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가을속으로 침묵의 언어

붓꽃 에스프리 2008. 10. 31. 21:16

 초원의 빛이여!

 

오늘은 그대가 그리운 날 입니다.

헤이지 데이,

날씨가 음산하고 시야가 뿌여서 보조등을 키고 운전을 하여야 할

정도의 그런 깊어가는 가을날씨입니다. 그대의 10월의 마지막 날,

지나간 시간은 찰라요 영원이기에 이 지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지요.

그대와 함께 저 가을 숲속 오솔길을 산책하여봅니다.

 

저멀리 그대의 모습 물안개처럼 그리움으로 피어나

텔레만의 트럼펫 협주곡 라장조와 함께 영혼 깊은 곳에 흐르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모래는 썸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입니다.

이제는 저녁이 되면 일찍이 어둠이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때론 그리움이 깊어지면

기다리며 염려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침묵도 아름다움 이지요.

말없는 말이 더 깊은 서로간에 언어의 전달일 수도 있지요.

 

 

진정 사랑하는 마음은 무엇을 얻을까하는

계산적인 이해관계나 기대감이 아닌

상대를 따듯한 가슴과 시각으로 바라보는 순수이며 

나의 시간과 정신과 마음과 영혼을 조건없는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배려하는 마음이요 희생이라면

꾸준한 변함없는 상록수 같은 상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입니다.

 

 

초원의 빛이여!

영혼 깊은 곳에 깊고 수려하게 흐르는 그리움의 물길이

되어주시는 그대의 향기 저 숲속 오솔길 위에 가을 빛으로

물들어 낙엽이 되어 스쳐가는 바람결에 흩날려 내립니다.

수북하게 쌓입니다. 하나 둘 그리움의 향기로...

 

 

초원의 빛이여!

장사익이란 분이 혼을 담아 흐느끼듯이 읊으는 연가

'검은 상처의 부르스'를 들어보셨나요?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은 상처의 부르스

 

그대 나를 버리고 어느 님의 품에 갔나

가슴에 상처 잊을 길 없네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자

정열의 장미 빛 사랑도 검은 상처의 아픔도

내 맘속 깊이 슬픔 남겨 논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어 우네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자

정열의 장미 빛 사랑도 검은 상처의 아픔도

내 맘속 깊이 슬픔 남겨 논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어 우네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어 우네

 

 

 

초원의 빛이여!

그대 이시를 아시고 계시지요.

윌리엄 워즈워드의 명시 "초원의 빛" 말입니다.

 

 

초원의 빛 - W.워즈워드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안 돌려진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Splendor In The Grass - William Wordsworth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초원의 빛이여!

이제 가을이 깊어갑니다.

기다림 또한 가장 깊고 숭고한 사랑의 하나라고

표현하시지 않았던가요.

 

 

초원의 빛이여!

진정 우리들의 가을도 깊어졌습니다.

가을하면 장미가시에 찔려서 죽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명시 <가을날>

우리는 기억 저편에서 일상에 찌든 먼지를 털어내고

영혼의 테이블 위에 꺼내놓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입니다. 여름에는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에게 결실을 명하십시오.
열매 위에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주시고,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 송이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계속 고독하게 살 것입니다.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고
그리하여 낙엽이 뒹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초원의 빛이여!

 

조금만 있으면 서리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겠지요.

이밤도 깊어 희미한 가로등만이 꾸벅이는 보도위에

가을비가 실비되어 내립니다.

그리운 그대여 언젠가는 그대도 이 지상을 떠나고

나 또한 떠나가게 되겠지요.

 

지고 지순한 순수와 사랑과 우정조차도

짖밟히는 이 상실의 시대에 그대 초원의 빛이여!

그대의 숭고한 영혼과 순수와 사랑하는 마음 영원하시라.

 

 

 
검은상처의 부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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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의 연가가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