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침묵의 비 내리는 가을날

붓꽃 에스프리 2009. 10. 7. 19:23

 

               Stained Glass Memorial at U.N. - 마크 샤갈/Marc Chagall

 

 

지난 2주전에는 갑자기 더위가 기습을 하더니 이게 왼 일 요 몇 일은 먼지바람에

춥기도 하고 기온이 뚝 떨어져 등골이 서늘해 간밤에는 두꺼운 상의를 걸쳐야

하였다. 퇴근 후 신문을 보니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동양계로 그것도 중국인의 성인 카오를 갖고 있지 않은가. 궁금증이

발동하여 그에 관한 글을 찾아 나서니 중국 샹하이 태생에 홍콩 차이니스 대학교에

근무하였다는 프로화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혹시 어쩌면 우리 브라더 스티븐의

스승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이미 오래 전에 중국인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지라 호기심에

동양인이 도대체 그동안 몇 명이 과학분야 특히 물리학에 수상을 하였나 찾기

시작하여 노벨 위원회 싸이트를 들어 갔다. 문득 스티븐 추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대체 이 과학자는 또 누구고 어디서 출생하였으며 무엇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나 궁금하였다

 

역시나 그는 미국 태생의 중국계 미국인 물리학자였다.

그리고 쭉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수상자 명단을 훌터 보는 동안 동양인이 몇 명이나

수상하였나 보니 노벨 물리학상을 시상하기 시작한 1901년 이후에 아래와 같이

중국과 일본에서 배출되었거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출생한 미국 과학자로서

수상자는 다음과 같았다. 노벨위원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들의 간략한 자기 소개서

즉 자서전을 읽는 것도 대단한 흥미거리였다. 출생지만 중국과 일본일뿐 한결 같이

절대 다수의 동양계 수상자들은 모두 미국의 내노라하는 연구소에서 연구에 매진하였거나

대학교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배출한 스승이었다.

 

1957년에 수상한 Chen Ning Yang, Tsung-Dao Lee(중국 출생)

1976년에 수상한 Samuel C. C. Ting(미국 출생)

1997년에 수상한 Steven Chu(미국 출생)

1998년에 수상한 Daniel C. Tsui(중국 출생)

그리고 올해의 수상자 Charles K. Kao(중국 출생)

 

1949년에 수상한 Hideki Yukawa(일본 출생)

1973년에 수상한 Leo Esaki(일본 출생)

2008년에 수상한 Yoichiro Nambu, Makoto Kobayashi, Toshihide Maskawa

(모두 일본 출생) 

 

아 내일은 우리 파파한테 전화를 하여서 꼭 여쭤봐야지 작심을 하고는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 국경너머 캘거리로 전화를 하니 이런 파파가 외출 중이시라고 요즘

건강이 조금 부실하신 어머니가 말씀 하신다.

 

 마마, 다름이 아니고요 어제 신문을 보니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브라더 스티븐이 재직하고 있는 홍콩 차이니스 유니버시티에 재직하였다가

지금 영국 연구소에 근무하는 분이세요. 카오 박사님이라고요. 혹시 스티븐

스승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니면 선임교수 였던지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여쭤보려고 전화했지요. 안부도 전해드릴 겸 해서요.”

 

, 혹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내가 너한테 전화

왔다고 말씀 드리고 그 말을 전하고 여쭤보마. 잘 있어라 사랑한다.” “마마, 저도

영원히 마마를 사랑해요. 영원한 저의 어머님 이시니까요. 내일 다시 파파께

전화 드릴게요. 여기는 오늘 추워요. 잘 계세요.”

 

그리고 매달 들리는 한국어 서점을 들려 구독하는 문학사상 10월호를

찾으면서 잠시 늘 만나면 맛깔스런 대화를 주고 받는 꼬랑지머리의 매니저와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그동안 구독하였던 계간문학지들을 모두 중단시켜달라고

부탁을 하니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갑자기 왜 중단을 하느냐고 묻는다. “

 

요즘 지독한 권태기에 빠졌어요. 그래 몇 박스의 그동안 구독하던 계간지와

월간문학지를 미련 없이 주변정리를 할 겸 뒤돌아보지 않고 버렸지요.

뒤돌아보면 정리를 할 수도 없고 또 미련에 쳐 싸놓을 것은 뻔하니까요.”

 

아이 그래도 그렇지 그 책들이 이런 보통 책들도 아닌데요……

그리고 요즘 알게 된 것은 그런 창비나 실천문학 같은 계간지를 읽고

의견을 교환하는 동호회가 있더라구요. 저도 몰랐던 사실이었어요.”

 

아 그래요

시집하고 법정스님이나 이해인 수녀님 글 이외는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간직하고 두고 두고 읽고 싶은 모국어로 된 문학서가 요즘은 마음에

없어요. 25년 모국어로 읽었으면 되었죠 뭐이제 도로 영어권의

책들로 돌아가 읽고 싶어요. 모국어로 된 책은 월간문학지 문학사상과

시집과 클래식 평론과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님 글 이외는 권태롭지않고

늘 간직하고 읽고 또 읽어보고 싶은 책이 없다 싶더라고요. 다른 것들은

이젠 너무 권태롭고 때론 배웠다거나 하는 사람들이나 지식인들의

가식이 싫기도 하고 견딜 수없을 만큼 지독히 권태로워요.

 

아니 그 이유가 뭔데요?

아니 갑자기 그 귀한 책들을 다 버리고 그토록 아끼던 계간지도 구독을

중단하고 뭐가 그렇게 쇼크를 준거죠? 일단 알았습니다. 아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법정스님 책을 버리지 못 할겁니다. 서류정리 하여서 중단하라고

올리지요. 그럼 잠시 쉬시도록 하세요. 아 그리고 올해 노벨 문학상을

누가 수상할 지가 궁금합니다.”

 

“이제는 주변을 정리하여가며 살아 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고 사람이

언제 죽어도 뒤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거나 하고 가야 하지 않을 까요.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 뒤에 남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주변사람들에게

누가 되어서는 아니된다 싶어요. 잠시 이거 이번 달 문학사상에 실린 신현림 시

<비내리는 창가 로비에서> 하고 김신용 시인의 <동해, 一泊> 읽어보세요.

음 대단해요. 신현림 선생님 시는 품위 있는 한잔의 커피 같다면 인생의

가장 밑바닥부터 살아온 김신용 시인의 시는 소주 같기도 하고 막걸리

같기도 한 느낌으로 서로가 다른 향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대단해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지요?”

 

아 그러니까 시인이지요.

누구나 다 시인이 된다면 무슨 맛이 있겠어요.

그리고 요즘 몇몇 계간지에 실리는 시들은 너무나도 전위적이라

일반 독자들이 다가가기에 좀 힘들고 전통적인 시다운 맛이 덜하다

싶단 생각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류시화

같은 시인의 시도 좋은 점이 많다 생각합니다.”

 

아 그런데 제 말좀 들어보세요.

얼마전 어떤 사람이 류시화 시인의 시집을 사러 와서는 이러는 겁니다.

 

읽기는 좋은 데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이 책을 출판하지요.

돈에 미쳐서 인가요…”이러는 겁니다.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지금

질투하세요이 소리가 목에 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았지요. 참 기가

막히고 별사람들 다 있더라고요. 싫으면 그 작가의 작품 안 읽으면

되는 일 아닌가요. 그리고 왜 책방은 오고 도무지 이런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가는 겁니다.”

 

아 그럼요. 책방주인이 와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필요해서 와서 책을 사면서 그 책의 저자를 욕한다면 말이 안되고

말고요. 싫으면 사지 않고 안 읽으면 될 일이지요.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참 사람들 너무하지요. 타인에 대한 배려란 것을

손톱만큼도 생각 못하는 거지요. 류시화 시인의 시가 읽기 편하고

소화하기 쉽고 좋던데 왜들 그러지요. 글쎄 싫으면 안 읽으면 되죠.”

왜 읽으면서 비난을 해요. 도무지 이해가 안돼요 그리고 못됐어요.

 

그러나 저러나 언제 시간 나시면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바우어 미술관에

가셔서 거장 화가 훼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전이나 관람하세요. 아마

우리 생애에 보기 힘든 작품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이

매일 이곳에 오는 것도 아닐 테니까요. 한번 검색에 넣고 쳐보시고

작품을 구경하세요.”

 

잠시 열더니....

 

아 대상이 부풀려있어서 그런지 왠지 행복감과 안정감을 주네요.”

 

, 네 바로 저도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이 화가의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뭔가 있어요.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저 작품들 하나에 수 백 만불 많게는 천 만불

단위가 크리스티나 소더비 미술경매에서 넘어가요. 저분의 작품은

전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 안된 곳이 없어요. 하물며 러시아까지요.

그런데 그는 화가 중에 가장 부유한 사람에 속하지만 그런 부를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 싶어요.

 

왜냐면 출생에서부터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않았고 네 살 때  

아버지 여의고 지독한 가난 속에서 홀어머니하고 자라면서 고생 많이

하고 살던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지요. 한국 화가 박수근 선생님 같은

분이라 할 까요. 그런 고생을 하고 대가 반열에 오른 분인데 이제

그런 부와 명성을 누릴 만하지 않을 까요. 꼭 부자만 부를 누리란

법은 없잖아요. 물질의 축복이 그들만의 전용 물도 아니고요.

가보세요. 가보시고 나면 올 한 해 그냥 별 의미 없이 살았다라는

생각은 하시지 않을 테니까요. 이제 가요 다시 봐요 다음달에요.

 

이름도 성도 모르고 잠시 매달 이렇게 스쳐가지만 서로 이렇게 주고

받는 대화의 깊이만으로도 서로 이대로 영원히 만날 수 없다 하여도

가식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충분히 이 순간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지

않은 가요?”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요즘 뭐 읽으세요?”

 

퇴근해서 어제는 에즈라 파운드하고 롸벗 후로스트와 티 에스 엘리엇에

관한 글을 읽었어요. 에즈라 파운드가 베니스에서 죽어서 그곳 일명

죽음의 섬인 San Michele에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하고 같이 묻혀 있어요.

이제 갑니다. 다음달에 봐요.”

 

아 그러세요. 잘 가세요.

고마워요. 보테로 작품전시회 알려줘서요.”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어둠이 내렸다.

저녁은 따듯한 마카로니 취킨 숩 그리고 온종일 홀로 뒹굴던 마시다 만

다 식은 카푸치노 반 잔 그리고 적포도주 멀로우 한 잔 밤이 깊었다.

 

정적과 고요만으로 채워진 가난한 영혼의 공간에 랩탑 작동 소리만이

잔잔히 흐른다. 급강하한 수은주는 화씨 56도 우리 동네에서는

추운 날씨에 속한다. 이 삼일 후면 도로 평년기온을 되찾는다 하지만

서늘하다.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정적과 고요함이

한없이 아늑하고 평안하다. 이 고요가…….  

 

                       White Cup And Saucer, 1864 - Henri Fantin-Lat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