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온종일 병상에서 아파서 끙끙 앓고 있었고 겨우 저녁이 되어서야
캐나다에 계신 파파께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드렸다. 유일한 내 영혼의
안식처요 위로요 절대적인 아가페 사랑이 되시는 내 인생의 영웅이신
그리운 파파의 음성을 듣고서야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기가 막히었다. 할 일은 태산인데 아프니 어찌할지를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마지막 남은 과정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학교를 가야 하기에 온종일 취킨 숩을 물 마시듯이 마시고 또 마시고 항생제는
가급적이면 복용하지 않음이 좋은 일이기에 피하고 감기약을 갖다 준 것을
온종일 시간 맞추어 복용하고 침대에 누워 쉬고 또 쉬고 바깥 출입도 하지
않았다.
약을 복용하고 평소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니
그리운 얼굴들이 모두 돌아와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쌓인 일들을 처리하고
다시 직장에 들려 매월 있는 직원교육을 받고 돌아오니 오후 저녁시간
빈속에 약을 복용할 수는 없기에 소태 같던 어제의 입맛 보다는 나아진
오늘 그래도 억지로라도 이제 시작하여야 하는 태산 같은 양의 공부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그래도 식사를 맞추고 약을 복용하고 일어나 잠시
뫼닮 선생님 방에 들리노라니 흘러간 가요 "꿈꾸는 백마강"이 흐르고 있었다.
감회가 깊은 노래다.
이 노래를 듣던 시절이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 같은
나이 차이를 갖고 계시다 일찍 요절하신 집안에서 가장 두뇌가 뛰어나고
명필이셨던 장형님이 우리에게 일본제 빅터 전축으로 푸치니의 토스카와
더불어 들려주시던 곡이었다. 문득 가신 님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님을
모국의 국립묘지에 모시고 살아온 거의 사반세기나 되는 길고도 긴 세월
그동안 민들레 홀씨 되어 먼 이역에서 이방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자신
앞에 서서 잠시 지나온 인생 여정을 뒤돌아 본다.
잠시 병상에서 파파와 함께 지나온 세월도 뒤돌아 본 시간이었다.
그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내가 역경과 시련 속에서 아파할 때 유일하게
이 세상에서 나의 구원이 되어주셨고 절대적인 사랑으로 감싸주시고 희망과
살아야 할 존재의 의미가 되어주셨던 파파와 함께 지난날을 회상하며
나누었던 간밤의 전화통화 그리고 오늘 지금 이순간 그래도 조금은 회복하여
사랑하는 내 영혼의 벗과 뫼닮 선생님과 아직도 긴 여정에서 돌아오시지 않은
그리운 매스터 선생님과 진솔하신 블로그 이웃이자 귀한 인연이신 몇 몇
벗님들에게 소식을 전하고자 자판기를 두드린다.
민들레 홀씨 바람결에 날아가 자리한 먼 이역 그러나 민들레는 홀로 고고 히
피어나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 다른 꽃들과
다른 점이다. 한나님, 오랜 세월을 두고 진솔하게 함께 하여오신 내 블로그
벗님 이시요 형제 같으신 분의 블로그에서 만난 이해인 수녀님의 곱고 고운
글 "친구야 너는 아니?"가 오늘처럼 내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때는 없는 것
같아 여기에 영혼의 편지 글로 여러분들에게 바치는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조금 상태가 호전되어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소식을 전하게 되었으며
아직도 약간의 두통은 가시지 않고 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싸울 만 하단
생각입니다. 다시 책과 씨름을 시작하여야 하기에 방학 동안처럼 자주 글을
올리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단 생각입니다...........
친구야 너는 아니?
이 해 인 수녀
친구야 너는 아니?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거래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날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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