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se Of Flowers - Claude Monet
스튜디오를 나서니 가난한 이웃 동네 어귀의 대로에는 어둠이 내려 가로등만
어둠 속에 기울어가는 여름 밤에 기대어 서있었다. 자동응답기에 빨간 불이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 급한 일로 직장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아니면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은 너무나도 뻔하고 정해진 일임을 알기에 아니 누굴까 라고 생각할
것도 없이 플레이를 누르니 아니나 다를까 “아무개야 나다 어떻게 하는 작업은
잘 되어가니 요즘 한 두 주 소식이 없어 궁금해서 전화했다. 다시 연락하자.”
먼 곳에서 온 그리움의 전화였다.
언제나 변함없는 진솔한 인연이란 가교를 서로 사이에 놓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안위를 걱정하고 염려하며 인생의 생사고락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늘 함께 하는
영혼의 손길 하나로 충분히 하루의 피곤과 일상의 무게는 위로 받기에 충분하며
가슴은 충만으로 가득히 넘치도록 채워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인간에게는
사고하는 능력과 느낌이란 뛰어난 감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 할 줄 알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이 있으면 고뇌하며 슬퍼 할 줄 아는 존재가
만물의 영장 인간이 아니던가.
아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돌아온 후 하루 쉬는 날 겨우 한 것이라고는 헤이즐 넛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면서 이런 경우 독서라고 이름을 지어야 할지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지만 어느 기자의 호주 대륙 여행기를 뜻하지 않게
만나 이미 북미 대륙횡단을 홀로 두 번이나 한 경험이 있는 터라 호주 대륙횡단을
괜시리 한번 꿈꾸며 그냥 푹 빠져 읽다 보니 눈을 뗄 수가 없어 다음 편을 읽고
또 읽는 동안 베르리오즈의 그 유명한 “환상교향곡”을 자그마치 두 개의
다른 교향악단의 연주로 듣곤 결국 북구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유일한
첼로 곡 하고 놀다 마지막으로 건너간 곳이 차이콥스키의 “사계, 소중한 추억,
멜랑컬리 세레나데와 빅토리아 뮬로바가 보스턴 심포니와 협연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결국 하얀 밤의 경계선에 도착하고 말았다.
사람은 꿈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 인간에게 꿈과 희망과 미래가 없다면 과연 살 목적과 용기가 생길까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 모든 것도 건강이란 것이 우선적으로 바쳐주어야
가능한 일이며 꿈도 꾸고 희망도 갖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일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며 모든 것이 백해무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그 누구도 장담을 못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건강일 것이다. 멀쩡하고 체구가 그 누구보다 더없이 건장한 사람이
하루 아침에 모든 주변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치명적인 병마로 생을
애달프고 슬프고 애통하게 마감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주변에서 목격한다.
그럴 때마다 망연자실하고 끝도 없는 허무 앞에 서고 만다.
모든 것은 살아서 가능한 일이며 존재 가치가 부여된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이왕 사는 것이라면 남에게 악하고 못되고 차갑고 냉정하며 비정하게
살아가는 비인간적인 모습 보단 지극히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올바른 가치관과 시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한 부분이다. 언제나 깊이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의 얼굴은 한 인간이
일생 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과 그 모습을 같이 한다라는 사실이다. 눈 모양,
입 모양, 얼굴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그 모습이 직감적으로 전해주는 느낌은
절대기준은 될 수 없다 하여도 통계적으로 바라볼 때 많은 이야기를 건네준다.
얼굴은 영혼의 창이란 말이 거짓이 아님은 세월의 성상이 말을 하여준다.
아름다운 영혼들의 모습은 언제나 온유하며 지극히 소박하며 맑고 동안이며
순수하기 그지없다. 더불어 겸손하며 착하기 이를 데 없고 고마운 것을
기뻐할 줄 안다. 질투의 화신이나 시샘하는 악한 마음을 볼 수가 없다.
품위가 필요하다면 역으로 소박하며 소탈한 인간적인 모습도 필요하다.
법정 스님의 저서의 제목 “일기일회”즉 모든 것은 생에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라는 귀한 말을 새겨보지 않을 수가 없다. 치열하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누구를 위하여서?
자신을 위하여서다.
가을이 저만치서 라벤다 향기처럼 바람결에 영혼 깊은 곳으로 다가온다.
살아 있씀에 가을을 기다림도 가능한 일이 아닌가 이 어찌 기쁨이요
행복이요 축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모두가 감사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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