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파파를 만나면 우리는 늘 함께 산책을 즐겨 하였었다.
살다 보면 때론 만나서는 아니 되는 인연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연륜을 더해가면서 제 나이 값도 못하고 나이 70을 바라보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젊은 20 - 30대로 착각을 하고 행동거지나 옷차림도
걸맞지 않는 것은 물론하고 언행도 예외가 아니요 자신의 필요한 목적을
위하여서는 앞뒤를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 이기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도 있다. 가정을 두고도 매년 모국방문을 하며 옛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핑계를 대고 부인과 자식 몰래 그야말로 속된 표현으로 눈이 맞아
외도를 하며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주장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한치의 덕이 되지 않는 허접스런 인생도 있다.
사람은 인간다울 때 비로소 인간이다.
즉 옳고 그름에 대한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면 내 것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공동체 안에서 배려하는
한 치의 여백과 나눔의 정신도 필요하다. 모든 것은 개 개인의 가치관에
대한 시각문제다. 내가 갖고 있는 풍요나 물질의 부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 가를 생각한다면 비록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소유물 조차도
사회에서 온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돌고 도는 것이다.
그렇다고 죽을 때 갖고 가는 것은 더 더욱이 아니다. 속된 표현으로
땡전 한 푼 들고 가지 못하는 것이 인생의 마침표 죽음이 아니던 가.
아름다운 삶의 흔적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웃에 남기고 가는 것이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득 그리움에 오랜만에 국경 너머에 계신 파파께 전화를 드리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예야 진짜 오랜만이다. 그 동안 잘 있었니?”
“네, 대디 잘 있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대디 생각하고 있고 어느 한 순간
단 하루도 대디 생각하지 않은 날은 없고 근무 잘 하고 그런 줄 아세요.
대디가 아시잖아요. 아들은 영원히 대디의 아들인 것을요. 그리고 대디
제가 말예요 늘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요. 우리 대디는 눈썹 이외는
노인이라도 아직 그대로 검은 머리에 실제나이보다 젊어 보이신다구요”
“예야 이제 머리도 많이 빠졌다. 그렇게 나를 생각해주니 고맙다.” “대디,
아들도 머리가 빠지고 있는 걸요. 대디하고 아들도 늙어 가고 있어요.”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파파는 영원한 인생의 사표임을 잊을 수가 없다.
파파는 나에게 생명을 부어주시지 않으셨고 이방인이시지만 인생의 스승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이며 올바르고 이지적이고 지성적인
참된 삶인지를 몸소 일생을 두고 조건 없는 아가페 사랑으로 가난한 한 영혼을
구원하여주신 분이시다. 파파가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 조차 없다. 누구나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꼭 낳아주고
생명을 부어주어야만이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슴으로 기른 자식도
자식이요 가슴으로 이어진 부모님도 진정한 부모임을 어찌 감히 부인할 수
있으랴. 배은망덕을 하는 가슴으로 이어진 자식들도 있다면 내가 낳고
양육한 자식 가운데도 패륜아 또한 있지 않던가.
아버지란 이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일과에 잔잔한 기쁨과 행복으로
안개처럼 영혼 한 가운데 피어 오르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 종합비타민
역할을 하게 됨을 어찌 부인하랴. 삶의 큰 버팀목이 되는 것이 아버지란
고귀한 이름이다. 물론 세상에는 아버지로서 자격을 상실한 나뿐 아버지도
너무나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버지가 더 많다고 믿고 싶고
생각한다. 가을이 다가오니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파파가 더욱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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