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art - Piano Sonata No.14 in C minor, K.457 - Molto allegro
설날이 다가오나 보다.
모국에 계신 블로그 이웃 벗님 들이 요 몇 일 설날을 이야기 하신다.
솔직히 나는 서양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설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기도 하지만
문화가 다른 사회와 나라에서 너무나도 오랜 세월을 동화되어 살다 보니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여 본적도 없고 솔직하게 관심도 없다. 내가 몸담고 사는 현실이
아니다 보니 그런 것이 가슴에 와 닿지도 않기도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고 살아갈만한
마음의 여백이 없다. 만약에 나에게 혈육이 모국에 있다면 또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혈육 한 점도 없는 모국은 너무나도 먼 나라로 가슴에 다가온다.
전후 피폐하고 보리 고개시절의 헐벗은 모국 이외는 기억에 없다. 국민학교시절
학교를 가면 미국과 유엔에서 원조물자로 보내준 강냉이 가루 죽을 끓여서 한 국자씩
급식으로 퍼주면 그 조차도 달게 멀고 우유가루 한 국자 퍼주면 들고 와 쪄서 먹고
그것을 학교에 들고 오던 아이들 그 나마 살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밥을 굶거나
헐벗고 산 경험은 없지만 옆 자리에 있는 같은 반에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점심을 굶고
살았고 옷도 다 떨어져 너덜대는 것을 입고 살았는지 공책도 형님들 누님들 쓰다
남은 것 다 뜯어서 실로 다시 꾀 매어 새 학기를 시작하던 시절 그것이 갖고 있는
모국에 대한 모든 추억이다.
친구 아이는 토굴에서 살고 전쟁터에 널 부러진 탄피를 주어다가 팔아서 엿이라도
사 먹던 피폐하고 가난하였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오늘날이야
너무나도 먹어서 비만증 환자들과 당료환자들이 급증한다지만 그것은 근래의 이야기
일뿐 그리 멀지 않던 보리 고개시절의 모국은 그야말로 처절하게 헐벗고 가난하였었다.
독일로 브라질과 파라과이로 떠나고 그 후 캐나다로 미국으로 스페인 라스 팔마스로
중동 열사의 땅으로 떠나고 월남전으로 떠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디서 사는지 서로를 잃어버려 소식도 모르고 살지만 월남전 종전을 맞아
조국 월남을 떠나온 늘 내 가슴을 떠나지 않는 피난민으로 홀로 와서 늘 모국을
그리워하며 월남에 두고 온 아버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내 친구 유엔 그는 미국
중부지방에 떨어져 그곳 수용소에서 학부를 다니다 중퇴하고 우리가 만난 것은 어느
작은 백인들이 운영하는 조립공장에서였다. 그도 나도 공돌이 이었던 시절 우리는
서로 너무나도 외롭고 외로워 주말이면 모여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하던 시절 그가 나에게 남기고 간 패망한 모국 월남을 버리고
나오면서 갖고 온 빳빳한 월남 화폐들 그리고 우리는 의도치 않게 삶에 차이고
차이면서 서로 연락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그는 이제 월남에 두고 온
그리운 혈육을 만났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기를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리고 인생유전은 끝나지 않았고 북미에서 구라파로 돌고 돌아온 학창시절
하늘과 땅을 보아도 단 한 명도 한국인을 만날 수 없었던 영국에서의 학창시절
북해에서 불어오는 그 음습한 겨울바람들 그것이 북동부 런던 교외의 모습이었다.
혈육 한 점도 나에게는 없는 모국이다, 늘 모국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얼마나
많겠느냐고 블로그 이웃들은 말을 건넨다.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모국에 대한 어떤 그리움과 향수도 나에게는 전무하다. 그리고 생각을 하여
본적도 없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사회 이 현실 이 나라가 내가 사는 곳이요
뼈를 묻어야 할 땅임을 알기에 그런 것은 전무하다. 다만 내가 태어난 나라
일부 성장기를 보냈던 나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에게
설날이라고 달리 특별히 가슴에 다가올 것은 전혀 없다. 현실감각으로 다가오지를
않는다. 사는 문화와 국가가 다르니 더 더욱이 그렇다. 그리고 나를 일평생 보살펴
주시고 사랑으로 감싸주신 파파가 한국인이 아니시니 더 더욱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그런 그리움이나 향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전무하며 없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줄 아는 한국계 미국인 코메리컨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뜻하지도 않게 감기가 들어와 도무지 나가지를 않는다. 직장근무 날은
덜 하나 싶으면 쉬는 날은 더 하다. 이제는 기침과 콧물을 동반한다. 할 일이
당장 태산같이 앞에 쌓여 있고 기다리고 있는데 못난 사람 감기를 달고 산지가
한 주가 넘었다. 김치 콩나물 국도 효험이 없다. 항생제의 남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누구 보다 잘 알기에 복용을 않아서 일까 떨어질 듯 떨어질 듯
하면서도 대롱 대롱 매달려서 나가지를 않는다. 쓰레기통이 코를 푼 클리넥스로
가득하다. 도대체 설날이 언제이기에 여기 저기서 모두가 설날 설날 할까?
설날 이전에 당장 나는 남은 마지막 4개월의 경주를 위하여서 머리를 싸매고
오늘과 내일도 책과 씨름을 하여야 한다. 설날 같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이 오후도 책을 옆에다 놓고서 감기약을 복용하고 싸우고 있다. 아프면 괴롭다
성가시고 최선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인생이란 것이 백해무익이다. 주어진
일상과 삶을 묵묵히 살아 갈뿐이다.
말을 쓸데없이 많이 하고 남의 일에 온갖 세상 참관을 다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처다 보는 것만으로도 지독히 피곤하다. 이런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성격이
그런 경우가 많다. 무엇인가 불안하여 말로 풀어야 하고 남의 일에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삐뚤어진 성격 70이 넘고 80이 넘은 사람들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피곤하다. 안하무인에 입에서 욕부터 나오는 무대뽀인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가운데 하나가 무대뽀다. 잘잘못을 가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묵묵히 살아가며 사리판단이 명료한 가슴이
따듯하고 근면 검소하고 선한 영혼이 아름답다.
설날 하니 문득 떡 만두 국 한 그릇이 그립다.
시원한 동치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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