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면서

붓꽃 에스프리 2012. 12. 7. 17:20

 

  

 

 

지금은 목요일 밤 10시 24분 배추 절여놓고 기다리는 동안 파가니니가 작곡한

로시니의 탄크레디 중의 아리아 '이렇게 가슴 설레임이'에 의한 변주곡을

아주 낮은 발륨으로 듣고 있다. 작은 아이는 학교에서 하루종일 살다가 저녁

늦게 돌아와 쉬면서 맥 랩탑으로 영화 한편을 보고 있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파가니니의 탄크레디 아리아를 듣노 라니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끼고 처음으로 평안을 느낀다. 이 평안이 얼마만인가

싶은 순간이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가슴은 텅비어 있을까. 내 모든 그리움이

되시었던 맘/엄마/어머니 그리고 단 한분의 누님은 이제 천상에 계시다.

 

어떻게 첫근무를 감당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안된다.

친구를 만나러 나갔던 큰 아이가 돌아와 이제 내일 출근을 위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작은 아이는 내일은 학교 수업이 없어 늦잠을 자도 되는 날 역시 잠자리로 갔다.

문득 내 머리속은 백지 도화지가 되어 버렸다. 아무 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두어달만에 수십년을 오고 가는 두 세대 동안 다니는 서점을 오랫만에 들렸다.

나를 기다리는 한국어 문학지 <문학사상>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개월 동안 나는 갈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 인생의 천지개벽이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애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신 99세의 맘/엄마/어머니와 이 세상에 단 한분밖에

안계신 가장 가까웠던 어머니 다음으로 소중한 누님과 이 지상에서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개월 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두 사람을

소히 세상에서 말하는 불행한 운명으로 잃어야만 하였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부터 시작하여 어디서 멈추어야 할지도 모르는 비극의

주인공이 내 자신이 될지는 감히 생각도 못하던 일 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내게 다가왔다. 두번 우리들 모두는 임종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이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숨을 고를 때 누군가 내손을 잡아주는 것을 가장 고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정한 인생의 가치부여의 완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수없는 쓸쓸한 죽음을 목격한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간절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희망사항이다. 누군가 내 마지막 숨결을 지켜보고 내손을 잡아준다는 것 보다

인생이란 연극무대 위에서 더 소중한 것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시각이다.

 

인생이 공수래 공수거 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정한 이치요 진실

이라면 그 누구도 출생은 물론 죽음도 같이 할 수 없는 절해 고도의 혼자만의

외길이다. 그 쓸쓸함과 절대 고독의 순간을 누군가 손을 잡아주고 함께 한다는 것은

극히 아주 지극히 적은 숫자로 로또 당첨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내 모든 존재의 의미 이셨던 맘/엄마/어머니 만98세 8개월을

우리 모두 앞에서 마감 하셨다. 우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축복기도 까지

다 받으시고 손톱 발톱 다 깍아드리고 몇일 후 영면 하셨다.

 

공교롭게도 단 한분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누님 또한 동생한테 손톱 발톱을

다 깍아 달라하신 후 2주가 채 못되어서 우리들 앞에서 그것도 자신의 손때와

땀이 묻은 집 자신의 침대에서 우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흐르는 가운데 우리들의 손을 잡고 영면하셨다. 그것도 맘/엄마/어머니가 떠나신

같은 수요일날 저녁 8시 8분 맘/엄마/어머니는 2개월전 저녁 8시 22분에 영면 하셨다.

 

이런 것은 흔히 세속에서는 거론하지 않는 터부다.

그러나 출생과 결혼과 돈 많이 벌고 부귀영화만이 축복이 아니란 것을 알 때는

세월이 저만치 가서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축복 가운데 하나는 다름아닌

죽는 복이다. 자녀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도와 눈물과 사랑 가운데 손을

잡고 잠을 자듯이 평안한 모습으로 임종을 맞이 하는 사람은 100명이면 거의 없다.

운이 좋고 아주 좋으면 한명이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내 모든 사랑은 인생의 가장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자식들과 형제들과 사랑하는

이웃들과 함께 하고 이 지상의 여정을 맞추고 이별을 고하고 천상으로 떠났다.

일생동안 내가 바라는 단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혼의

손을 잡고 이 지상의 여정을 맞추고 세상을 떠나 천상으로 가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는 경험으로 알고도 남는 일이다. 부귀영화가 아니다.

 

죽음을 혼자 맞이하는 것이 숙명이라면 그 순간을 혼자 맞이하는 것만큼 처절하고

쓸쓸한 일은 이 지상에서 없다고 말을 하고 싶다. 수없는 죽음을 바라본 시간을

생각할 때 그렇다. 삶과 죽음은 우리가 주관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극히 높으신 그분이 주관하시는 일이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다......억만장자도 동전 한잎을 갖고 가지 못한다.

그럼으로 아낌없이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이나 표현에 인색하지마라.

 

처절한 고난과 불행을 딛고 내일은 첫출근이다.

직장으로 다시 복귀하는 날이다.

 

조용히 침묵으로 내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며 근무하리라 생각한다.

모든 고통과 슬픔을 딛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