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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아름다운 영혼 하나

붓꽃 에스프리 2011. 12. 13. 09:17

 

 

 

 

퇴근하고 나니 간밤부터 시작한 겨울비가 잠자리에 들던 새벽까지도 내리고 있었다.

비몽사몽 꿈자리에서 헤매다 깨어났어도 여전히 젖은 도로와 생기는 자동차 바퀴의

마찰음이 요란하다. 비가 내린 다음날은 여지없이 수학방정식처럼 추운날씨가 되는

우리 지방 특유의 기후로 보아서 내일이면 다시 추위가 다가오리란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높은 산에는 눈이 좀 쌓였을 것이다. 도시에 비가 내리면 산자락에는

언제나 하얀 고깔모자를 쓰는 우리 지방 산의 얼굴 모양이다.

 

일단 새벽녘에 마시다 말고 그대로 놓고 잠자리에 들어 식은 커피 마이크로 오븐에

데워서 마시면서 하루를 언제나 그렇듯이 시작한다. 언제나 처음 만났던 그 당시나

지금이나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한결 같은 고운 마음으로 진정 진실하고 참되고

격조높은 이지와 지성에 빛나는 인생에 보배 같은 벗으로 부터 뉴욕으로 떠나는

중이라면서 안부 편지가 전해져 왔다.

 

일년내내 마시는 커피를 가슴으로 보내주는 손길 준비 해놓고도 바쁜 일상에 쫓겨

그대로 못보내고 떠난다며 크리스마스에는 전가족들이 모두 한자리 하와이 집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년말 안부를 전해왔다. 벌써 2 - 3개월전 부터 나는 아마존

닷컴에 윤디 리가 연주한 전곡 쇼팽의 낙턴을 알아보고 있었다. 물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우정으로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인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주고 싶어서였다.

 

훌륭하신 부모님 밑에서 출생하여 올바른 가정교육과 엘리트 코스로만 학교를

나온 그녀는 그녀의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모두 하버드 학부를 졸업시키고 아들은

하버드 의대를 딸은 하버드 법대를 졸업시킨 사람이다. 그녀의 남동생 또한

의대교수로 명망 높은 신경외과에 전문가다. 그러나 그녀는 세상 그 누구 보다도

겸손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본을 받아야 할 것이 참으로 많은 학자 집안의

그녀의 참된 인간다운 모습이다.

 

병마와 싸우는 남편을 10년도 넘는 세월을 온전한 헌신으로 돌보는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사람이다. 남편이고 부인이고 병들면 버리고 이혼하는 요즘 세상에서

그녀는 인간적인 지극히 참된 올바르고 선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그런 훌륭한 한 남성의 배우자이자 훌륭한 자녀들의 어머니요 귀한 손자의

할머니가 되는 사람이다.

 

기분내키면 헤헤거리고 죽고 못살고 그런 천박한 영혼이 아닌 언제나 한결 같고

늘 상대를 깊이 배려하는 진정 영혼을 함께 하는 참 진실한 우정의 벗이다.

자신의 고뇌와 모든 희로애락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는 그런 참된 영혼이다. 물론 그녀는 보편적인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눈빛만 보아도 가슴으로 아는 그런식의 사람이 아니다. 오랜세월 서구에서

살아가면서 동화되어 사고가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서구사람이다.

그점에서는 그녀나 나나 피장파장 일 것이다. 예술을 경지높게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 언어의 선택 하나 옷맵시 하나에도 소박하며 우아한 공작 같이 격조 높다.

 

그녀가 손수 녹음하여서 보내준 클래식 CD는 한 두장이 아니다. 그녀의 여동생이

음악가 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클래식에 대한 상식의 경지는 높다. 그녀에게

나 또한 어김없이 특별한 클래식 곡들은 메일로 전송해주던지 아예 우체국에

가서 영혼의 양식이 되는 아주 귀한 몇권의 책들과 더불어 마음에서 울어나

순수한 마음으로 보내주곤 한다. 이것이 우리가 소리없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녀나 내나 보통 한국인들이 산으로 산으로 사계절 오르는 그런 체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저 여유가 되면 미술관이나 음악회나 어슬렁거리고 다정한

벗들과 잔잔히 담소하며 정 나누고 살아가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다.

 

참된 인생의 벗 하나가 보석 보다 더 고귀하단 생각이다.

르노와르의 수많은 장미 그림들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5번 작품번호 28과

함께한 이 오후시간이다. 얼마나 참된 인생의 벗들인 예술과 클래식인가 싶다.

인간들이야 이해타산으로 연을 맺고 살아가는 경우가 다반사인 요즘 세상이지만

순수한 우정을 보석처럼 아끼고 지키면서 살아가는 영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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