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영면하신 그밤 나는 새벽 3시에 돌아가 짐을 정리하고 돌아왔다.
불면의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단 몇 시간후 사무치는 해일처럼 밀려오는 뼈속 깊이 까지 밀려오는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안 구석 구석 어머님이 지난 6년간 머무시던
곳 구석 구석 그 어느 곳에도 어머님의 자취가 없는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었다.
벨기에산 불루 문/파란 달 맥주 6팩을 마시고 마시고 밤을 새우다 보니 아침 9시
동부에 있는 백인 형들에게 전화를 하니 어디로 외출을 하였는지 자동응답기만 나온다.
운명하시고 곧 바로 한국에 계신 어린시절의 은사님으로 일생동안 아버지 역할을
해주시는 서울 아버지와 형아에게 전화로 알려드리고 그 새벽 나는 짐 정리를
하러 새벽길을 홀로 운전하고 다녀와야 했다.
아침 가신 어머님이 늘 아껴주던 이 미국 하늘 아래 단 하나의 참된 내 한국인 친구
P에게 전화로 어머님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지난 봄에 전화 할 때도 그러더니
수화기 너머에서 중년의 사내가 흐느껴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너를 사랑했기에
알려준다고 말을 하고 수화기를 내려 놓으니 직장에서 전화가 불이 나게 온다.
크리스티, 죠셉, 실비아, 어콰시 오대양 6대주 줄신들인 동료들이 위로의 전화를
해왔다. 출근하니 걱정들 말고 수화기 내려 놓으라고 하고 잠시 눈을 부치고
출근하니 모두들 달려와 포옹을 하며 애도를 표한다.
묵묵히 일을 시작하였다.
이런 진척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호비타는 와서 눈이시뻘겋게 뜨거운 눈물을 쏟는다.
90 중반을 넘긴 노모님 하고 사는 자신을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하며 운다.
눈물은 가슴으로만 흘리고 하루를 묵묵히 때론 밑에 직원들 웃겨 가며 근무를
하고 천근 만근 되는 몸을 이끌고 간신히 하루를 맞추고 퇴근한 후 샤워를 하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자고 말았다. 누구나가 겪어야 하는 부모님을 잃는
슬픔이 인생의 한 과정이라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을
하였거나 버림을 받은 사람들 평범하게 자란 사람들 모두에게 부모란 존재는
특별하다. 전혀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배신감에 치를 떠는 자식들도 있는
것도 현실이다.
허나 긴 세월 남들 보다 더 많은 세월을 어머님을 내곁에 모시고 살아온 축복을
받았던 세월을 뒤돌아 보며 어머님의 가슴에 쌓인 먼저 간 자손들에 대한
그리움과 깊은 슬픔들을 헤아리며 천상에 가신 그리운 어머니를 생각하니
감당이 안되는 그리움에 차라리 이를 악물고 눈물을 쏟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꿈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어머님이 내 얼굴을 오른 팔로 쓰다듬으시며 예쁘지 하시던 대로
하실 것 같은 느낌 늘 인사로 해드리던 키쓰가 머물던 어머니의 양볼이
가슴에 깊이 느껴져 더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짐을 정리하던 새벽 3시 어머님이 베고 주무시던 베개 하나를 들고 나는
돌아왔다. 우리 미국사람들의 문화는 한국 문화와 달라서 가신 분의 유품을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것이 터부가 아닌 사랑의 표현이자 가신 분의 넋을
기리는 하나의 길이다.
내일 장례식이 끝나면 짐을 모두 다시 하나 하나 정리하고 그리고 어머니의
영혼과 흔적이 담겨 있는 베개를 앞으로 베고 살아갈 것이다. 당분간은
어머님의 어떤 유품도 정리할 수 없을 것 같다. 흔적 조차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운 날 어머님이 입으시던 옷이라도 바라보고 싶다.
어머님의 묘지 앞에 하얀 장미 빨간 장미 꽃을 놓아 드릴 것이다.
우리 어머님이 가장 좋아 하시던 꽃중에 꽃 장미 이기에.............
몸과 마음도 지금은 너무나도 지쳐 있고 큰 그리움 앞에 서 있다.
이제 길을 떠나련다.
묵묵히 하루를 맞추고 돌아오리란 생각이다.
모든 슬픔과 눈물을 가슴에 묻고서.............
그리움과 슬픔을 어찌 다 필설로 가능하랴
이것이 사는 것이라지만 우리가 필연으로 모두 언제가는 따라가야 하는
길이지만 사무치는 그리움과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는 심정의 아픔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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