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 몸을 의자에 기대고 있는 데 전화벨이 난데없이 울린다.
이 시간에 전화를 할 사람은 없는 데 하고 수화기를 들으니 청아한
한국어가 들려온다. 그런데 누군지를 얼핏 몰라 누구냐고 하니 누구라고
한다.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생을 시공간을 초월하여서 함께 쌍둥이처럼
지내온 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유년시절 친구의 큰딸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캐나다에서 공부를 맞추고 친정인 한국으로 돌아가 교포의 외동아들과 연을
맺고 결혼을 하고 한 시간 거리 정도의 해변도시로 시집을 온 것이다.
친구인 아버지가 전화를 하였냐고 재촉을 하여서 안부를 전할 겸 전화를 하였다고
한다. 여동생은 미국 동부로 시집을 가서 아들을 낳고 살고 있고 언니가 되는
친구의 큰딸은 우리 동네 근교의 해변도시로 결혼을 하여서 온 것이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아무도 없는 낯선 도시로
시집을 와서 제 아빠의 쌍둥이 같은 죽마고우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어찌 감개무량
하지 않으랴. 딸이 하나 생긴 느낌이다.
외로워하지 말고 외롭거나 힘들어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전화를 하라고 일러주며
아빠 대신 이야기를 들어주마 하였고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였다.
서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전문직을 공부한
친구의 딸이 곁으로 왔으니 친구를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리라 생각한다.
무상한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가고 친구와 더불어 많은 세월의 성상 앞에
서 있씀을 생각하게 된다.
시부모님을 시부모님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버지 어머니 하나 더 얻었다고
생각하고 시어머니 시아버지 남편 친정부모님 생신 날을 꼭 달력에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그날이 오면 축하와 감사 카드와 꽃 보내드리며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대접을 해드리고 사근사근하게 며느리 이전에 남편이 외아들이니
딸 역할도 함께 잘하며 화목하게 살라고 일러주었다. 네 사랑은 네가 받는
것이니 네가 먼저 마음을 열라고 하였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신이 버쩍난단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 자식을 낳아 기르면 자식들이 부모인 너에게
보고 배운 대로 또 잘 할 것이라고 일러주고 굿나잇 인사로 마무리 하였다.
조만간 아빠 엄마에게 전화를 하마 하였다.
나는 세계 어느 곳을 가서 공부하고 살았든 네 아빠와 함께 찍은 흑백사진을
잊지않고 늘 갖고 다녔다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그런 영원한 인생의 지기라고....
세월이 참 많이도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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