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문득 그립고 외로운 날

붓꽃 에스프리 2008. 12. 6. 22:46

 

 

 

 

어느덧 한 해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이 허망하다. 마지막 남은 한 달 올해는 잘 넘어가나 보다 하였더니

오늘은 오후가 되니 난데없이 갑자기 골이 살살 아파오는 것이 아닌가.

 

이게 왼 일 견딜 수 없어 침대에 눕고 나니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갔을 까

골이 점점 더 아파오고 갑자기 한기를 느끼며 열이 나고 설사가 동반되고

어지럽기 까지 한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은 해는 어찌 된 일이 아파도 더

아프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몸이 아파오니 갑자기 가슴이 시려오고 해일처럼 고독과 외로움이

밀려온다. 보통 때 같으면 생각도 하지 않는 일이요 고독하다고

외롭다고 나 고독하네 외롭네 누구엔가 하소연하며 몸부림치는

성격이 아닌 자신도 아플 때는 문든 문득 고독과 외로움과 허전함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시려온다.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추위에 실내에서도

양말을 신고 위에 옷을 걸쳐야 하니 말이다. 

 

문득 요즘은 어느 사이에 이만큼 세월이란 인생의 강물을 흘러왔나 싶다.

간난아이가 아이가 되고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이 청년 처녀가 되고

청년 처녀가 중년이 되고 중년이 장년이 되고 그리고 어느 날 생을

마감하여야 하는 인생이란 여정 문득 쓸쓸함이 매서운 눈바람처럼

가슴을 스쳐간다. 나만이 아닌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물과 인생들이

거쳐가야 하는 그 여정이다. 문득 천병상 시인의 명시 귀천

가슴과 뇌리를 스쳐간다. 인생은 소풍이라고 묘사한 시인의 놀라운

통찰력과 아름다운 영혼의 심미안은 차라리 눈물겹다.

 

문득 어느 날 우리 모두 떠나가야 하는 그 영원한 길……

영웅호걸 나폴레옹도 루소도 빅토르 위고도 빈센트 밴 고흐도

로마의 영웅 시저도 성 어궈스틴도 정글의 성자 슈바이처 박사도

인도 캘커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도 내 생부도 형제도 모두 걸어간 길

나 또한 언젠가는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현재 아무 음식도 집어 넣을 수 없이 탈이 난 속을 애기 달래듯이

달래는 것이 급선무이다. 올 한해 여름과 가을을 어떻게 지내왔는지도

모르는 어려움이 산재하였던 주변상황 그 동안 잘 견디어 왔다.

지극히 높으신 그분은 꼭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과

고난과 역경을 허락하신다는 점이다. 뒤돌아보니 그렇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힘든 고통과

시련을 허락하신다는 사실이 말이다.

 

아니면 세상 사람들 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아닌가아 오늘은 너무 힘들어 이쯤에서 멈추고 싶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그리움 앞에서 영혼을 함께하는 그 모든

인연들이 그립다. 특별히 내 영혼 그 초원의 빛이 그립다.

 

 

귀천/歸天  - 천병상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1930-1993)일본 희로(姬路) 시에서 2 2녀 중 차남으로 출생.
1952 [문예]지에 <갈매기> 추천 완료
1954년 서울대 상대 수료
1956 [현대문학]지에 월평 집필, 이후 외국서적 다수 번역
1964년 부산시장(김현옥)의 공보비서로 약 2년간 재직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 6개월간 옥고를 치름
1971년 고문 후유증과 음주생활에서 오는 영양실조로 거리에
서 쓰러짐. 행려병자로 서울 시립정신병원에 입원 생활
1972년 친구 목순복의 누이동생인 목순옥과 결혼
시집으로 <>(1971), <주막에서>(1979)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