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에서 난데없이 나는 겨울나그네를 노래하고 있다.
내 모든 인연들이 그립다.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1962년에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시고 이번에 50주년 Reunion(한국말을 몰라서
영어로 씀)을 서울에서 한다고 다음주 한국을 나간다며 스쳐가는 인생 길목에서
가끔 만나는 분이 일부러 오늘 찾아 오셔서 인사를 하시고 가셨다.
동창 가운데 죽은 사람들이 이미 5분의 1은 되고
나머지 사람들 가운데 또 5분의 1은 안 올 것이고
나머지 동창들이 모국 서울에서 만난다며 오른쪽에 의수를 다시고 오셔서
막 운동을 하고 오는 길이라며 활기찬 모습으로 말씀을 하시고 가신다.
딱 칠순이시다.
그래도 갈 이유가 있으시다니 저 보다 났네요.
찾아와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그의 등뒤에 대고 말을 하고 말았다.
혈육 한점 없고 한국사람들이 말하는 지연, 학연 무슨 무슨 연 하나 없는
영어권에서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성장하고 살아온 우리 같은 1.5세 보다는
모국과 더 가까운 사람이구나 싶었다.
얼굴은 100%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제스춰와 언어 표현이나 생각은
전혀 한국인이 아닌 미국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 보다는 훨씬
한국과 까까운 세대들 이다 싶었다.
어제 같은 경우 내 어른과 매주 같은 시간에 하는 국제전화를 하는 동안
특정한 대화를 나누면서 적당한 한국말을 몰라서 내 의사를 표현할 길이 없었다.
순간 내 어른도 기가막히신지 말씀을 하시지 못하시고 계셨었다.
문득 80 년대 중반과 90년대 초가 생각났다.
한국말을 버벅거리면서 하던 때 말이다.
사실 나는 여기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어휘나 말을 몰라서
간결하게 쓸 수 있는 것도 필요 없는 군더더기 말을 길게 길게 불필요하게 쓸 때가
많다. 그러나 더 웃기는 일은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고등교육을 받고 한국에서
사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자기 나라 국어 받침을 제대로 쓰시는 분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하여 우리 같은 이방인들이 그런 모습을 목격하노라면 더 헷갈린다.
가장 어려운 것은 그동안 바뀐 문교부 한국어 받침이나 표기법이다.
또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은 한국인들의 한국 이름을 외우는 것과 띄어쓰기다.
할수만 있다면 한국에 있는 평생교육원에 가서 나는 한국어를 다시 기초부터
문법과 함께 다시 배우고 싶다.
반백이 되고 할아버지가 되어 사위와 며느리가 있는 친구들이 있는 이 나이에
나는 과연 누구일까............
나는 이 정체성 문제로 영어권에서 살아가면서 일생동안 가장 많이 갈등하고 있다.
얼마나 이 문제가 나를 괴롭혔는지 모른다.
더욱이 우리 파파가 한국인이 아니시기에..............
파파는 언제나 한국인의 얼을 나에게 심어주시려고 많은 애를 쓰셨었다.
1986년 12월 26일 나는 이날을 결코 잊지 못한다.
박싱 데이 파파가 한국인 가계에 나를 데리고 들어 가셨다가 내가 주인이 한국인
인줄 모르고 영어로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찰라 내 허리춤을 잡고 바깥으로 끌어
내어 영하 30도 그 엄동설한의 캐나다에서 한국말로 다시 인사 하라고 마구 야단치셔
나는 마구 대들었고 결국 다시 끌려들어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던 기억을 나는 평생을 두고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우리 파파 이제 만 86세가 되셨다.
지나간 모든 세월이 무상할뿐이다.
그런 세월이 감사하기도 하다면 한편 서글프다.
돌연변이로 나는 아직도 검은 머리가 99% 이지만 말이다.
만나면 반백의 친구들이 형 같고 나는 동생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도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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