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3부
애절한 세월의 회상이 끝날 때쯤 할머니의 눈가에 밝은 햇살이 내리고
순간 반짝이는 액체 같은 것이 보였다. 데이빗의 손을 잡고서 앉으라고
손짓을 하시는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시고 계셨다. 잠시 후 말을 있는
할머니는 데이빗 손을 잡고 혼자 말을 하신다.
"아가야, 네가 그 막내니....어이구.....이 불쌍한 것 그동안 얼마나
에미 애비가 보고 싶었겠냐....아가야........아가야......무심한
세월 이였지.."
순간 멍한 채로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던 데이빗과 양부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한참 후 마음을 진정하고 추스른 후 할머니가 잠시만 기다리라면서
어데 인가 전화를 거시는 거였다.
"여보세요.......이봐, 나 강릉 할멈인데 거기....옥자 있소?"
저쪽에서 한 젊은 여인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네, 할머니, 잠시만 기다리세요...옥자면 우리 주인 아줌니 이신 데요..."
"네, 전화 바꾸었습니다....."
"야, 니 옥자냐?"
"아....할머니이세요.........왼 일로 전화하셨어요?"
"옥자야, 니 내 말에 놀라지 마라.."
"할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옥자야, 니 기억하니 니 잃어버린 막내 동생 강섭이 말이다.."
순간 옥자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옆에서 쳐다보고 있던 점원아이는
이게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여지껏 주인 아줌마가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옥자는 갑자기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에 지금
도대체 강릉 할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신지를 알 수가 없었다.
떨리는 가슴과 온몸을 진정을 못하고 있던 옥자는 간신히 말을 있는 다.
"할머니, 지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옥자야, 왼 사람이 찾아왔는데 한사람은 미국사람이고 다른 한사람은
한국사람 처럼 생겼는데 한국말을 못하는데 말이야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어느 분이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사람을 찾는 다면서 미국서 왔다는
거야...그것도 이동복이란 사람을 찾는 다는 거야......듣자하니
니 죽은 아버지 이름 같던데.....그리고 그 젊은이 한국 이름이
홀트 아동복지회인가 하는 데서 온 양반 말로는 이강섭 이라고 하드라.."
어리떨떨한 옥자는 강릉할머니가 바꾸어준 전화를 받고는 홀트 아동복지회
직원의 통역으로 데이빗에 관한 입양기록에 관하여서 양부와 대화를 나누고
복지회의 이야기를 종합하여본 결과 그토록 목 메이게 그리움에 찾아왔던
자신의 막내 동생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강릉할머니
또한 데이빗이 옥자의 동생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옥자는 의정부에서 작은 옷 가계를 하고 있는 10대의 두아들과 남편을
두고 있는 가정주부로 지금은 살아가고 있지만 그 전에는 가난으로 청계천
다락방에서 미싱 사로 하루에 15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리며 미싱바늘에
찔려 고운 소녀의 손가락이 성할 날이 없었다. 같은 나이 또래 아이들이
책가방을 들고 재잘거리며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 할 때 옥자는
서러운 마음을 눈물로 삼키며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저임금에 시달려가며
밤을 낮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간 세월 이였다.
옥자가 마음이 너그러운 주인을 만나서 옥자 또래의 딸을 기르는 주인집
아저씨의 배려로 야간 여상에 입학을 하고서 하루 일과가 끝나면
같은 나이 또래 아이들과 같은 운명의 수레바퀴 안에서 야학에서
공부를 할때는 공부가 아닌 피곤에 지쳐 졸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옥자가 고2를 맞추어 갈 때쯤 아버지는 한만은 생을 맞추고 유명을
달리 하고 말았고 어머니는 그 후 재혼을 하신 것 이였다.
전화를 받고 난 후 옥자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정신없이 가계에서 일하는 아이에게 가계 일을 맡겨 놓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응접실에 터더 불리고 앉아서는 목놓아 울고 울며 그동안
가슴에 맺혔던 참고 참았던 서러움과 슬픔을 토해내고 있었다. 얼마를
울었을까 문밖에서 누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뜻하지 않게도 생각지도 못한 남편이 일찍이 퇴근을 하여서 돌아온 것 이였다.
문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옥자의 얼굴을 치켜보던 남편은 눈두덩이 부어있고
시뻘게진 눈을 바라보며 놀란 나머지 왼 일 이냐고 마누라를 다그친다.
그 순간 옥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남편을 부둥켜안고는 애들처럼 엉엉 울며
흐느끼고 있었다. 영문을 모른 남편은 그저 당황한 나머지 어쩌지를 못하고
옥자를 소파에 안치고는 자초지종을 묻는다. 옥자의 이야기를 듣던 그 순간
옥자의 남편 역시 전율을 하고 말았다. 말로만 듣던 잃어버린 그 막내처남
강섭이 살아있다니 그리고 지금 같은 하늘 아래 있다니 그저 믿을 수가
없었다.
마음을 진정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온 옥자는 다시
전화 다이얼을 돌려 봉천동 강릉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창밖에
오후의 햇살은 왜 저리도 오늘따라 우수에 젖어있는 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할머니, 그분들을 모시고 저희 집을 아시니 택시 타고 오세요.
할머니 뵌 적도 오래 되였고 저녁대접도 해드리고 싶어요."
"옥자야, 그래..내 알았다. 곧 출발하마......."
전화통화가 끝난 후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은 데이빗 일행 역시 가슴에
이는 파문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반장님 역시 이 기구한 역사적인
이산가족의 상봉을 눈앞에 두고 바라보면서 긴 한숨을 내어 쉬고는 문을
나서면서 인사를 건넨다.
"강릉할머니, 저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그러면서 데이빗 일행에게도 목례로 인사를 하고는 작은 쇠 철문을 나선다.
할머니와 복지원 직원이 앞장을 서고 꾸불텅한 골목길을 빠져나와
저만치 상도동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가 보이는 대로변에서 지나가는
개인택시를 잡은 일행은 운전사와 흥정을 하고는 차에 올라 강변도로와
북악터널 지나서 저만치 도봉산이 보이는 교외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낯선 풍경들이 데이빗에게 주는 느낌은 어리둥절함 이였다. 얼마를
달렸을까 택시는 의정부 교외 나지막한 산밑자락에 있는 집 앞에
도착하였다.
순간 데이빗은 알 수 없는 격랑이 마음속에 일고 있씀을 숨길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그 불안과 초조가 마치 자신을 그물로 뒤덮고 있는 느낌에 어찌
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쓰러질 것만 같은 아찔한 느낌 이였다
일행은 차에서 내리고 앞장선 강릉할머니가 옥자의 집 대문에 달린 초인종을
눌렀다. 순간 옥자의 목소리로 생각되는 중년여인의 목소리가 대 문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누구세요?"
"옥자야, 내다......"목소리를 알아차린 옥자가 뛰어나오며 남편을
외쳐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 여보.........강릉할머니가 손님하고 오셨어요...어서 나와봐요."
옥자가 대문을 여는 순간 옥자 앞에는 낯선 이방인이며 백인남자인 데이빗의
양부 홈즈씨와 키가 건장한 한국청년의 모습을 한 데이빗이 복지원 직원의
안내와 통역으로 옥자의 안내로 집안으로 들어서서 마루로 올라가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일단 응접실 소파에 합석을 한 일행은 복지원 직원의 통역으로 자초지종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옥자가 바라다본 데이빗의
눈썰미며 얼굴 모양새가 너무나도 죽은 아버지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재혼한 어머니 속을 그렇게 썩이고는 방탕한 생활로 일관하던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하루 전에 포르말린 냄새가 진동을 하고 창백한
흰색으로 페인트칠해진 병실의 침대에서 마지막으로 자식인 옥자에게
애비로서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자식들과 떠나간 마누라에게도 못할 짓만
하고 죽도록 고생만 시키고 떠나감을 속죄한다는 유언 아닌 유언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며 한 말은 막내 동생을 홀트 아동복지원에
남기고 돌아섰던 이야기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미국으로 입양 되였다는
것과 죽은 후라도 그 동생을 찾아 볼 수만 있다면 꼭 찾아 만나보라는
그 사연과 너무나도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기 전에 고명딸인 옥자에게 남긴 말은 고아원에
보낸 막내 동생에 대한 참회와 그 막내 동생의 오른팔 뒤꿈치에 작은 밤톨만한
갈색반점이 있다는 신체적 특징을 알려주고 옥자가 살아 생전에 아버지 대신
고아원에 보내놓고 평생을 꿈에도 잊지 못하던 막내아들을 끝내 그리워
하다가 못보고 죽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사실을 생각하며 통역을
통하여서 나누던 이야기 끝에 데이빗의 긴소매 셔츠를 올리고 팔 뒤꿈치를
바라보니 아니 이게 웬일 바로 그 자리에는 죽으면서 아버지가 남긴 말처럼
동생의 신체적 특징인 반점이 틀림없이 있었다. 얼굴생김새도 죽은 아버지를
꼭 닮았고 틀림없는 막내 동생 강섭 이었다.
그런 사실을 확인한 순간 옥자는 통역을 통하여서 데이빗이 틀림없는 자신의
동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건네고 다시 입양당시의 고아원의 정황과 기록을
대조하여 보면서 틀림없이 데이빗의 한국 이름 이강섭이 자신의 틀림없는
막내 동생임을 확인하는 순간 와락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를 못하고 데이빗을
부둥켜안고 두 남매는 하염없이 회한의 긴 세월이 서로를 갈라놓은 짓궂은
운명을 가슴에 부둥켜안은 채로 흐느껴 울고 또 울면서 옥자는 데이빗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얼굴을 다시 보고 또 보고하는 동안에 옥자의 남편도
말로만 듣고 처음 만나보는 잃어버린 막내처남을 같이 부둥켜안고 울고
또 울었다.
옆에서 등이 굽은 강릉 할머니도 손수건을 꺼내서 아이구 이 불쌍한 것
얼마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노 푸념 어린 혼잣말을 하면서 홀트 아동복지회
직원과 양부 홈즈씨도 다 함께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고
있었다.
얼만가 알지도 못하는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어느 사이에 오후의 햇살이 응접실 창문사이로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부엌으로 들어간 옥자가 다과를 준비하고 주스를 유리잔에 따라서
쟁반에 받쳐들고 나왔다. 데이빗이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엄마와
아빠에 관한 이야기와 소재지였다.
다과와 주스를 나누면서 옥자 가슴에 스쳐 가는 아픔은 세월의 이별만큼이나
서로가 언어의 장벽으로 하고 싶은 말을 못다 한다는 생각과 더불어서 죽은
아버지가 이 순간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애석함 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본능적인 형제애를 느끼는 데는 그 어떤 언어도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가슴으로 느끼는 그 절절함과 애절함으로 모든 것은
느끼다 못해 감성의 강물이 되어서 넘쳐흐르고 있었다.
잠시 상념에 잠겨있는 동안에 조급함에 참다 못한 데이빗이 먼저 말을 꺼냈다.
데이빗이 커가면서 그토록 목메어 그리움에 불러보고 싶었던 엄마와 아빠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싶었다. 순간 옥자는 다시 움칫하면서 놀라는 기색으로
차근차근히 이야기를 이어 나아갔다.
"예야........아버지는 너를 고아원에 보내놓고 나중에서야 자리를 잡고
너를 찾아 나섯을 때는 너는 이미 미국으로 입양된 후였어. 그러고는
평생을 너에 대한 죄책감에 가슴 아파하시다가 미국으로 유학간 셋째
오빠의 초청으로 넷째 오빠와 함께 이민을 가셨다가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적응을 못하시고 외롭고 힘들어서 못사시겠다고
도로 한국에 나오셔서 이 누나하고 얼마 전까지 같이 사시다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 그리고 숨을 거두시기 전에 내게 부탁을 하셨어 너를
이 누나가 죽기 전에 너를 한번 꼭 찾아보라고 그런데 네가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순간 데이빗의 눈가에는 이슬이 내리고 또 다시 뜨거운 눈물을 쏟고 있었다.
양부인 홈즈 씨가 데이빗을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하고 있었다.
잠시 흐느낌 속에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데이빗이 건네는 말은...
"누나, 그럼 엄마는 어데 가셨어? 그리고 지금 살아 계신 거야?"
"엄마........네가 입양된 후 얼마 후 너를 아버지가 찾아 나서고
다시 가족들과 재결합을 하려고 하였을 때 들려오는 소문에 서울
어느 식당에서 일한다고 하여서 찾아가 보니 이미 그때 엄마는 다른
남자와 살고 있었어. 그래 할 수 없이 두 분은 헤어지고 엄마는
식당주인인 홀아비하고 결혼을 재혼하셨어. 엄마 역시 늘 만나면
너를 그리워하며 죄의식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셨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데이빗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어두움이 드리우고 있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시고 더는 다시 만날 수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허무하다는 생각이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하였고 이미 꿈에도
그리워하던 엄마는 재혼하여서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더욱
쓸쓸함으로 텅 빈 가슴을 후벼파고 스치는 순간의 상념은 도도히 흐르는
슬픔과 아픔 그 자체였다.
데이빗과 남은 일행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누나인 옥자는 서울에 살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였다. 다행이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 딸의 전화를
받고는 갈라진 목소리에 무언가 일이있다는 직감을 느낀 지금은 남의 부인이
된 엄마는 걱정되는 말로 옥자에게 묻고 있었다.
"옥자야, 너 무슨 일 있니? 아니면 네 목소리가 왜 그러니..."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고 있는 옥자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기가 힘이 들었다.
"엄............마, 엄마...........내가 엄마한테 할 말이 있어..
그런데 엄마 나한테 약속해 놀라지 않는 다고..."
"옥자야, 너 오늘 왜 이러니...도대체 뭔 일이 있기에......"
"엄마, 내 옆에 지금 누가 있어....그런데 놀라지마..엄마...미국서
엄마를 찾아온 손님이 있어.."
순간 천둥번개로 뒷골이라도 맞은 것 같은 본능적인 놀라움에 엄마는
놀라다 못해 소스라쳐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는 전화 속에서
겨우 한 마디 하는 말이...."옥자야, 너 지금 뭐라 했냐........"
"엄마, 미국서 엄마를 찾아 왔다니까....놀라지마...엄마 강섭 이가 왔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모녀는 전화기를 붙들고 통곡을 하고 말았다.
순간 옥자가 전화기를 데이빗에게 건네주자 한국말이라곤 로스앤젤레스
소재 한국문화원에서 배운 아주 기초적인 한글 받침 몇 개와 엄마란 말
이외는 아는 것이 없는 처지라 데이빗은 가슴 깊이 이날 이때까지 꿈에도
목이 메어 불러보고 싶었던 외침 "엄마"만 되풀이하며 그동안 가슴에
응어리진 서러움과 한 맺힌 그리움에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한꺼번에 봇물이 터지는 순간 이였다.
통화후 한 시간이 지났을까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응접실은 고요에 빠지고 옥자는 물론 데이빗 역시 초인종 소리에
초긴장을 하는 모습 이였다. 벅찬 감회 어린 잃어버렸던 동생과의
순간적인 재회에 벅차고 놀란 가슴을 진정하기 힘든 옥자 대신 남편이
일어서 대문 밖으로 나아갔다. 뒤따라 나아간 옥자는 이미 문안으로
들어서는 엄마 손을 부여잡고 응접실로 들어서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순간 엄마의 시야에 들어온 데이빗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육감으로
이목구비하며 죽은 전남편을 너무나도 빼박았다는 느낌에 전율하고 있었다.
엄마도 데이빗 일행도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소파에 앉아서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엄마는 데이빗의 팔 뒤꿈치가 아닌 오른쪽 허리춤을
보자고 하였다.
오른쪽 허리춤에는 데이빗이 태어났을 때 갖고 있었던 주근깨 같은
것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리고 왼쪽 손바닥에는 빨간 강낭콩만한
반점이 있었다. 틀림없는 자신의 아들 강섭이가 틀림이 없었다.
순간 두 모자는 부둥켜안고 통곡을 하다 못해 서로간에 한 맺힌 그
리움과 아픔에 절규하고 있었다.
"엄마..............엄마.........일찍 찾아와 뵙지를 못해서 미안해요.
저도 엄마를 잊은 적이 없었고 얼마나 보고 싶었었는지를 몰라요.....
엄마........엄마.."
중간에서 복지원의 직원이 통역을 하고 있었다. 한국말이라고는
데이빗이 유일하게 아는 것은 "엄마"라는 단어였다. 그 얼마나 꿈에라도
외쳐 불러보고 싶었던 말인가. 바로 그 순간이 지금 데이빗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 이였다. 두 모자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얼굴을 두 손으로 얼굴도
만져보고 비벼도 보고 그저 못다 한 그리움과 서러움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강섭아, 이 에미를 용서해라..........입이 열 개인들 또 백 개인들
이 에미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엄마, 왜 나를 버리고
떠나셨어요? 엄마,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엄마를 잊어 본적이 없어요.
엄마, 나는 늘 기도했어요. 살아생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나를 낳아준
엄마를 만나게 하여 달라고요. 이 순간이 나에게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하였어요. 엄......마..엄마.........보고 싶었어요."
"강섭아, 내가 네 아버지를 두고 집을 떠났을 때는 너무나도 가난해서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6남매의 자식을 두고 바람이나 피우고
노름이나 하러 다니는 네 아버지를 견디기에는 너무나도 나에게는
가혹한 운명이었고 이 엄마는 자리를 잡으면 너희들을 데려가려고
하였었지. 그런데 나중에 내가 찾아 나섰을 때는 너는 이미 미국으로
입양이 되어서 손을 쓸 수가 없었어. 이 에미를 용서하려무나........
미안하다.....강섭아......이 에미가 너에게 죽을죄를 지었다."
"엄마.....엄마 그러지 마세요.....엄마를 이해하고싶어요. 그 모진
세월 살아오시면서 가난에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는 사실을
저는 이제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감사하며 모든 게 기쁘고 꿈만 같습니다. 저는 이날을
위하여서 때론 외롭고 힘든 날들을 참아왔고 양부모의 사랑과 배려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순간 데이빗은 정신이 퍼뜩 드는 것이었다. 곁에서 같이 하염없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있는 양부 홈즈 씨를 잊고 그저 생모를
부둥켜안고 울기에 바빴던 것이었다. 옆에서 통역이 다시 거들고 있었다.
"엄마, 이분이 제 양아버지 홈즈 씨 여요."
그 수많은 세월동안 핏덩어리를 데려다가 이렇게 장성하도록 돌보아준
이방인인 양부에게 무슨 말인들 할 수가 있겠는가 싶었다. 데이빗을
낳은 엄마로서 자신의 내면에 내재하고 있었던 그리움을 어찌 부인
할 수가 있으랴 하지만 이미 강섭이가 아닌 미국인 데이빗으로
살아가는 자신이 버린 핏덩이를 거두어주고 길러준 그 이방인 부모에게
감사하다는 말 이외 어떤 말인들 보상이 되겠는가 말이다. 통하지
않는 말이지만 생모는 통역을 통하여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건넸다.
"홈즈씨, 강섭이는 아니 데이빗은 비록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당신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무어라고 말씀을 드릴까요........그저
진심으로 당신의 사랑과 배려에 감사하다는 말 이외는 제가 드릴말씀이
에미로서 없군요. "미쎄스 김, 무슨 말씀을요. 데이빗은 당신의 아들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우리 가족에게 데이빗을 가족으로
허락하는 축복을 주셨을 따름이지요. 우리 데이빗이 이렇게 낳아준
어머니를일생에 만나게 된 것을 저 역시 한없는 기쁨과 감사를 느낍니다."
얼마 후 시간이 지났을까 옥자가 여기저기 이웃들과 친구들에게 들뜬
나머지 잃어버린 동생과의 상봉소식을 전화로 전하자 달려오기 시작들
하였다. 집안은 앞마당까지 기쁨과 환희로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
옥자 친구의 전화제보를 받고는 일간신문 기자들조차도 달려오기
시작하였고 뜻하지 않게 많은 이웃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생모와 옥자는
물론 데이빗 일행까지 인터뷰가 진행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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