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아다지오

붓꽃 에스프리 2008. 11. 14. 02:14

 

 

간밤은 피곤하여서 누구 말대로 건강을 생각하여서 일찍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다른 분들의 취침시간을 생각하면 올빼미 과에 속하는

시간이다. 전 같으면 이 시간에 캔버스 앞에서 붓질을 하고 있겠지만

일상이 기대치 않은 일로 파란곡절의 한 계절 여름을 지나오면서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말은 요즘 가을만 깊어져 이제는 곧 겨울이

다가오게 되었다,

 

아 그런데 아침식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생각한 것이 오렌지 하나

베이글 빵 하나 우유와 커피 각각 한잔과 종합비타민 한정으로 이름 짖고

말았다. 그리고 생각한 것이 한잔의 커피와 함께 잠시 칼 뵘이 지휘한

모찰트의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을 잠시 헤르만 프라이와 휘셔 디스카우의

협연과 열연으로 듣는 것이다. 일상에서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바람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파도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와 함께 더불어서 이 세상에 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모래먼지 바람이 불어오는 삭막하고 광활한 사막과 무엇이 다를 까.

 

오래 전 치마저고리 입고 다니는 인구가 절대다수였던 옛날 우리 어머님들이

자식들 공부시키느라고 벽에 걸린 시계 하나 제대로 없던 시절에는 새벽녘에

닭이 꼬끼오 하고 울어야 새벽밥을 지어서 자식들 아침밥 해 먹이시고

도시락이라도 싸서 학교를 보내시던 시절이 있지 않던가. 얼마나 소중한

자연현상이요 추억이 된 옛 이야기인가. 정겨운 닭 우는 소리 새벽녘

고요와 공기를 가르는 기차 기적 소리등 모두가 일종의 음악 같은

그리운 추억 저 건너편에 편린들이다.

 

세월이 흐르니 어린이가 청년이 되고 청년이 중 장년이 되어 뒤돌아

보는 저만치 흘러간 인생의 물길들 그리고 어느 날 인생이라면

필연적으로 떠나야 할 인생이란 연극무대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좀더 진지하게 인생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할 나이들이 아닐까?

누가 알랴 일초 후에 인생을 마감할지 인생은 예측불허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지나치게 무거운 톤으로 살아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듯이

지나치게 가볍게 살아가는 것 또한 그렇게 하기에는 인생과 덧없이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아쉬운 일이다. 인생의 연륜이 더할수록

알곡처럼 진지하게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유용하게 사용하고 건강 지키며 취미생활

잘 지켜나가거나 일상에 보람된 잔잔한 보람된 일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필요한 중 장년의 나이가 아닐까. 불현듯이 다시 기억 저편에서

꺼내 읽어보고 싶은 하나의 시가 있다.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
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
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