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은 생전 처음으로 오른쪽 어깨에 작은 불편함 순간적인 통증이 오른쪽
어깨에 느껴졌다. 스튜디오에서 그것도 일이라고 오른팔을 사용하는 동안
이상이 느껴져 아니 이게 왼 일 움칫하고 말았다. 문득 쓸쓸함과 더불어
세월의 풍상 앞에 이제 육신도 낡아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문득 절실한 감성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
프러시안 불루 같은 색감의 그리움으로 가슴 깊은 곳에 싸하게 다가왔다.
모든 그리움들이 절실한 감성과 그리움으로 간절하게 그리웠고 보고 싶었다.
물론 보고 싶어도 죽음이란 영원한 별리로 만날 수 없는 그리움들이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인연들도 홀로 이 세상에 출생을 통하여서 왔듯이
각자 주어진 만큼 자신의 생 즉 이 지상의 여정을 맞추고 언젠가 떠날 것이다.
그 누구도 가본적이 없어 알 수 없는 죽음의 그 너머 미지의 세계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극락이 될 수도 있겠고 천당과 지옥과 연옥이
될 수도 있으리라.
퇴근하고 나니 한밤에 전화벨이 울린다.
즉시 수화기를 들어보니 서울에서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였다.
사랑 담고 마음 담아 송금한 선물을 받았느냐 하신다.
언제나 그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와 때로 밀려오는
이지와 지성의 절대고독 조차도 위로를 받고 가슴과 영혼 깊은 곳에
잔잔하며 따듯하고 깊은 눈물겨운 사랑으로 충만하게 가득 채워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아버지란 이름은 이토록 따듯한 언어의 뉘앙스를
갖고 있는 언어의 조형물이다.
아버지와 자식이란 이 지상의 여정을 함께 하기까지 아버지의 세월도
아팠다면 이 자식의 세월도 많이 아팠었고 현재진행형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이 생명 다 하여 절대가치로 존경과 사랑을 바칠 수
있는 아버지가 나에게 있씀은 아무리 세상이 험하고 때론 곤고하여도
현재와 남은 생애를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와 용기와 생의 축복과
큰 위로가 아닐 수가 없다. 우리는 타인 그러나 유년에 스승과 제자로
출발하여 아버지와 아들이란 이름으로 끊을 내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맺어진 가족 사랑하는 아버지와 함께 하였었던
아득한 세월의 저 너머 지난날을 회상하며 오늘은 모국의 가곡과
옛 노래들을 들어본다.
아 그리운 아버지에게 수화기를 붙들고 넋두리를 하고 말았다,
‘아버지, 아버지가 너무나도 그립고 보고 싶어요.’
아버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에이고 싸함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그토록 젊으셨던 아버지도 이제 할아버지가 되셔서
세월의 성상을 많이도 넘어 서셨다. 어느 날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너를 보고 죽고 싶으니 급히 한국으로 나오라고
수화기 너머로 힘없는 음성으로 들려주시던 아득한 날 나는 가난한
학부의 고학하는 학생이어서 여름이면 공장에서 일을 하여야 하였던
날 갈 여비조차도 없어 울고 또 우는 것 이외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어느 날 그 다음해 가을날 학교를 휴학하고 태평양을 건너서 상처하시고
외로우시고 외로우셨을 아버지 곁으로 날아가 군에 간 동생과 대학을
다니던 둘째 동생과 막내 동생과 함께 남자들만이 있는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호주에서 공인회계사로 살아가는
둘째 동생은 국 담당 나는 세탁과 다리미질 담당 집안정리 밤이면
연탄불을 갈던 동생과 나 그리고 시장보기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퇴근하시고 돌아오시던 아버지를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제 큰 동생은 회사에서 파견근무 나가 북경에서 근무하고
막내도 가정을 이루고 자식 낳고 살아가는 세월 돌아간 모국의
가을날 둘째 동생과 함께 찾아간 어머니의 산소 앞에서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 뵙지 못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목놓아 땅에 주주물러 앉아 통곡을
하는 것 이외는 내 마음의 슬픔과 그리움과 서러움을 달랠 방법이
따로 없었다. 그 밤 돌아와 아버지 옆에서 자며 아버지 손을 잡아드리고
그리고 동생들 등록금을 몇 번 보내주는 것 이외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막내 동생의 애처로운 모습에 가슴을 쓰러 내리고
함께 아파하여야 하였던 세월들이 이제는 그저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세월의
노상에 있다. 간밤과 오늘은 진정 오랜만에 모국어로 된 흘러간 노래들을
불현듯이 어느 온라인 상에서 간밤에 만나 듣고 있다. 모두가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그런 가을날 같은 여름날 이다. 현미의 ‘보고싶은 얼굴’,
차중락의 ‘사랑의 종말’, 정원의 ‘허무한 마음’, 가곡 ‘얼굴’, 조영남의
‘옛생각’, 세월은 하염없이 오늘도 내일도 흘러가리라 그리고 이 여름도
깊어지리라 그리고 또 가을이 성큼 어느 날 다가 오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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