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가을비

붓꽃 에스프리 2009. 10. 14. 22:12

 

   출처 - 님의 사진첩에서

 

 

이글거리던 여름날은 저만치 가고 정녕 가을이 발 밑에 자리하고 있씀이

틀림없는 시간 앞에 서있다. 오랜만에 실비가 흩뿌린 아침나절 블라인드를

살짝 제치고 창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불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 아 이 느긋함이여 하며 다시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포근히 덮고 잠을 청하고 말았다. 아침 11시 전화벨이 울린다.

 

“아이 또 누가 이렇게 귀찮게 하지……헬로우…”

“여기 은행인데 루이스야 약속을 잊어먹을까 보아서 알려주는 거다 알았지”

“응, 알았어 이따가 갈께”

 

하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아 그런데 잠시 떠진 눈이 안 감기니 할 수 없어 일어나 세면하고 곧바로

은행으로 운전을 하고 가니 비가 추적이며 내리는 것이 아닌가. 루이스는

저만치 않아 있고 담당 크리스티는 저만치 자기 책상 앞에 앉아 있고

다음은 전동 윌체어에 앉아 있는 여성이 보인다. 먼저 올 때 본 그녀였다.

크리스티가 앉으라고 자리를 권한다.

 

앉자마자..

“크리스티 저기 저쪽 책상 앞 전동 윌체어에 앉아 있는 여성 말이야 은행원이라면

딱 어울릴 것 같아..

 

“누구, 아이참............저기 저 사람…”

‘아 그 사람..............우리 투자상담 전문가야…”

“아 그래…………”

 

순간 좀 놀라웠지만 장애자라고 다른 직원처럼 전문인이 되지 말라는 법 또한

없지 않은가. 그녀는 필립핀 출신으로 머나란 이름을 갖고 있었고 아주 명쾌하며

유머 감각도 있어 근 한 시간을 기다린 시간을 보상해주고도 남는 그녀의 재치와

일 처리하는 솜씨였다. 경기가 앞이 안 보인다고 기대하지 말고 고정금리로

만기가 끝난 구좌를 차라리 장기 투자에 옮겨 놓으라고 조언을 한다. 하기야

은행이자가 1년 전에 비교하여서 반도 안 되는 형편이다. 다들 죽는 소리에

신용카드 갖고 있는 것도 모두들 구좌를 필요한 것이 아니면 주변에서 닫는

요즘 형편이고 식당은 전과 달리 값을 내려도 파리를 날리는 형편이라고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볼일을 맞추고 은행 문을 나서니 가을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가을비 얼마나 반가운 비 인가. 비가 잘 오는 지방에서 단비가 내리니 대기 중에

가득한 공해도 씻겨 내리고 비가 멈추고 나면 가을 하늘은 한층 높고 푸르름으로

가을의 정취를 깊이 있게 하여줄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오랜만에 맛볼 수

있는 깨끗이 정화된 청량한 가을 공기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기쁘고 반가운지

모를 일이다.

 

내일을 모르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눈 크게 뜨고 세일즈 품목이나 찾고 절약하는 삶을 살고들

있으니 돈이 돌아갈 이가 없으니 경기가 회복이 늦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싶은

요즘이다.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그러나 건강보험 개혁안이 상원 재무위원회를

14 9로 가결되어 통과 되었다는 소식이 래디오를 통하여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 한 표는 공화당 의원으로 뉴잉글랜드 지역이며 바다가재 랍스터 생산지로

그 명성을 갖고 있는 동부 최북단 메인주 출신의 올림피아 스노우의 반란의

한 표로 급 물살을 타고 있다고 한다. 공화당원이니 꼭 공화당이 제안하는 법안에만

표를 찍어야 하고 민주당이니 꼭 민주당이 제안하는 법안에만 표를 찍어야 한다는

논리도 없으며 그런 불균형의 의정활동이 있는 곳이 아니니 언제든지 자신의 소신과

정치철학이 맞아 떨어지면 표를 옳은 곳에 행사하는 사회의 국회의정활동이다.

아 그런데 ABC방송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이런 여기 저기서 그녀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있고 난리에 왕따는 맡아놓은 당상이고 다음 선거에 두고 보자며 벼르는 글부터

극언의 악플이 난무하고 있었다.

 

잠시 런던 타임스를 보니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가 대학도 졸업 못하고 그것도 2학년

과정을 재수강하고 있는 아들을 높은 공직에 임명하여 한바탕 파리 시민들을 들끓게 하고

있다는 기막힌 이야기가 오고 가고 뉴욕 월가는 올해 이윤창출이 높아 보너스로 전에 없는

돈 잔치를 할 예정이라고 런던의 데일리 메일 기사는 1면을 장식하고 뉴욕 타임스는

AIG 회사 역시 보너스 잔치를 하려고 하는데 연방정부의 금융구제를 받은 회사로서

일단의 기간이 지나 현행법을 더 강력하게 하지 않는 한은 구멍이 나서 딱 부러지게

규제를 하기가 힘들지 않을 까 하는 염려스런 논평을 내보내고 재무부는 모든 것을

엄격하게 조사하고 관리감독 하겠다 하고 세상은 요지경에 어느 하나 산뜻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소식이 없다. 마치 티비를 여러 해째 전혀 시청하지 않듯이 차라리 신문을

또한 읽지 않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보고 듣는 것 모두가

인생에 덕이 되는 것이 없고 모두가 골치 아프게 하는 일들뿐인 기사일색이다.

 

오랜만에 가을비가 밤이 깊어 제대로 낙숫물 소리를 귀에 들려주며 추적이며 내리고 있다.

낙숫물 소리를 들으니 감미롭기 그지없고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그리운 얼굴로부터 날아온

소식은 아 글쎄 어쩌자고 칠순을 넘기신 분께서 날 조개를 잡수시고 비브리오균에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이틀을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시지 못하시고 관절에 차오른

고름을 세척하고 투병생활 하시기를 두 달 이제 퇴원하셔서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뚝이며

보행을 하신다며 그립다고 시력도 약하신 분이 자판기를 두드려 글을 보내 오셔서 바다건너

수화기를 드니 출타 중이신지 전화를 안 받으신다.

 

가을날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백발을 날리며 바닷길을 달려 코스모스가 앞마당에 피어있는

친구 집에 데리고 함께 마실을 가시고 기타를 손에 들고 치시면서 칠순에도 냇 킹 콜이 부른

<투 영>을 부르시는 질그릇 같은 투박하고 소박한 가식 없는 모습으로 인생의 멋과 낭만을 즐기실줄아는 푸른 남해 바다 같은 분 배 떠나는 연안에서 배가 수평선 너머로 멀어져 갈 때

까지 손을 흔들어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떠나 보내주시던 정이 많고 결 고운 맑고 고운 영혼을 소유하신 어른이 가을비 내리니 새록 새록 가슴 깊이 그립다.

 

잠시 빈센트 밴 고흐가 프로방스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동생 테오에게 브레타뉴에 사는

고갱이 같이 살러 온다며 고갱이 오면 네가 나와 고갱에게 보내주던 생활비 250 프랑을

나눠 쓴다면 부담이 적지 않겠느냐며 아직은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한 고갱을 안타까워

하며 편지의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 1988 5월경에 쓴 밴 고흐의 편지를 읽는 동안에도

가을비는 추적이며 내리고 있다. 웃고 사랑하고 배려하고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나도 짧다.

 

칠순에 나홀로 여행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에베레스트로 떠난 어른은 오늘은 어디쯤에서

머물고 계실까 아직도 돌아오시려면 두 달이 남았는데 이 해의 끝자락 12월이 멀기만 하다. 인간에게는 각자 행복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가 발 밑에 들려온다.

 

 

영혼의 지기와 한번쯤 사색의 산책을 사진속 정경으로 

 

 

가을이 되면 - 오광수

가을이 되면

훨 훨 그냥 떠나고 싶습니다
누가 기다리지 않더라도
파란 하늘에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울긋 불긋 산 모양이 전혀 낯설지 않는

그런 곳이면 좋습니다

가다가 가다가 목이 마르면

노루 한마리 목 추기고 지나갔을

옹달샘 한 모금 마시고
망개열매 빨갛게 익어가는 숲길에 앉아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 들으며

반쯤은 졸아도 좋을 것을,

억새 꺾어 입에 물고 하늘을 보면

짓궂은 하얀 구름이

그냥 가질 않고
지난날 그리움들을 그리면서
숨어있던 바람불러  향기 만들면
코스모스는 그녀의 미소가 될겁니다

가을이 되면
텅 비어있던 가슴 한쪽이 문을 열고
나 혼자의 오랜 그리움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다림이 되어
그렇게 그렇게

어디론가  훨 훨 떠나고 싶습니다

 

 

 문득 흘러간 명화 모정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그리움이 머무는 민둥산 - 님의 사진첩에서 

 

 

가을이 오면 - 오광수

 

가을 여자는 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고
가을 남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원한다...

 

가을여자는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 여자의 인생' 되돌아 보며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이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건 꿈꾸는 일상의 희망사항일
죽였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새벽이 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차를 탄다

 

가을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어느해 가을
산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의 지도를 꺼내놓고 추억을 더듬어 가지만
가냘픈 신음소리만 귓가에 맴돌뿐
회상할수록 장미의 모습은 흐릿하게 멀어져간다
홀로 마시는 가을남자는 그래서 쓸쓸하다

 

가을여자가, 가을남자가,
가을이면 앓는 ...
가을에는 그럴까?


가을에는 걷자. 그냥 걷자.
가을색 유혹에 한번쯤은 못이기는 걷다 보면
잊고 있었던 먼먼 음성이 발밑으로 찾아와
걸음씩 디딜 때마다 그토록 설레게 했던
그리운 이의 목소리가 되어
세월로 닫아놓았던 가슴이 문을 연다.

 

허전함이 기다리는 공원벤치는 보지 말자.
걷다 보면 바람 뒤에 살금 따라와 팔짱을 끼는 정겨움으로
걸음씩 걸을 때마다
구름 위를 걷듯 그렇게 황홀했던 순간이 되어
파란 하늘에 그려진 가슴은 행복하다.

 

가을에는 걷자. 그냥 걷자.
가끔씩 눈을 감고 걸으면 억새들이 부르는 손짓과
가을 색에 자지러지는 새들의 날갯짓에
가까이 그리운 이의 소리를 들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