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월도 중순을 향하여 가고 있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또한 멈추어주지를 않는다.
2주 동안 손 놓고 있는 시간 어느 한 순간 무기력감과 권태로 뇌세포 하나
하나를 채우고 말았다. 어떤 정점에 이르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조차 없고
알면서도 손을 놀려 자판기를 두드릴 용기와 에너지도 없는 텅 빈 공허함과
씨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정 힘든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산다는 것은 별 것 아니다.
숨이 떨어져 심장박동과 혈액순환이 동시에 멈춰 얼굴빛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지는
순간 생은 마침표를 찍고 영원으로 귀속되며 불러도 대답 없고 흔들어 깨워도
깨어날 수 없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그런 숙명의 순간이 인간 모두에게
다가오는 운명임을 알면서도 어리석은 우를 범하고 증오와 미움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거나 하는 것이 인간이다.
문득 가을이란 이름이 주는 서정과 계절의 에스프리가 그립다.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진 서정으로 충만한 계절 가을이 남겨준 아름다운
추억들은 늘 살아가는 동안 영혼 깊은 곳에 자나 깨나 자리하고 있다.
한 생애의 기뻣던 순간과 절대 절명의 절망과 슬픔과 심연의 고통 조차도
함께 하여온 타인들 그러나 결코 타인이 될 수 없는 인연들 시공간과 거리를
초월하여서 늘 함께 하는 들꽃 같은 아름다운 영혼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의 여정은
절대 고독이나 버거운 생의 무게에서 허우적대고 절대자에게 의지할 수 없을 때
따듯한 온기로 늘 가슴을 채워주고 하나의 불꽃으로 생의 길목을 밝혀주고 지켜준다.
살아가노라면 생의 끈을 놓고 싶을 때가 왜 없겠는가…
그 버거운 무게에 짓눌리고 지쳐 스스로 손을 놓고 혼절을 하고 백지장 같이
하얀 침대보에 쌓인 병실 침대에 몇 날 몇 일이고 오 헨리의 명작 “마지막 잎새’
같은 작품의 주인공처럼 눕고 싶은 그런 날이 왜 누구에게든 없겠는가.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그리 만만한 떡이던가.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은수저를 입에
물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이 지구촌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더 테레사처럼 주어진 일생을 희생과 봉사로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거룩한 정신의 영혼이 있는가 하면 호화호식 하면서 사회의
지도층이 되어 온갖 비리와 부도덕한 일들로 세상 범부들의 입에 회자되는
가증스러운 인물들 또한 넘치고 처지는 일과 세상사로 넘쳐나는 요즘이다.
반면 돈과 권력이면 다 된다거나 다라고 생각하는 세태가 오늘날 지도층이란
이름 위에 도덕불감증을 뽀얀 먼지처럼 쌓아놓고 이권다툼으로 아부와 가증스런
위선과 물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의 상업주의가 명품 족을
낳고 그 모든 욕구와 욕망을 채우고자 성윤리를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타락의
길로 나서 국내외로 만연한 많은 한국인들의 매춘조직으로 언론을 장식하는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현실 앞에 우리는 있다.
노천명 시인의 시어처럼 목이 길어 슬픈 짐승 사슴이 아니라 목이 길어 그리움을
안겨주는 중남미와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스와 옛 페르시아가 원산지로 아주
오랜 세월 BC 연대에 중국으로 소개되어 한국으로 들어온 석류가 그리운 계절이
머지않아 우리 곁에 가을이란 이름으로 다가올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보티첼리의 명화에도 등장하는 인류역사에 가장 오래된 과일류에 하나인 석류
중동사람들은 주스로 음식요리에도 귀히 사용하며 툭 터지면 옷에 붉은 물이
들고 마는 석류 또한 많은 시인들이 열정과 사랑의 상징으로 시어로 담아내는
과일이기도 하다.
석류 – 이가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함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야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트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
이가림 시인의 눈부신 표현으로 가득한 시 ‘석류’를 읽으면 어찌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 보다 더 어떻게 절실하고 뜨겁게 심연의 순수하고 숭고한
그리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시어 하나 하나가 눈이 부시다.
바로 이런 것이 시란 문학 쟝르의 묘미라면 더불어 이태리 작곡가
삐에트로 마스카그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를 듣는 다면 더 없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가을이 오는 소리가 사각 사각 발 밑에 들려온다.
Madonna of the Pomegranate - Sandro Botticelli
사람이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성장배경도
다 다르니 어찌 같은 모양이겠는가 더없이 착하고 맑고 순수하며
지혜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하고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삐뚤어지고 악의에 차거나 남이야 어떻든 나만 편하면 그만이고
내 고집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주변에는 비일비재하다. 결국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에 주변인들로부터 사랑이나 따듯한 손길이나 시선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따돌림에 생을 가치 없이 처절하게
손가락질까지 받고 생을 불우하게 마감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다.
옛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라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님을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이 자각하게 됨은 나만의 기우일까……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또한 세상에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 조차도
공짜가 아니며 없다. 인간이 저지르는 일들로 발생하는 공해가
오존층을 파괴하고 일기변화를 가져와 이상기온으로 물난리에
해일과 홍수와 가뭄과 식수와 농업용수로 지구촌 곳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현실 앞에 우리는 있지 않은가….
우리가 내리는 변기 물 하나 하나 부엌 싱크대에서 사용하는 수돗물
종이 한 장 한 장 모두가 절약하여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종이 한 장을 위하여서 어느 곳에서 인가 벌목을 하여야 하고
벌목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증시키는 일에 일조를
하고 그 피해는 우리와 우리들 자자손손에게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가르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수자원과 많은 자원을 아끼는 절약정신이 필요한 시대의
요구 앞에 우리는 있으며 이 여름도 이제 서서히 기울어 가고 있다.
머지않아 가을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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