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20분 아직도 창 밖은 햇살이 눈부시다.
문득 그동안 수고 했다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고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솟구칠까.
아 너무 힘들다.
거울 속에 자신을 바라보니 그동안 좋아 졌다고 하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사나흘 사이에 마음 고생으로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그야말로 홈리스처럼
몰골이 되고 말았다. 또한 아무 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졸업, 졸업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예전에는 미쳐 몰랐다.
세월이 가니 먹어가는 나이 또한 붙들어 매놓을 수도 없는 일이라면 직장생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꾸준한 자기계발 없이는 일년이 다르게
변하는 각종 정부 규정과 요구사항을 따라 갈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요즘처럼
전세계가 어려운 경기 가운데서 살아남기 힘들다.
살아남기 위하여서는 꾸준한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바로 그 도구가 교육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교육이란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특별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직장생활과 병행되어야 하는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공부의 양과 해나가야만
하는 각종 부수적인 일들이란 것이 장난이 아니다. 단 한 순간도 마음 편하게
두 다리 뻗고 있을 수 없는 정황들 하나가 끝났다 싶으면 다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고 그것이 끝났다 싶으면 다른 일들이 터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우 하나님’을 몇 번이나 속으로 되 뇌이며 삶의 무게에 홀로 하늘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야 하였던가. 이 순간처럼 평소 듣지도
않는 한국 노래들 가운데 가수 임재범이 불렀던 곡 <여러분>이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 적이 없다.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피를 말리던 지난 사흘 동안의 졸업시험이란 자갈밭 길 위에서 처절하게
깨지고 또 깨진 후 비로서 오늘로서 졸업의 자격을 부여 받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그녀도 나도 솟구치는 눈물을 참고 콧물 눈물을 훌쩍이고
말았다. 그저 오늘만은 다 잊고 누군가 하고 취하고 싶은 날이다.
간밤을 다들 뜬눈으로 새고 스트레스에 제대로들 다 먹지도 못하고
먹으면 토하고 그런 일련의 정신적인 고문과 소용돌이를 거쳐서 이제
모두들 졸업을 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되어 졸업사진을 찍고 만개한
눈부신 보라 빛 자카란다 꽃나무 밑으로 걸어 나오면서도 마음은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았다. 한없이 우울하고 눈물만 자꾸 솟구치는 시간의
연장이었다. 아 너무 힘들다 그리고 힘들었다.
이런 때 누가 나를 위로 해주지………………
아 내님의 그리운 목소리를 들었던 간밤이 얼마나 큰 위로였었던가
겨우 한 시간을 자고 학교를 가니 어지럽고 정신이 멍하였었던 아침이었다.
일단락 하나의 돌밭을 지나왔고 이제 돌산을 넘을 준비를 다시 하여야 한다.
인생은 끝없는 도전이라면 그 도전을 받아드리고 싸워야 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의 몫이다. 그 누가 대신하여줄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모두들 힘들었던 순간과 시간을 뒤로하고 눈물 콧물을 흘린 후 비로서
자유의 몸이 된 오늘이다. 모레 졸업을 함으로서 1년간의 과정을 맞춘다.
이런 때 나는 왜 우리 파파와 세상에 들어 내놓을 수 없는 내님이
가장 그리운 것이지………
졸업자격을 부여 받은 결과를 보고 돌아온 후 창문을 다 열어 제치고
청소를 오랜만에 말끔히 하고 방을 정리하고나니 조카 아들이 자그마치
9파운드도 넘는 큰 아들을 득남 하였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손주 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 작은 할아버지에게 보내왔다. 누나가 이제 예쁘게
크고 있는데 새 생명을 선물로 하나님은 보내주셨다.
이 밤은 무조건 쉬고 싶다.
일본에서 온 C는 오늘만은 삽겹살을 구워서 먹고 싶단다.
한국인의 피를 갖고 살아가는 나도 자주 먹지 않는 음식을 그녀는
좋아한다. 하루를 넘치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문으로 보내고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 나는 프랑스산 적포도주로 목을 적시고 베이글 빵에
치즈를 발라서 하루의 허기를 잠시 달래주며 만사가 귀찮아 잠시
쉬고 있다.
오늘 메뉴는 오랜만에 일주일 전에 재어둔 육류 갈비로 하였다.
스파게리를 먹고 싶지만 온종일 굶고 스트레스와 시험과 싸운 하루 뒤에
그저 쉬고 싶다. 손을 다 내려놓고 와인이나 즐기면서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과 함께 오페라 한 곡 <나비부인>을 보고 싶다. 오늘은 왜 이렇게
라사냐와 연어 샌드위치등 먹고 싶은 음식이 많은 것이지……….
그리운 영혼과 함께 앉아서 맛나는 음식과 와인을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며
그리움을 내려놓고 오페라를 함께 보던지 솔밭 길이나 자작나무 숲을 함께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산책하고 싶은 날이다. 가다가는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서 있는 그대로 에 감동도 함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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