동네 입구는 콘크리트와 철망으로
양쪽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주변에 교통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미 새벽부터
대학생들부터 그랜트 공원에 운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쉬카고는 자기네 동네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흥분되어 고조된
분위기로 난리 굿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오바마의 아버지 쪽 가계의 선조들과
할머니가 살고 있는 케냐 역시 오바마 열기로 성수기를 맞아 호텔이고 교통편이고
부르는 것이 값이라고 한다. 모두가 역사의 한 순간을 목격하고 싶고 역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하여서 그렇다고 본다.
걸어서 두 블락도 넘는 투표장소인 감리교회 건물을 찾아 먼 거리를 아침 일찍
가니 이게 왼 일 기다리는 시간만도 족히 20분은 더 걸렸다. 모두들 침착하고
흥분된 분위기를 얼굴 표정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모두가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하고 싶은 것이었다.
주민발의안 하나 가운데 동성결혼을 승인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올라왔다.
세상에 말도 안 되는 논리들을 펴고 있다. 어찌 동성끼리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다는 말인가. 창조주가 인간을 창조하실 때 남녀를 만들어 놓으시고 가정을
이루고 자손을 이어가게 만들었것만 왼 말인지 어안이 벙벙하지 않을 수가
어찌 없으랴. 당연히 안 된다 였다. 결혼이란 어휘만큼은 동성 사이에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역사와 윤리와 도덕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줄을 살펴보니 한국 분이 두 분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참 반가웠다. 이제 한국인들도 깨우쳐 정치의 중요성과 선거에서 자기 한 표를
시민으로서 행사함이 얼마나 소중한 국민의 신성한 의무인지를 전과는 달리
많이 이제는 의식하고 있으며 그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에 잔잔한
감동으로 기뻣다.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던 때가 국민학교 4학년
때쯤이 아닌가 싶다. 그에게 비폭력저항운동의 철학과 가치관을 전수하여준
인도 독립과 건국의 아버지 마흐트마 간디나 간디에게 영향을 미친 톨스토이나
그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 미국의 위대한 사상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명저
<시민불복종>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을까?
투표를 맞추고 걸어나오면서 스쳐가는 생각은 역사는 진보를 할 수는 있어도
퇴보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오바마가 우리 미합중국의 건국이래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오늘 밤에 당선이 된다면 흑인들 우쭐대는 꼴을 어찌
보느냐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백인이고 동양인이고 꽤나 된다. 이미 당선도
되기 전부터 노예의 자손들인 흑인들은 우쭐대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다들
한 마디씩 한다. 그러나 역사가 퇴보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무모한 전쟁과 경제파탄으로 극소수의 부유층만을 위한 정치를 한 과거
8년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야 한다면 이제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열려야 하는 순간이다. 시민으로서 투표권 행사는 신성한 국민의 의무다.
역사의 진보가 지속된다면 먼 먼 역사의 훗날 동양인이 그것도 한국인의
자손이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꿈이 너무 야무진가?
God bless America!
Beethoven - Symphony No.9 in D minor Op.125 Choral
제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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