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도로 겨울이 되는지 뜻하지 않게 기온이 내려가고
비가 오고 바람도 불고 학교를 가는 길은 왜 그렇게도 을씨년스러운지 그리고
다행이 조금 일찍 끝이 나고 돌아오는 하교 길 위에 내린 어둠의 발자국과 빗물과
한기들 마음조차도 움 추러 들게 한다.
수업이 끝난 늦은 시간 모두들 허기가 져서 죽겠다고 한 마디씩을 한다.
생전처음 그런 말을 죽어도 하지 않는 사람인 나 자신도 조카들 같고 아들 딸
나이가 되는 급우들에게 같은 말을 하고 마지막 토론에 참석하고 맞추고 돌아오는 길
모두들 너무 어렵고 힘들어 죽겠다 하는데 동감이었다. 진짜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었고 이 나이에도 너무 힘들어 울고 싶고 넘치는 스트레스에 쓸어질 것 같고
그대로 병원 침대에 두러 눕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한 주를 마감하였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피땀 어린 각고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목표에
이르는 것이다,
돌아와 조용히 중세의 바로크 음악 17세기에 이태리에서 출생한 예수회의
수도사였던 도메니코 지폴리의 오보 음악에 잠시 곤고한 영과 육을 기대었다.
작고 가난한 영혼에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와 안식이 되고도 남았다.
어느 누가 이렇게 따듯하고 감미롭게 내 영혼을 보듬어 줄 수가 있겠는가
바로 이런 순간에 이런 때 곱고 결이 고운 아름다운 클래식 소품은 가장
큰 위로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이 모든 이지와 지성을 가르쳐주시고 인도하여주신 우리 아버지 파파를
깊이 오늘 내 인생의 이정표 앞에서 회상하여본다. 일생 동안 견고한
성채가 되어 곤고하고 때론 절망하고 죽고 싶었을 때나 가장 고독하고
외로웠던 순간에도 나를 잡아주시고 사랑으로 한없이 감싸주시고
사랑해주신 우리 아버지 파파를 이 특별한 날에 회상하며 깊고 수려한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보내드리며 바치는 마음이다.
피 한 방울도 서로에게 섞이지 않은 아버지와 아들 그러나 이 세상의
그 어느 아버지와 아들 보다 더 견고한 사랑으로 서로를 가슴에 담고
함께 살아온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 세월들 이제는 팔순을 넘기신
아버지가 늙어가심이 가슴이 시리고 안타까울 뿐이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인 토스카니니의 사위였던
블라디미르 호로위츠가 더없이 솜사탕처럼 연주하는 슈만의 명곡
“Traumerei”의 선율 앞에 서서 조용히 이 순간을 성찰하며 지나간다.
언제 이 많은 세월을 살아왔나 싶다.
그러나 절망과 좌절과 수 없는 역경과 시련 앞에서 때론 생애를 마감하고
싶었을 만큼 힘들었을 때도 나를 견고하게 사랑으로 위로하고 붙들어
주셨었던 우리 아버지 파파를 생각하면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 더 깊고
위대한 인생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담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이 이방의 아들에게 부어주신 한없는 이지와 지성의 모든
것들과 타인을 향한 애틋하고 따듯한 시선과 가슴으로 살아가는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신 일 그리고 작은 삶이라도 격조와 품위를
갖추어 살아가야 함을 가르쳐주신 삶의 질과 깊이와 내적인 미적 가치를
뒤돌아 보며 깊이 감사드린다. 이 특별한 날에….
파파,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아버지 당신은 한국인이 아니셔도 저에게 더 깊은 한국인의 정신을
강조하셨었고 한국말과 글을 강조하셨었고 그 모든 지성과 이지와
삶의 품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파파, 당신은 영원한 저의 영웅이십니다.
Dad, I love you with all my heart forever.
You are my hero.
파파를 생각하니 왜 바보처럼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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