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붓꽃 에스프리 2010. 9. 22. 18:32

 

이메일을 열어보니 왜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 많은지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오라니 할 수 없이 결국 늦은 저녁

내님의 사무실을 찾아가 비서와 님의 배우자 되시는 분과

별 것도 아닌 잡탕스런 이야기를 나누며 늘 그렇듯이 마지막

남은 한 잔의 커피를 타 마시는 동안 우스워들 죽겠단다.

 

아참 별 이야기 한 것도 없고 웃기는 이야기는 더 더욱이

아닌데 두 여인들이 배꼽을 잡고 우스워 숨이 넘어간다.

그것도 영어로 나누는 대화 이것만...

 

왜 그렇게 웃기냐며...

아 그런데 한국사람들 만나면 농담을 하지 않는 다고 다시

우스워 죽겠다고 박장대소들을 한다.

 

왜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화정서가 달라서 지금 여기서 하는 식의 대화는 힘들고

잘못하면 오해받고 버릇 없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지요.

그래 도무지 뭐라고 우스개 소리를 할지를 몰라 하지를

않지요. 영어하는 당신들 한테는 얼마든지 웃길 수 있지만요.

 

아니 여기 좀 봐요..

주사바늘로 찌르니 얼굴이 빨개지는 것좀 보아요...ㅎㅎㅎㅎㅎㅎ

두 여인들이 우스워서 다시 죽겠다고 야단이 났다.

 

다시 들리지요....저 이제 갑니다......

음 아마 그 소리가 몇 달이란 말일걸....

아니 뭔 소리를요....

지난번에도 그랬던 것이 오늘까지 3개월이 되었잖아..

늘 마음은 있어도 시간에 쫓기고 쫓겨서 그렇지요.

추수감사절 전에 들릴게요...안녕....응 다시 보자구....잘가..

그리고 돌아오는 길..........

 

발길을 돌려 저녁 늦게 늘 한 달에 한번씩 들리는 서점을 갔다.

문득 고독과 쓸쓸함이 스쳐갈 때도 그리고 아닐 때도 발길을

내딛는 내 영혼의 쉼터.....

 

서가에 신간들을 들춰보아도 내가 볼만한 책은 없었다.

이제는 주변을 정리하여 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세월 앞에

서있기에 늘 그랬듯이 조용히 단아하게 자신을 지켜가며

흔들림 없이 살아가고 싶다.

 

고독의 사나이...

서점의 매니저가 멀리 다른 주에서 온 손님과 책 내용을 두고

열변을 토한다. 전화벨이 울린다. 노모님이 들려가라시며

추석이 내일이니 저녁을 함께 하잖 다고 말을 하셨단다.

아 그런가요.

 

선생님은요....

저요. 뭐 11월 추수감사절이나 되어야 명절일까요.

터어키 요리가 가장 먹고 싶구만요.

 

아 그런데 그분 아시죠?

누구요?

아 그 70되신 분 늘 희말라야 오가면서 사시는 어른 말입니다.

아 그 분요...왜요....이번에 또 희말라야 밑에 어느 마을에서

뭔 일을 하시고 올라가신 다네요. 참 대단하세요. 건강도 그렇고요.

 

그래요....

그런데 당신이나 나나 우리 건강으로는 그 높은 고도의 산을

올라갈 수 없을 겁니다. 아무나 그 높은 산을 오르나요...

아 주변에는 멋진 분들 많아요....

 

뭔 말씀을요....

 

나이 70에 거뜬히 희말라야 오르는 분에 킬리만자로 오른 분들이

계시지요. 젊은 사람들도 꿈도 못꾸는 높은 산을 말입니다.

얼마나 멋집니까...일류 호텔로 다니면서 유유자적하는 것도 아니고

도전을 하는 마음으로 남들이 하기 어려운 여정을 다녀오시는 분들

그 용기와 대담함이 대단하고 아름답지 않은 가요. 그 겸허함과

삶을 겸손하고 단아하게 살아가시는 열정과 패기가 말입니다.....

 

세상에는 난척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인생이란 것 알고 보면 별 것 아닌데도 척하는 사람들 보면 우습지 않던가요.

아...말이지요 그저께 간절한 기도를 바치면서 어느 분의 임종을 하였거든요.

남을 의식하고 쓴 잘난척하는 별 내용도 없는 허접한 책들이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법정스님이나 이해인 수녀님 같은 분들의 영혼의 글들은 영적인 순결한

그분들만의 모노로그 독백이 아니던가요.

 

그 독백이 다른 허접한 글들 보다 몇 백배 몇 천 배로 값지지 않던가요.

기교나 언어유희가 없기도 하고요..

 

아 그런데 선생님 그런 분들이 흔치 않지요.

아 그러니까 그분들이 특별히 이 시대의 소금과 빛이 아닐까요.

아 그럼 다음달에 봅시다...갑니다...

 

          사랑하는 내 모든 인연들에게 바치며...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익어서 떨어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사랑하는 내 모든 인연들과 영혼 깊은 곳에서 함께 이 오솔길을 산책하면서 이 가을에...

 

 

가을 바람 이해인

 

숲과 바다로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내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어

내가 남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가도

외롭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