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세상 한가운데 서서

붓꽃 에스프리 2009. 6. 19. 19:30


  엉겅퀴- 스카트랜드 국화

 

 

한 주를 맞추고 너무나도 피곤해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놓고 일단 쉬어야 하겠기에

침대에 두러 누워 잠을 청하려 하니 문득 생각의 언저리에서 머무는 언어가 있다면

일생 동안 단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모국어 “엄마”란 단어임을 생각하니 감은

눈가에 자신도 모르게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소리도 없이 흘러내린다. 순간 입을

꼭 다물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사용하지 않은 언어로 대신 어머니란

언어만을 사용하다 아득한 날에 민들레 홀씨가 되어 유년만을 남겨놓은 모국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는 동안 잊은 언어 어머니 얼마를 피곤에 지쳐 뒤척이며 잠을

잤을 까 무저갱 같은 아득함 속에서 꿈인지 생시인지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느껴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려 눈을 뜨고 전화 수화기를 들고 잔뜩 한 주의

곤고함과 잠에 취한 목소리로 헬로우를 하니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들리란다.

 

아냐 너무 피곤해서 그저 잠을 계속 자고 싶을 뿐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말로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니 천근만근 무거운 머리 속은 아득하기만 하고 잠을 다시 청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일어나 초대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고 집을 나서는 동안 초저녁 햇살은 창밖에

아직도 밝다. 치열한 한 주가 끝나고 잠시 손을 놓는 동안 늘 그렇듯이 또 다른 일들이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주 동안 시간에 쫓기고 쫓기는 주인을 잘못 만나 신선한 공기 한번 제대로 마셔보지

못한 불쌍한 실내공간을 위하여서 모든 집안의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한 주 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말끔하게 청소를 하고 나니 문득 한잔의 신선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헤이즐 넛으로 신선한 한잔의 커피를 내리고 크림을 타서 마시는 동안

미국 동부 펜실바니아 주 휠라델피아가 고향인 세계 속에 우뚝 선 한국인을 부모로 둔

바이올리니스트 새라 장이 아주 어려서 9세에 녹음한 에드워드 엘가의 대표작품 가운데

하나인 Salut Damour. Op. 12(사랑의 인사)를 듣노라니 많은 상념들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렇게 성질 고약하던 그가 내장출혈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이제 겨우 60대 초반인 그가 덧없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서로간 앙숙이던 사람들이 죽고 말았다. 산다는 것이 별거 아니란 말을 늘

어른들이 하던 옛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 세월의 흐름과 인생무상이다.

 

늙는 다는 것은 원숙 미를 안겨준다고 들 말들은 하지만 그것이야 고작 자위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 다면 인생의 순리요 그것이 사는 과정이요 인간의 삶이라고들

치부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늙는 다는 것은 생각에 따라서는 참으로 힘든 과정이며

슬픈 일임에 틀림이 없다. 총기가 맑던 사람이 어느 날 정신을 놓아버리고

기억력이 쇠퇴하여 자신이 어떤 행동이나 언행을 하고도 모르는 것을 주변에서

목격하거나 직접 바라보고 경험 한다는 것만큼 우리를 때론 슬프게 하며 고뇌에

빠트리는 일은 없다.

 

그러한 슬픈 모습들이나 가슴 아픈 일들이 결코 누군가의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자각하여야 한다. 바로 그런 것들이 우리들의 일일 수도 있고 우리 자신들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그 누구도 결코 장담이나 단언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서 속단이나 예견이나 장담을 할 수가 없다. 황우장사 같은

사람이 어느 날 불치의 병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인생은 숨을

쉬고 살아 있어야 살았다고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숨을 쉬고

있다고 하여서 그것이 또한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요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존엄死()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또한 얼마든지 많다. 현대의학은

발달하여 생명연장은 늘어나고 자원은 고갈되고 노령사회로 전락하여 생산성은

낮아지고 의료수가는 하늘을 찌르고 국가재정은 위기를 맞은 지 오래다.

 

무작정 한정 없이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정신으로 존엄 있는 삶을 영위할 때까지가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 까

생각한다면 그거야 개 개인마다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이 다르듯이

어디까지가 가치 있는 삶이며 인생이라고 논할 수 있을 까 또한 다양함은

논할 여지가 없다 생각한다.

 

웃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을 알면서도 우리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사랑은 배려이며 조건 없는 베품 이라면 자기성찰 또한

타인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이 아닌 철저하고도 냉정한 자신에 대한

자아비판 내지는 반성이 앞서야 하는 것이며 반추라고 바라보고 싶다.

나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서운함만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성찰이 아니며 아집과 독선과 기만 일뿐이다.

 

현명함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함부로 나의 주관과 시각과 가치관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 말아야 함이다. 교육의 고하를 막론하고 인생을

살만큼 산 모든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인생경험과 생존의 지혜가

차이는 있을 지라도 다들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인생경험이나

삶의 향기를 순수한 마음으로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나눌지언정 남보다

뭔가 조금 더 안다고 자의든 타의든 교조적인 자세로 가르치려 들지

말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작고 작은 미세함인지는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인생의 선각자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보여주고

이미 걸어갔고 인류의 양식으로 남기고 영원으로 이미 수세기 수십 세기

동안 죽음으로 떠나고 또 떠났다. 인생은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도 절대

겸손할 일이다. 절대 겸손이 무난하며 아름답다.

 

 

 

 

그저께 초로의 노신사 한 분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제 40년이란 내노라 하는

전문직에서 손을 놓고 지난 460 중반에 은퇴를 하신 것이다. 은퇴하고

나니 더 바쁘다고 말씀하시며 뉴잉글랜드 지방의 명문 하바드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음악의 길을 걸어가는 귀한 자녀의 공연도 참관할 겸 3개월간

모국방문을 하실 예정이라고 하신다. 언제나 깍듯하신 그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마음은 흐뭇하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 같으면 목과 어깨에

힘을 주고 뻣뻣이 걸어도 될 분이 것만 단 한번도 자신의 직업이나 지위나

그 어떤 것도 내세워 본적이 결코 없으신 분이다. 한국을 잘 다녀 오시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 고결한 성품을 갖고 계신 아름다운

분이시다. 요즘도 비올라 연주자로 Wikipedia 사전에 비올리스트 인명록에도

나오는 리쳐드 영재 오닐과 함께 실내악 음악활동을 하는 재능 있는 귀한

음악가를 자녀로 두신 참으로 인자하시고 고매한 인격을 갖고 계신 분으로

우리 같은 필부에게 모범을 보여주시는 귀한 인생의 선배가 되시는 윗분으로

언제나 작은 일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빼놓거나 잊지 않으시는 분이다.

감사하다는 말과 미소를 항상 늘 건네주는 사람 얼마나 아름다운 가

 

사랑하고 아끼며 살기에도 인생은 턱없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