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의 근무가 끝나고 조용히 휴식을 잠시 하며 뒤돌아 본다.
어저께는 출근을 하려는 순간 챙 하는 소리와 더불어 이메일 도착을 알리는 메세지가 떴다.
이 시간에 누굴까 하고 보니 이런 멀리 거제도 건너 칠천도에 사시는 우리 형님이 니 어떻게
살고 있느냐 하시면서 안부를 전해 오셨다.
컴퓨러를 새로 구입하시고는 그 기쁨을 전하시고자 동생한테 제일 먼저 이메일을 보내셨다.
이메일을 열어 내용을 읽노라니 그리움이 밀려와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나 출근시간
그대로 길을 나섰다. 꿈에도 동생을 못잊으시는 형님의 동생 사랑은 남달라 애틋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근무하는 동안에도 이메일의 내용이 영상처럼 스쳐가는 하루였다.
퇴근을 하고 곧 바로 전화를 드리니 서울 아버지 집에서 전화를 하는 것으로 잠시 착각을
하시고 계셨었다. 서울이 아니라 미국이라 하니 그제서야 정신이 드시나 보다. 보낸 이메일
받고 답장을 보냈는데 받으셨냐고 하시니 도착했다 하신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잠시
나누는 동안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둘이 경상도 사투리로 한참을 쏼라 댔다.
한번은 한국을 나가서 거제도를 내려가 있는 동안 서울에 계신 아버지께 경상도 사투리로
자신도 모르게 쏼라 대니 어이가 없으신지 우리 아버지가 호통을 치시며 어이 없어 하셨다.
오늘은 퇴근후 오랜만에 경기도 화성에 계신 형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지난 6월 손녀딸 스탠훠드 대학교 졸업식에 오시려다가 사정상 못오시고 12월에 오실
예정이시다. 통화한지 좀 시간이 지났으니 어떻게 별고 없이 잘계신지 궁금해 전화를
드리니 잘 있다 하시면서 너야 말로 건강 조심하고 잘 관리하라시며 12월에 들어갈테니
그런줄 알라 하신다.
모두가 서로들 다 같이 늙어가니 서로 더 애틋한 마음으로 아껴주며 배려하여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곧 그것이 사람사는 참된 아름다운 모습이요 사랑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 하며 살아가는 시간과 세월 앞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보다 더 소중한 것이 단순한 일상과 더불어서 무었이 있으랴 싶다.
자주 안부를 전하고 서로가 서로를 애틋한 마음으로 챙겨주고 배려하고 아끼며
시공간을 초월하여서 사랑을 나누는 마음이 남은 날들에 대한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타인과 타인이 한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에 만나 이루어 가는 사랑의 길 인연의
강물은 유구히 흘러 오랜 세월을 두고 두고도 같은 강줄기로 부자의 사랑과
형제의 사랑을 나누며 살아온 고귀한 인생의 길 먼동이 터온다.
요즘 같이 이해타산적이고 극단의 이기주의 세상에서 서로에 대한 이런 존경과
사랑의 길이 과연 얼마나 진실되게 가능할지 뒤돌아 본다. 참된 삶을 헌신짝 처럼
버리고 사는 세태가 안타까울뿐이다.
주문한 법정스님의 저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행이 한국에서 헌책을 구하여서
보내왔다고 책방에서 연락이 와서 오늘 갖으러 갈것이다. 정확하게 원가의 두배다.
그럼에도 그럴만한 가치가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있다는 생각이다. 귀히 남은 생애에
두고 두고 읽고 또 읽으면서 나를 스스로 다스릴 것이다. 그리고 한자 한자 베껴서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영혼에게 그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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