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라단조 작품 40 위에서

붓꽃 에스프리 2009. 4. 20. 06:39

 

 

눈부신 주일 오후 문득 잠에서 깨어나 세면을 하고 창문에 미니 블라인드를

살짝 열으니 틈 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봄날의 창 밖은 눈이 부시다. 문득

쇼스타코비치 자신이 작곡하고 자신이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고 이미

고인이 된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가 협연한 곡을 듣기 시작하노라니

불현듯이 <인간의 길>이란 화두가 뇌리에 떠오른다.

 

요즘 세간은 물론 전세계가 대영제국 하고도 북부 스카트랜드의 시골동네

블랙번 웨스트 로시언이란 작은 도시에서 홀로 그녀의 애완견 페블스와 함께

살고 있는 수잔 보일의 이야기로 그 열기가 뜨겁다. 불루 칼라계층의 부모 밑에서

9명의 자녀 가운데 막내로 그녀의 어머니 47세에 출산의 부작용과 더불어

늦동이로 출생한 그녀는 일종의 장애로 성장하여 학교생활에서도 다른

청소년들처럼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세상이 바라보는

틀에 박힌 시각과 가치관의 기준에서 그녀는 너무나도 못생겼고 촌스럽고

바보스럽고 그런 소녀로 같은 또래들로 부터 많은 괴롭힘을 당하며 외롭게

성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영혼만큼은 맑고 고운 한 송이 수선화 같았다.

늙고 병든 어머니의 병수발에 헌신을 다하고 그녀는 교회 합창단에서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학업부진을 면치 못할 때 갖고 있었던

유일한 한 가닥 실낫 같은 재능은 노래를 남달리 잘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조차도 가난과 병든 어머니의 병수발로 꽃을 피울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인생은 어머니의 병수발과 함께 세월의 뒤안길에 묻혀 꽃다운

청춘을 다 보내야 하였다, 인간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열병처럼 스쳐가는

첫사랑에 대한 추억도 실패도 성공도 없었다. 사랑하는 그녀의 어머니는

생을 다 하고 이 지상의 여정을 맞추고 떠나갔다.

 

그리고 천상에 계신 어머니에게 마음의 효도를 하고 싶었던 그녀의 소망은

많은 청중들 앞에서 한번 노래를 불러보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부유계층의 자녀들처럼 음대에 입학하여서 제대로 정규과정의 음악공부를

한 것도 아니요 전문적인 성악 레슨을 받은 일은 더 더욱이 없는 일이었다.

재능을 갖고 있는 흙 속에 묻혀진 진주를 찾아내는 연예프로그램인 Britain’s

Got Talent에 참가하게 된다. 그녀가 스테이지에 올라가 자신을 소개하고

꿈을 이야기 할 때까지도 부시시한 그녀의 머리와 촌티가 더럭 더럭나는

그녀의 외모에 청중들의 반응은 조롱과 냉소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었다.

그녀가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하는 순간 그 모든 냉소와 조롱은 한 순간에

보기 좋게 패대기 쳐지고 만다. 그저 감탄과 경이로움과 감동 그 이외는

아무 것도 그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순식간에

유튜브를 타고 지구촌 구석 구석까지 전달되어 한 순간에 전세계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말았다. 각종언론매체가 다운 언더 호주부터

북구까지 북미 남미 아시아 한국까지 아프리카까지 서로 앞을 다투어

그녀의 인간승리의 이야기를 기사화 하고 있고 CNN의 래리 킹 톡쇼

호스트는 그녀를 인터뷰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또 다른 톡쇼 호스트인

오프라 윈후리 조차도 그녀의 프로그램에 수잔 보일의 출연을 교섭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 영국의 언론매체를 통하여서 영국의 뮤지컬과 문화의 일 번지

웨스트 엔드에서는 많은 입방아들이 그녀의 폭발적인 지구촌의 반응과

감동에 찬물을 끼었는 냉소적인 시기와 질투 어린 평론을 내보내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뮤지컬 배우들은 도처에 널렸다.

그리고 수잔 보일 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라고

재를 뿌리고 있다. 그렇다 사실이다라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전세계 지구촌은 왜 수잔 보일의 출현에 모두들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나 같은 필부조차도 몇 십 번을 유튜브를 클릭하고 또 클릭하고

거듭 그녀의 음악을 듣는 것일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어느 유튜브의 댓글처럼 슈퍼휘셜한 즉 표면적이고

인위적인 미적인 것에 익숙한 나머지 순수한 영혼 깊은 곳에서 퍼올리는

가장 인간적이며 지고 지순한 아름다움에 목 말라 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녀 보다 더 성량이나

기교가 뛰어난 전문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도처에 널렸다는 사실을

그러나 거기에는 이렇다 하는 인간적인 인생사에 대한 숨겨진 감동이나

진실된 향기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잊어서는 안 된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인간적인 것이란 가장 순수하고 꾸밈없는 있는 모습 그대로의

진실과 향기와 아름다운 현실의 주어진 조건과 결과이다. 수잔 보일은

이런 측면에서 합당한 인물이다라고 바라보고 싶다. 그녀의 외모에

변화가 없기를 바란다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재능발굴 프로그램 5위권에 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1차 예선을

통과 후 외모를 바꾼다고 한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수잔 보일의

일종의 촌스럽고 덜 세련된 모습과 더불어 타고난 그녀의 천부적인

음성 그 자체를 아끼고 있다고 한다.

 

이 험한 세상에서 폴 팟츠에 비교하여서 왜 사람들은 수잔 보일의

처음에는 냉소와 경멸어린 시선과 표정을 보냈는 가 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빌어보자면 세상이란 고정관념이 바라보는

현대여성의 미는 속된 표현으로 s 라인의 몸매에 얼굴이 잘생긴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현대의 고정관념화된 여성상이란 것이다.

 

그러나 수잔 보일은 그 어느 한 부분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지나친 정형화되고 진실성이 결여된 시각과 마음의 창을

향하여 화살을 던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얼마나 속물인지를 말하여

주고 있다 하겠다. 또한 인간적인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번에 수잔 보일의 경우라 하겠다.

 

또한 수잔 보일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또 다른

화두는 효도란 한 어휘이다. 귀하게 큰 자식들은 왜 효자 효녀가

보기가 진정 힘들고 효자와 효녀는 평범하거나 힘든 환경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더 많은 것일까? 귀하게 키우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퍼주고 집 사주고 사업자금 대주고 명문대를 졸업시킨 많은

절대 다수의 자식들은 왜 배신자로 전락하여 나중에는 갖은 방법으로

부모들의 재산을 다 뺏고 차지하고 그리고 부모를 배신하거나

내팽개치고 돌보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잔 보일 같은 자녀들은 헌신과 희생으로

자신의 부모를 돌보고 자신의 인생까지도 세월에 묻어버리고 묵묵히

주어진 환경과 생애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왜일까……

 

진정한 우정도 사랑도 효도 철저한 자기희생이 따라야 하고 순수하고

연민 어린 시선과 가슴 없이는 불가능하다. 진정한 효는 그 대상이

부모가 되었든 타인이든 조건 없는 순수하며 지고 지순한 연민 어린

시선과 진정한 존경과 따듯한 가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