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그리운 영혼들에게 바치는 야상곡

붓꽃 에스프리 2009. 8. 2. 20:03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문득 그리운 이름들을 가슴에 새겨보면서

오늘이 이 지상에서 마지막 날이라면.............

 

 

 

John Field의 Nocturnes,
이 곡을 제일 처음으로 붓꽃에게 소개하여주셨던 이지와 지성에 빛나던
문화공사를 지내셨던 어른도 그리고 깊은 인간적인 배려와 사랑으로
한 영혼의 병상을 매일 퇴근길에 30 - 40분씩 지키며 손을 잡아드리고
인생을 논하며 함께 다가오는 죽음을 논하였었던 님 모두 두 분 암으로
영원히 이 한 영혼의 곁을 떠나신지 어언 4년 8년이 되어간다………
 
그리운 님의 병상에서 우리 함께 제일 처음 듣던 John Field의 야상곡 Nocturnes....
 
님과 함께 그분의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나누었던 그 모든 절실한 감성과 우정과
사랑을 생각하며 비록 당신의 육신은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영혼만은 늘 한 영혼 안에
함께 거하기에 기억하며 님이 그리운 날이면 듣겠 노라고 약속한지도 그 동안 몇 해가
흘러갔다.
 
오늘도 나는 불현듯이 또 다른 한 영혼이 어느 곳에서 이 곡을 들으며 그리움이
배어나는 애잔한 일상의 이슬 먹음은 언어를 절절히 토해냄을 바라보며 또 다른
그리움에 가신 님을 생각한다.
 
 남북이산의 쓰라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영혼 깊은 곳에 늘 이 세상의 가장 애잔한
그리움과 외로움이란 언어로 담고 살아가시는 이 생명 다하도록 사랑하는 나의 님께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가슴 깊은 곳 영혼 안에 아름답기에 슬프고 때론 찬연한 
인생 앞에서 존재의 실존 앞에 고독과 외로움을 깊이 자아 인식하는 이지와 지성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선하고 올바르고 아름답고 순수하며 순결한 영혼들에게
이 곡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바치고 싶다.
 
남은 생애에도 나는 이 곡의 아름다움과 곡이 우리에게 주는 평안과 행복을
잔잔한 우화의 강물로 외롭고 고독하고 때론 일상에 지치고 원인 모를 쓸쓸함과
그리움에 아파하는 분들과 보편적인 인생의 행복을 알고 살아가는 분들에게도
널리 널리 나누는 마음으로 전파하며 살아갈 것이다………

 

 

 

가을에 밤(栗)을 받고 

                              - 이해인

'내년 가을이 제게 다시 올지 몰라
가을이 들어 있는 작은 열매
밤 한 상자 보내니 맛있게 드세요'

암으로 투병 중인
그대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아픕니다

밤을 깎으며
하얗게 드러나는
가을의 속살

얼마나 더 깎아야
고통은 마침내
기도가 되는 걸까요?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대의 겸손을
모든 사람을 마지막인 듯
정성껏 만나는 그 간절한 사랑을
눈물겨워하며 밤 한 톨 깎아
가을을 먹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그 웃음
아끼지 마시고
이 가을 언덕에
하얀 들국화로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