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가을날

붓꽃 에스프리 2009. 10. 3. 19:55

 

 

 

가을이 오긴 오는가 보다 염천의 여름날도 저만치 떠나가고 벌써 10월이 되었다.

10 3일 모국은 오늘이 추석명절 팔월 한가위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셀 수도 없는 너무나도 오랜 세월은 덧없이 흘러갔다. 소년이 그동안

세월을 저만치 흘려 보내고 중년이란 세월의 성상 앞에 속절없이 서있다.

이 속절없는 느낌 그래서 아마도 사람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가 보다.

 

문득 헤르만 헤세의 인생론이 잘 담긴 그의 시 한편<안개 속에서>가 떠올라

찾아 나섰다. 아름다운 시 한편을 읽는 다는 것은 때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실 앞에서 아름다운 삶의 향기로 채워주는 영혼의 생명수와 같은 역할이

아닐 수가 없다. 빵으로만 살수 없듯이 우리 인간에게는 영혼의 양식 또한

필요하다. 때로는 종교 안에 신앙이란 이름으로, 문학과 예술과 오락과 취미

생활을 통하여서 삶의 위로와 희로애락을 각자 추구하며 성취욕을 맛보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속성이다.

 

가을은 흔히들 사색의 계절 또는 결실의 계절이라고 한다.

모국에는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추석이 있다면 우리 서양에는 추수감사절이 있다.

가을날 이름도 모르는 모국 그 어드메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차창 밖으로

스쳐가며 만날 수 있는 황금들녘과 황금빛 찬연한 노랑 은행잎으로 포장된 오솔길과

도로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10월 말경의 그 아름다움을 어찌 잊으랴.

그뿐이랴 그리움이 넘실대는 남해바다의 고적한 작은 어촌의 고요와 맑고 푸른

하늘과 가벼이 출렁이는 물 비늘과 물결과 포말의 에스프리로 모국의 가을은 충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이제 너무나도 먼 곳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가장 외우기 힘들고 기억하기 조차 힘든 것이 있다면 한국인을 만났을

경우 1세들의 이름 듣고도 금방 잊혀져 눈으로 읽고 다시 읽어야 겨우 기억이

가능한 이름들 그리고 아예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추석 같은 날들 문화가 전혀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니 알 수도 없고 느낄 수 조차도 없는 세월이 되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현실이 아니다 보니 현실 감각조차도 상실하고 말았다.

 

10월말이 되어야 아 이제 한 해가 기우는 핼로윈이 왔고 곧 추수감사절이

오고 크리스마스에 새해가 되는구나 싶은 세월과 문화의 차이의 파고가 높은

세월의 성상 앞에 서있다. 문화의 차이와 모국과의 격리된 세월의 간격은

이렇게도 넓고 높아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추석이라고 각 게시판마다 글이

올라와도 현실감각이 없으니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고 바라보는 마음일 뿐

타인의 명절 남의 나라의 명절 같은 느낌으로만 다가오고 무감각 상태에 머물고.

피부치 하나 없는 모국과 격리된 세월의 장벽은 이리도 높게 가슴에 다가온다.

생김새와 피부색만 같고 내면은 서로가 전혀 다른 시각과 가치관으로 채워져 있는

이방인이 되어 있씀을 가슴 깊이 느끼며 가슴에 휑하니 찬바람이 스쳐간다

 

스튜디오를 향하여 차를 몰고 가면서 가을 길 위에 남들은 그렇게도 애타게

그리워하며 가고 싶어하거나 때로는 돌아가 살고 싶어하는 모국 그리고

모국의 명절과 그 정서와 문화들 그러나 왜 나에게는 그런 그리움이나

여건만 허락이 된다면 남들처럼 돌아가고 싶은 느낌 조차도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아득한 유년시절이란 모국의 빛 바랜

정서와 추억 저 멀고 먼 뒤안길에 굳게 멈춰 진 채로 닫혀져 있씀을 떠올리고

생각할 수 있을 뿐 설명할 수 없는 애잔함이 가슴 깊이 스쳐갈 뿐 이었다.

 

이제는 영원히 돌아 갈 수 없는 모국은 헤르만 헤세가 모국 독일을 떠나

스위스에서 독일계 스위스인으로 살아가며 느꼈었던 그런 느낌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스튜디오 건너편 공동묘지에 가을이 내리고

있씀을 빛 바랜 가을 햇살과 묘비 위에 나뒹구는 낙엽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순간 평안함이 온 전신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시 안개 속에서를 떠올리며 헤세와 토마스 만 그리고

헤세와 로망 롤랑과의 고귀한 우정을 생각하는 시간 위에 조만간 헤세와

토마스 만이 주고 받은 서간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랑보다

더 진솔한 것이 있다면 진정한 이지와 지성의 교류가 함께 하는 영혼 깊은

정신적인 교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여본다. 헤세만큼 내면적인 영혼의

충만과 향기와 가치를 추구하였던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수채화를

즐겨 그렸던 화가이자 작가로서의 헤세는 대부분의 지성들이 그렇듯이

퍽이나 외롭고 고독한 영혼의 보헤미언이자 지성이었다.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 투표에서 우리는 탈락하고 남미 브라질은 남미대륙

최초로 개최하는 영광을 안고 대학도 졸업 못한 금속노동자이면서 노조의

대표였던 루이즈 이그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날아가

브라질 축구의 전설 펠레와 함께 참석하여서 유치경쟁에 전력을 다하고 국제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개최지 결정 발표가 리오 데 자네이로로 나오자 마자 펠레는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대통령 룰라는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흐느껴

우는 감동적인 장면이 신문에 게재되어 전세계로 타전되었고 브라질 전체는

축제분위기에 들떠 있다고 각 신문들은 런던에서부터 뉴욕까지 멀리는 우리

서부까지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지진으로 아직도 수 천명이 매몰되어 있고 이란의 현 대통령은

놀랍게도 유대계란 사실을 감추고 있다고 영국의 신문 텔리그래프는 기사를 내보내고

나영이 사건으로 모국은 아동성추행 범이 극형에도 모자를 텐데 뻔뻔스럽게도

파렴치함으로 일관하고 있고 법을 집행하는 판사와 법원은 웃지 못할 코메디 같은

판결을 내렸고 아무 것도 모를 9살 소년을 영국에서는 소녀로 성전환 수술을 하였다고

기사가 타전되어 오늘도 희비가 엇갈리는 요지경 세상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벌써 이 한해도 기울어 10월이 다가와 가을이 서서히 깊어가고 있고 오늘 모국은

추석날이요 머지않아 다음달이면 우리에게는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게 되는 계절의

모퉁이를 우리는 돌아가고 있다. 가을이다.

 

 

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 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그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