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부서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과 더불어 골은 지끈거리고 입은 마르고
간밤은 퇴근 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플 때만큼 외롭고 힘든 때가
없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강인하고 온갖 세상의 시련과 역경을 헤쳐 나온
사람이라도 아플 때는 누구 나처럼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오늘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아파서 누워
있어야 하였다.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어도 쉴 수 조차도 없이 몇 번이고
전화가 온다. 정말 왕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이럴 때 가장 아쉬운 것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먼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캐나다, 영국, 한국, 하와이와 우리 미국 동부 곳곳에 퍼져 살고 있다.
정말 그립고 보고 싶은 내 사랑하는 사람들 이다.
평소에 살아가면서 소원이 하나 있었다면 둘도 없는 친구가 같은 도시에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런 친구를 두고 나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온 세월은 소년이 어른이 되어서 할아버지가 되어 외손주를
본 생의 언덕바지에 도달하였다. 벌써 친구는 외손주를 셋이나 보았다.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힘들 때 내 곁을 지켜주었던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는 어느덧 반백이 되었지만 나만이 돌연변이로 아직 까지도 검은
머리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누가 보면 친구가 형처럼 보이게 되고 말았다.
그런들 어떠하리. 이제는 가는 세월만큼이나 피로가 빨리 느껴진다.
몇 년 전만 하여도 하루에 1시간 자고 근무를 하여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체력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기개와 에너지와 담력이 경이롭다.
내 체력의 한계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부 때만 하여도
정글 속에 있는 화산 활동이 있어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산 정상을
대낮에도 구름을 뚫고 홀로 오른 경험도 있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온몸이 아파온다. 두들겨 맞은 듯이 아프다. 이래서는 아니
되겠다 싶어 일어나 오렌지를 하나 까서 억지로라도 먹고 국을 끓여서
한 그릇 먹고 누워 있으니 문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육척 장신의 꽃 미남으로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이 아이의 인물에 헉 하고
마는 작은 조카 아들 아이가 지나가며 국거리 소고기 덩어리를 사다가
놓고 간다. 밖은 을씨년스럽고 춥고 흐렸다. 저녁 5시 매일 들려야 하는
곳으로의 외출을 하고 돌아와 입을 틀어막고 잠시 마켓을 들렸다.
양파도 마늘도 필요하고 육식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 오늘 따라
갈비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세월 동안 소고기 값도
얼마나 올랐는지 1.5kg 정도에 최상급 갈비가 우리 미화로 23불이다.
사다 놓고 만사가 귀찮아 손을 놓고 낮에 아파서 죽겠으면서도 뭔가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양념을 해놓은 돼지고기 삽겹살
불고기를 요리를 하여 저녁 요기를 하고 어제는 샤워도 못했으니
히러를 틀어 놓고 샤워를 하고 이제서야 걱정하는 인연들을 생각해
자판기를 두들겨 생존신고를 한다. 목도 머리도 등도 허리도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이 아프다. 열은 어느 정도 잡혔다 싶다.
내가 아파도 남들처럼 마음대로 아플 수가 없다.
내 손을 내려 놓아야 할 곳이 삶의 무게로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묵묵히 침묵하고 조용히 살아 갈뿐이다. 다시 약을 복용하고
목도리를 칭칭 동여 매었다. 골이 아파와 아무 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누가 어디를 가고 뭐를 하고 이 순간 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몸이 아프니 뭔가 생각하는 것 조차도 부담스럽고 힘들고 귀찮다.
사람이 출생의 배경도 모두 다르고 교육배경과 전공 그리고 직장과
인생경험도 다른 만큼의 차이로 각 개인의 개성과 취미도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오지로 오지로 일부러 세상고생을 사가면서 하는 여정을 통하여서
삶의 희열을 느낀다면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것과는 반대로 세계 유명
미술관을 찾아 가는 것이다. 인류문화에 대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혼이 담긴 명화내지는 작품들을 몇 날을 두고 함께 호홉을 하면서
이지와 지성의 첨예한 뜨거운 감성과 열정을 그대로 가슴과 영혼으로
통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와인 한잔 음미하며 따듯한 담소를 나누는
것이다.
그 희열과 뜨거운 열정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공연 무대가 찾아가는 곳이 될 것이다.
오지로의 여정은 내 체질의 특별함으로 내가 하고 싶다고 의지대로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체질상 많은 제약이 있어 때론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가장 해보고 싶은 여정이 있다면 그것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몇 날
몇 일을 두고 여정에 오르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그리고 북유럽으로 해서 가는 동안에는 톨스토이 무덤에도 참배하고
차이콥스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것이다. 후진국으로의 여정에는
애초부터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주변의 영향이 크단 생각이다.
내 생애에 마지막으로 내 모든 열정을 바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학부로 돌아가 세상사람들이 너도 나도 작가라고 설치는 그런 치기가
아닌 진정 학문적으로 순수사진예술을 체계적으로 전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혼을 만나보는 것이며 하나의 구도로서 작품을 찾아가는
멀고도 험한 길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지극히 하나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예술의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길이다.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사막 길을 걸어가다 지쳐 쓸어져 혼미에 빠져 있을 때 하늘에서
생명수를 한 방울 두 방울 내 입안으로 떨어트려주는 느낌의 하루다.
지극히 높으신 그분께서 불쌍한 이 한 영혼을 천사의 날개 아래
보호해주시고 감싸주시며 따듯하게 당신의 품 안에 안아주시는
그런 느낌이다. 인간이야 자기 편리대로 살아간다면 그분은 그런
분이 절대로 아니실 테니까 말이다. 오늘은 나도 그분의 품 안에
안겨 위로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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