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아버지

붓꽃 에스프리 2011. 1. 29. 14:23

 

 

왜 이렇게 사람이 못났을까 매년 연중행사처럼 감기를 앓고 지나가야 하니 말이다.

온통 주변에 감기환자로 포위를 당한 지난 2주 결국은 걸리고 말았다. 나아지는가

싶더니 이게 왼 일 오늘은 어찌나 두통이 심한지 머리가 뽀개지는 것처럼 아프다.

내일은 근무를 하여야 하는데 이러니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빈속에 약을 복용

하자니 문제고 오늘은 빵과 숩 보다는 한국 음식으로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떡라면을 얼큰하게 만들어서 먹기로 작심을 하고 있는 동안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떠냐는 안부전화에 골이 지끈거려 미치겠다고 하니 신라면을 갖다가

줄 테니 먹으란다. 아니 그 매운 것을 내가 어떻게 먹어 하니 그래도 먹으란다.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니 조금만 매워도 위가 아프고 진땀이 날 정도다.

빈속을 채우고 약을 복용하고 있자니 어둠이 내려 저녁이 시작되는 지금이다.

전화기가 울린다. 이 고요한 집에 전화가 오면 뭔가 문제거나 불안한 일이다.

수화기를 드니 이런 서울에서 아버지가 전화를 하신 것이 아닌가.

 

아버지 전화 끊으세요. 제가 할께요.

알았다.

 

잠시 후 전화를 걸으니 아버지가 받으신다.

 

전화를 걸래도 네가 몇 시에 집에 있는지도 모르고 몇 시에 퇴근하는지도 몰라서

그게 늘 고민이었다. 그러다 오늘은 하는 건데 집에 있구나.

 

어떻게 지내니?

아버지 감기가 걸렸어요. 그래 고생 중에 있지요. 오늘은 다시 이렇게 골이

뽀개지듯이 아파서 죽겠어요………………………

 

예야 아버지는 허리가 아파서 그동안 고생을 했다.

응덩방치가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다.

왜요?

갑자기 글쌔 허리를 못쓰겠잖니 그리고 지독히 아프고 그래 전문병원에 가서

진찰하고 MRI 촬영하고 주사 맞고 요즘 진료 받으러 다녔다. 내일 모레 또

정기진단 간다. 주사 맞고는 좀 괜찮더라. 니 엄마는 수술을 했었지만

 

의사가 뭐 운동하라고 그러지 않았어요?

아 그랬다. 그리고 사진이 있는 설명서를 주더라. 모두 두러 누워서 하는 운동으로

허리 근육강화 하는 것이더라, 여기는 말도 못하게 춥고 영하 17도다. 네 동생이

구정에 작년처럼 상해로 건너와 설을 같이 세자고 하는데 올해는 가만이 집에

있겠다고 했다,

 

아버지, 혈압은 어떠세요?

괜찮다.

기온이 너무 내려가면 바깥 출입 자제하세요.

너무 추워도 노인들 중풍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특별히 혈압 약을 드시니까요.

그리고 의사가 지시한대로 하라는 운동 우습게 생각 마시고 꾸준히 하세요.

그 운동이 장난이 아니어요.

꾸준히 하시면 효과 보세요.

저도 어깨 아픈 것이 이제 운동을 꾸준히 하고 나서 좋아져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어요. 그리고 작은 아버지 연세 정도 되시는 산을 오르시는

분이 온라인에 계신데 꾸준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니

무시하시지 말고 늘 꾸준히 하세요.

 

니 엄마도 잘 있으니 여기 걱정이랑은 말아라.

예야 아 그거 있잖니 아빠 연금 말이다.

이번에 8만원이 올랐더라. 나 우스워서 죽는 줄 알았다. ㅎㅎㅎㅎ

 

아버지 그래도 없는 것 보다야 났지 않아요. ㅎㅎㅎㅎ

그러나 저러나 물가가 그렇게 올랐다며 아버지 어떻게 살지요..

그리고 아버지 물은 잘나와요? 다름이 아니라 뭐야 아버지 그 다세대

주택 빌라인가 하는 것 있잖아요. 수도관이 얼어터져서 10여 일을 죽도록

고생을 하셨다고 아시는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여기는 괜찮다.

아버지 다행이네요.

 

알았다. 잘 지내라. 내가 또 연락하마.

몸조리 잘하고 예야 타이레놀 이라도 먹어라 골 아프다면서 잘 먹고 알았지.

그럼 아빠가 다시 전화 하마

 

네 아버지 잘 계세요.

사랑해요 아버지.

그래 잘 있어라

찰칵…………………………

 

났는가 싶더니 다시 골이 아파오고 지끈거리고 영 기분이 아니다 싶다.

그 와중에 텔레파시가 통하였는지 오늘은 서울에 계신 그리운 아버지로 부터

전화가 가뭄에 단비처럼 왔다. 그런데 그렇게 건강하신 우리 아버지도 이제

늙으시나 허리가 아프셔서 병원을 다녀오시고 통원치료를 받으신다는 소식에

왜 이렇게 가슴이 쓸쓸하여지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스승과 제자란 타인과

타인으로 만나 이제는 결코 다시는 타인이 될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이 되어

살아 온지 수많은 세월 백발이신 우리 아버지가 폐부 깊숙이 그리운 이 밤이다.

 

아버지를 보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살 수가 없었고 없고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우리들에게 지엄하시고 신앙심 깊으시며 올곧으시고

어린 시절 제자들을 그토록 사랑하시던 분으로 지금도 제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스승에 속하시는 어른이시기도 하다. 곧 그것이 아버지의 인격이다.

엄하시기도 하시지만 역으로 자상하시고 따듯한 가슴을 갖고 계시기도 한

아버지 우리들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등을 밀어주시던 아버지 이시다.

 

서울 가서 아파 누우면 약 사다가 물까지 떠다가 아들 방에 넣어주시는

아버지 그리고 바깥을 나가면 소재지 확인을 하루에도 몇 번을 하시는

아버지 그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하신 늙으신 우리 아버지에게 아들이란

축복을 받고 살아온 수 많은 세월들 먼 이역에 민들레 홀씨 되어 자리하고

살아온 지나온 길 위에서 만났던 수많은 시련과 역경 가운데서도 나를

늘 정신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굳게 굳게 잡아주신 아버지란 이름의 힘

그리고 그 무한한 사랑을 뒤돌아 본다.

 

단 한 마디 <나는 너를 믿는다>.

아버지의 이 한 마디가 나를 영원히 지켜주는 힘이었고 용기였고 삶의

에너지가 되어온 지나온 세월이요 현주소 이다. 내가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과 싸울 때마다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북미부터 구라파까지 오가며

살아온 학창시절 나를 흔들림 없이 잡아준 아버지의 한 마디의 그 의미를

나는 알고 있었고 그 기대를 무너트릴 수가 없었다. 중년이 되어 중늙은이가

된 이 시점에서도 아버지의 그 한 마디는 내영원한 삶의 용기와 힘이며

에너지의 원천이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믿음을 결코 무너트릴 수 없다는

것이 평소 나의 소신이었다. 그 아버지의 고매하신 인격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아들이기에 그렇다.

 

꼭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화가 파블로 피카소나 쇼팽이나

법정 스님이나 이해인 수녀님이나 철학자 루소나 톨스토이여 만이 우리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존경이 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런 측면에서

아버지는 나의 존경의 대상이며 지엄하신 어르신이다. 나에게 참된 인생과

가치관과 길을 가르쳐 주신 분이시기 때문이며 또한 참사랑을 부어주신

스승이시기 전에 나의 아버지 이시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병상에서 사랑 가득한 아버지의 안부전화를 받는 축복을 받은

하루 해가 저무는 시간의 여백이다. 오늘도 나는 아버지의 기도속에

살아가는 아버지의 아들이다.

 

아버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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