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받은 우정의 찔레꽃 - 출처/불암산님 사진첩
창밖에는 저녁햇살이 눈부시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먼 길을 달려 결혼식장을 찾아가는 동안
이런 야후 지도가 가르쳐준 지도 정보 가운데 하나가 실수임을
고속도로에서 내려서 얼마 후에 알게 되었다.
야후 지도가 가르쳐준 정보에 거리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결국 어느 세탁소 주차장을 들어가게 되었고 마침 지나가는 사람에게
가는 방향을 물어보니 한참을 되돌아가야 한단다. 이런 아차 싶었다.
온 길을 다시 달려 고속도로를 재진입하고 결국 목적지에서 내려
한참을 가니 찾는 길이 나온 것이다. 이제부터 5.7마일 이니 이런
한참을 가야 하는 일이었다.
얼마를 갔을 까 바다가 보였다.
바로 목적지 호텔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길눈이 밝은 사람인데도 남의 동네요 생전 처음 오는 곳이니
결국 두 번을 돌고서야 유료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 정문을 들어서니 양가 부모님들이 로비에 앉아 있고 로비
뒤 정원 전방 100미터 거리에는 태평양의 흰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고
감회가 새로웠다. 아 저 바다 끝이 한국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조촐한 결혼식은 목사님의 주례로 진행되고 축복기도 가운데 끝나고
곧 이어서 리셉션에 들어갔다.
조각품 같은 꽃 미남의 얼굴을 하고 있는 학부시절 기숙사 방을 함께
사용 하였었던 룸메이트 백인 마크 신랑의 친구가 목사님이 되어서
돌아와 둘러리를 서고 있었다.
신부의 둘러리들은 멀리 캐나다와 북서부 태평양 연안도시 마이크로
소프트 사가 있는 시애틀에서 비행기로 내려왔고 리셉션을 하는 동안
신부의 친구 새라가 얼마나 눈물을 흘리던지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뿐이랴 세상에 없이 순박하게 생기고 겸손함이 모습에서
묻어나는 신부 아버지 또한 딸을 시집 보내면서 손님들에게 인사말을
하는 동안 눈물을 감추지를 못하고 말을 멈추기를 몇 번 그렇게
식은 진행되었다.
목사님으로 돌아온 신랑의 친구 마크 목사님의 축복기도가 있은 후
칵테일이 서브되고 메인 요리가 나오고 디저트가 나오고 신랑 신부
케익도 자르고 훌러에 나가 새로운 두 부부가 연회에서 춤을 추고
얼마를 지났을까 전통적인 한국식 폐백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하루의
일정이 끝나니 이미 늦은 오후 옆 정원에서는 인도 가정이 인도의
전통혼례를 치루고 있었다. 바다가 눈 앞인 호텔의 정원은 일년 내내
결혼식장으로 그렇게 분주한 곳인가 보다.
결혼식장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다름아닌 신부 아버지가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두 부부에게 건네준 덕담 신의를 지키라는
몇 번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강조한 것이었다. 인간 관계에서도
신의가 우선이 아닐까 싶다. 서로에 대한 신의가 무너질 때 우정도
사랑도 모두가 허사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먼 길을 달려 돌아오니 너무나도 고단하여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침대에 두러 눕고 말았다. 어둠이 내린 시간 이제서야 일어나
하루의 일기 같은 모노로그를 자판기로 두드리고 있다.
참 신기한 것은 얼굴에는 누구든 속일 수 없는 한 인간의 성정이 담겨
있어 모든 성격과 개성 일체가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얼굴은 그래서
영혼의 창이 아닌가 싶다. 한 인간이 살아온 세월의 흔적과 인생여정의
순례 그리고 받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과 인간교육과정의 매너와
에티켓과 모든 것 하나 하나가 들어나는 게시판 같은 것이 얼굴이다.
이제는 신선한 하와이산 코나 커피를 내리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한 후
다시 책과 씨름을 하여야 되겠다. 더불어 이 나이에도 오늘 하루 있었던
나의 모든 언행이 과연 모든 매너와 에티켓에 합당하였는지 뒤돌아
보아야 할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과연 나는 오늘 하루를 올바르게
정당하고 합당하며 정직하고 인간답게 선하고 아름다운 생각과 가치관과
시각으로 살았는지 되짚어 볼일이다.
인간의 탈을 썼다고 다 인간은 아니니까 하는 말이다.
인간이 인간다울 때만이 인간이다.
입으로는 백 천 번도 더 착한 척 하고
똑똑한 체 하고 안하무인에 도도하기 그지없고 유아독존의 인간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인간은 누구나 하고 한 여정을 맞추고 죽음을 통하여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진실을 잊은 채 세상의 욕심은 다 부리고 탐욕과 온갖 부도덕한
언행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양의 탈을 쓴 추한 영혼들이 또 얼마나 많던가?
참된 신의와 진실과 정직과 언행의 일치와 좋은 매너와 에티켓으로
따듯한 가슴과 더불어 들꽃 향기 같은 순수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인생의 화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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