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너에게 그리움이 될 수 있다니 고맙다

붓꽃 에스프리 2010. 9. 25. 18:12

 

꼬박 날밤을 새고 학교를 다녀온 날 피곤해 눈도 뜰 수 없는 상황의 저녁나절 전화벨이 울렸다.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 떳다......일요일 올라오는 기회가 있다며 만나잖다.

 

자기가 살고 있는 해군기지가 있는 항구도시로 자기를 보러 올 수는 없느냔다.

늘 정해진 일상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현재 짊어진 삶의 무게가 내게 찾아온지

이제 2년을 넘긴 시점에서 어떻게 움직일 수가 있겠느냐고 하였다....

 

문득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려고 생각하니 아무도 없었단다.

그리고 생각한 것이 오로지 단 한 사람 붓꽃뿐 이었단다.

 

그래 예야.....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고독하면 고독한대로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삶이며 인생이란다.

진짜로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은 고독하고 외롭다고 말로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다만 자기 삶을 살아 갈뿐이다 라고 일갈을 하였다.

 

먼 곳에서 볼 일이 있어 오는 길에 올라 갈 테니 주일날인 일요일 점심식사를 같이 하잖다.

아마 만난 지 한 2년이 되어갈까 싶다.....늘 내 영혼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이 미국이란 하늘 아래 동생 같은 진실한 인생의 지기인  단 한 명의 유일한

한국인 친구녀석이 찾아 온단다.

 

녀석도 이제 늙어 가나 보다 그리고 꽤나 외로운가 보다.

그리움을 느끼는 시간이 다 있다니.....이제 철이 드나....

 

고맙다....

내가 너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사랑하는 내 모든 인연들에게 바치며...

 

 

가을 바람 이해인

 

숲과 바다로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내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어

내가 남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가도

외롭지 않네

 

      사랑하는 내 모든 인연들과 영혼 깊은 곳에서 함께 이 오솔길을 산책하면서 이 가을에...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익어서 떨어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