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병상에서

붓꽃 에스프리 2009. 12. 27. 01:24

 

 

 

일생동안 크리스마스에 아파 보기는 처음이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하게 다른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니며

다른 평일과 다를 바가 없는 자신의 일상이지만 약을 복용하고

한숨을 자고 일어나니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가 와도 이번처럼

고민이 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로 말이 나와야지 상대에게

말을 하지 벙어리가 되어버렸으니 어찌 대화를 한단 말인가.

 

모기 목소리만큼 나오는 음성을 상대방이 겨우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그 조차도 밭은 기침을 하여야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다음을 약속하고 수화기를 내려 놓을 수밖에는 없었다. 허스키하고

맛이 간 목소리를 상대는 농담을 하느라고 멋지다고 한마디를

툭 던진다. 그 조차도 아끼는 마음임을 알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병상에서 안부전화를 받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늘 그리움이 밀려오는 날이면 우리는 서로 비록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늘 함께 함으로 일주일 내지 이주에 한번씩 서로 꼭

안부전화를 주고 받는 세월을 함께한 진솔한 진정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우정과 사랑을 함께한 다정한 친구이자 형제의 정을

주고 받는 한결 같은 마음의 깊이로 살아가는 이지와 지성을

함께 하는 인생의 지기이다.

 

때론 살아가면서 이게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냉혹하게

눈물이 날만큼 아끼고 사랑하기에 예리하고 차가운 이성으로

야단을 쳐주는 사람 그러면 그 마음 위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자신을 가다듬고 상대가 늘 내게 강조하는 세상의 자질구레한

인연에 대한 모든 미련을 옆으로 밀쳐버리고 자신만의 철저하고도

처절한 고독 앞에 서서 모든 것을 절제하며 살아가는 일상.

그 안에서 자신과의 싸움과 투쟁에서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고

미학을 추구하라는 상대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가슴에 새기지

않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 인간관계란 어느 날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져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고도 한결 같은 서로에 대한 진솔한 인간적인

신의와 배려 더 나아가서 이해와 관용과 끝없는 이성적인 따듯한

관심으로 서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의

생각과 추구로 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란 생각이다.

 

아프다고 두러 누울 수만은 없는 일 일어나 뜨거운 한 잔의

차라도 마시고 약을 복용하고 잠시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정신을 맑게 하는 인생의 지침서로서 손색이 없는 법정 스님의

맑고 고운 영혼의 울림이 담긴 수필 <아름다운 마무리>

몇 페이지 읽어내려 간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를

잘 일러주는 인생론이 담긴 양서가 아닐 수가 없다.

 

수많은 작가들의 수필 때로는 언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너절한 언어로 알려진 이름만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책값이 아까워 글 같지 않은 언어의

배설로 가득한 부질없는 책들 서점에서 손에 들었다가

놓아버리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진정한

구도자 이해인 수녀님이나 법정스님의 저서는 적어도 우리의

피폐한 영혼을 정제하여주고 위로하여주며 영양공급을 하여

주기에 손색이 없는 양서 목록에 들고도 남는다.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과 시각과 인생철학도 다르듯이 인연의 깊이와

색감도 다양하다. 소박하고 단아하며 간결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면에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겉으로 치장된

전시효과를 갖고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각 개인의 선택 일뿐이다. 인생이 공수래 공수거 라면

진정 가치 있는 삶이 어떤 것이며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인생의 내면의 충만과 성숙 없이 어느 인생도 빛을 발할 수

없으며 진정한 존재가치의 의미를 부여 받을 수 없다.

물질이란 일상과 삶의 편리를 위한 도구라면 진정한

인간 내면의 가치추구를 위한 바탕이 될 수는 없다.

아픈 만큼 성숙하여진다고 누가 말을 하였던가. 먼저처럼

사경에 가까운 독감은 아니기에 이길 수 있고 일어나

이 새벽녘 잠시 자판기를 두드려 독백을 하여본다.

 

고독하고 외로운 영혼을 만나면 따듯한 가슴과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고 불의를 보면 불의라고 명징하게 말을 할 수 있으며

부정 보다는 긍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깊이 있는 인생의 가치와 삶을 추구하는

그런 모습이고 싶다.

 

따듯한 가슴과 시선으로 세상과 사물이나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그런 사람들이 아름답다. 이기적이고 정신의 기저가 질투와

시기로 때론 자기밖에 모르는 어이없는 인생과 자만보다는

겸손의 미덕을 우선으로 하며 한결 같은 신의와 영혼의 그윽한

향기를 갖고 있는 영혼이 아름답다. 소박하고 자신의 처지에

어울리는 단아한 삶을 살아가는 영혼이고 싶다.

 

이제 다시 자리에 누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