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병상에서 띄우는 편지

붓꽃 에스프리 2010. 9. 29. 05:35

  

  Vincent van Gogh - Pieta 

 

 

섭씨 40도를 연일 오르내리는 불 가마 같은 기습적이며 날벼락 같은 더위를

동반한 일기변화로 불청객인 앨러지가 찾아와 고통은 몸살과 함께 상상을

초월하였다. 어느 날 잠시 봄에 스쳐간 녀석처럼 인후가 건조하고 급기야는

온몸이 나른하여지고 아침조석으로 잦은 마른기침을 동반하고 목소리는

갈라지고 쇳소리에 목이 아프고 하도 기침을 하여서 뱃가죽이 땡 기고

아파서 침조차 삼킬 수가 없을 정도에 온종일 물병을 입에 달고 살았던

변변치 못한 사람의 지난 몇 일 이었다.

 

몸이 나른하고 무기력감에 빠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무겁고 다리는

천근 만근 같고 날씨는 연일 불 가마로 섭씨 40도와 45도 사이를 오르

내리며 기록을 갱신하며 온 천지를 염천으로 달구고 있다. 생전 에어컨이란

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아파서 약을 복용하고 쉬노라니 등줄기에 땀이

물처럼 흘러내려 어쩔 도리 없이 에어컨을 켜놓고 물과 커피를 번갈아

가며 마시고 띵한 머리로 하여금 견딜 수 없어 다시 약을 복용하고 아침

조석으로 지속되는 기침으로 고문을 당하고 있는 상태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자 마자 날씨가 급변하는 것에 몸이 적응을 하지를 못하였나 보다.

 

이번 학기 매주 월요일에 있는 시험준비 앞에 온 몸은 아파오고 막막하기

그지 없었고 퇴근 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일단 날은 덥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눕고 말았다. 쉬고 몸이 풀려야 책을 들추던지 공부를 하던지 말던

지를 하지 이 상태로는 견딜 도리가 없고 차라리 병실에 두러 누워 있고

싶은 심정이었다. 눈을 뜨니 새벽 5시 다시 일어나 간단히 훌터 보고 알고

있는 만큼만 시험을 보리란 각오로 일찍 길을 나섰다. 언제나 그렇지만

긴장한 만큼의 시험문제는 아니어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부담 없이 시험을

맞출 수가 있었다.

 

길을 나서니 온 천지가 열기로 가득하다.

아 이제서야 우리 지방의 전형적인 여름 같은 여름이 오고야 만 것이란 생각이었다.

올 여름 언제 재대로 한 번이라도 더웠던가 이상기온으로 그동안 시원한 여름 잘

지내 오지 않았던가. 문제는 연일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지독한 더위의 염천에 갑자기

앨러지 증세가 심하다 못해 온 몸 전체가 아파 눕고 말았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요 몇 일전에 우연히 고 요한 이태석 신부님의 고귀한 삶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프니 도무지 집중력이 떨어져 어떤 것도 열정적으로 할 수 없다. 무기력 한

느낌 앞에 발버둥을 치는 모양새다.

 

힘든 하루와 밤을 넘기고 다시 하루 아침의 경계를 넘어 정오가 넘었다.

빈속에 약을 복용할 수는 없으니 터어키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한다. 골이 흔들리고

온몸이 부서져 내리는 느낌에 오른쪽 어깨는 그나마 덜하더니 악화가 되는지 갑자기

다시 불편함을 동반해 통증을 가끔씩 느낀다. 어서 이 더위가 가셔 전과 같이 시원한

날씨였으면 좋겠다는 작고 간절한 소망 앞에 서있다. 그리고 몸도 원상회복을 하였으면

좋겠다. 건강만큼 이 세상에서 소중한 것이 있으랴 강조하고 또 강조하여도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처음과 마지막도 건강이다.

 

병상에서 만난 감동 휴먼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름 <톤즈의 눈물> 그리고 요한 이태석 신부님이란 이름이었다.

대체 누구이며 어떤 인물일까 궁금증이 발동하여서 찾아 나서기로 하고 여기 저기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의사로서 아프리카

오지 중에 오지 오랜 내란으로 가난과 피로 얼룩진 남부 수단에서 온 몸과 온 영혼을

받쳐 문둥병 환자와 각종 질환과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부녀자와

노약자들을 보살피다가 대장암 말기로 모국의 하늘에서 선종한 거룩한 영혼의

한 수도자의 삶이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다큐멘터리였다. 아니 당신이 누구든

당신도 눈물 없이는 한 위대하고 거룩한 영혼의 이야기를 마주 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이 약관 48세로 참으로 무궁무진한 일을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한 위대한 영혼이

한 생애를 마감하였다. 암으로 생애를 마감하신 요한 신부님의 형님은 그분도

성직자로 신부님 이요 누님은 수도자로서 수녀인 10남매 가정 아주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였던 분이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 신부님은 온전히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셔서 한 생애를 거룩하게 마감하신 세상에 귀감이 되고도 남는 성자에

가까운 인품을 갖고 계셨던 분이었다. 사랑하는 누님 곁에서 신부님은 지난 1 14

새벽 5 35영면에 들어가시고 선종하셨으며 전라남도 담양 살레시오 성직자

묘역에 안장 되셨다.

 

아름다운 생각과 순수한 영혼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우리는

마땅함에도 세상의 이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가 없다.

살인과 마약과 매춘과 각종범죄로 얼룩진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그 가운데 희망 한 가닥은 <톤즈의 눈물>같은 요한 신부님

같으신 거룩한 영혼들이 이 지구촌 어느 곳인가 가장 소외된 곳에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다시 자리에 누워야 하겠다. 모두가 그립다.

먼 길을 떠나신 님도, 나의 님도 그리고 모든 사랑하는 영혼의 벗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