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내 인생의 이정표 파파를 그리워하며

붓꽃 에스프리 2013. 7. 10. 04:27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Violin: Antonio Stradivari "Rode" 1722.
Poznan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or: Marek Pijarowski

Erzhan Kulibaev - Violin

 

 

14th International Henryk Wieniawski Violin Competition, Poznań 2011
Stage 4 (21 October 2011)
Henryk Wieniawski Musical Society
www.wieniawski.com
Towarzystwo Muzyczne im. Henryka Wieniawskiego
www.wieniawski.pl

 

 

오늘은 휴무날이다.

어제의 긴 근무가 끝나고 돌아와 어디를 들려서 아버지 한테 가는 길 정지 신호가 있는

사거리에서 정차 하려는 순간 백 미러를 보니 어쩌면 하는 순간 뒤에서 피자를 배달하는

녀석이 쾅하고 내차 뒤를 받았다.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나가 보니 다행으로 범퍼가 그

대로 였다.

 

하도 기가 막혀서 왜 눈뜨고 남의 차를 받느냐고 하니 순간 정차를 못했다며 내가 실수라고

하기에 운전면허증과 보험증서 내노라고 했다. 그리고 적다 생각하니 불쌍한 녀석 그냥

가라고 보내주고 길을 갔다. 이렇게 내차 뒤를 두번이나 모두 스페인어권의 남자 녀석들이

받았다. 다행으로 모두 범퍼가 망가지지 않았다.

 

아버지도 예야 액땜으로 생각해라 네차 안 망가졌으면 되었다. 뭐하고 뭐하고 하면 너무

골치 아프니 그만 둬라 하시기에 그렇다고 나도 생각했다. 나보다 가난한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녀석이 받았고 망가지지 않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하셨다.

 

아버지 헨리 모셔다가 저녁에는 맛나는 평양 물냉면을 만들어 드렸다. 얼마나 만나던지

우리 두 부자는 그야말로 맛나게 먹고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시장에서 씨없는 수박을 한통에 무조건 5불도 안 되는 값에 팔기에 보통 이런 것을 사는 성질이

아닌 사람이 하나를 샀다. 뚝 잘라서 반통을 아버지를 드리고 싶었다. 식사후 쉬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밤이 깊어가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면서 수박을 속만 다 발라내어

잡수시기 쉽게 플라스틱 그릇에 다 하나 하나 만들어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드려고 하나씩

집수시라고 말씀드리고 아버지의 배웅을 받고 뒤돌아 왔다.

 

샤워를 하고 피곤해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 자고 자고를 반복하다 보니 아침 7시 일어나

어제 사온 열무 두단에 1불 하는 것 두단을 사갖고 와서 이 아침에 다듬었다. 그리고

보고 싶고 그리운 우리 파파에게 캐나다로 전화를 걸으니 차이나 타운으로 외출 하셨다.

어머니가 받으셨다. 이제 80도 넘으신 어머니 젊으셔서 선생님을 하셨었다.

 

그리움에 우리 모자는 수화기를 들고 눈물을 쏫고 말았다. 올해는 새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관계로 움직일 수 없지만 내년에는 시간을 내어 캐나다로 올라가 일생동안 내 존재속에

늘 함께 하셨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하여주시고 가르쳐주시고 사랑해주신 파파와 마마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파파가 외출하시고 돌아 오시면 전화를 다시 하겠노라고

말씀드리고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파파가 계시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처럼 이 한글

자판기를 두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80년대 중반 나는 한국말을 참 못했었다.

많이 잊어서 간신히 소통이 가능하던 그런 시절이기도 하다.

 

지난 2년전인가 유일하게 모국에 단 한사람 남아 있는 죽마고우에게 전화를 하니 그가

깜짝 놀라면서 언제 그렇게 한국말을 배웠느냐고 하던 때가 엇그제 같다. 오래전에

어려서 한국을 방문하던 그때는 서로 언어소통이 너무나도 어려웠는데 그 때가

기억난다면서 누가 가르쳐 주었냐고 하던 기억이 난다.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30년 세월이 거의 흘러 가는 그 시절이다. 한국 사람만 보시면 우리 파파는 늘 나를

끌고가서 인사를 시키셔서 나는 그것이 아주 질색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지금 생각하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그런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나는 이 자판기를 자유자재로 치지를

못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 파파가 오늘 같은 날은 그립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오늘날 까지 사랑으로 기르고 인도하여 주신

파파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삶과 철학과 인생관과 가치관과 취미와 성격을 모두

깊이 이해 하시는 분이 바로 우리 파파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수없는 것들

그리고 사건들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과 참사랑

그것이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 인생의 가치인가.

 

한국 사람을 만나고 나면 꼭 그 뒤에 남는 여운은 대부분 참으로 나를 외롭게 만든다.

내가 그네들에게 적응을 못하고 공감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적으로 깊이 소통이

안되어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인지 설명하기 힘든 그런 것이 늘 있다. 그것은 내가

늘 뛰어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이발을 시원하게 하고 한곳에 들려 일을 처리하고 그리고 내가 늘 가는

책방에 들려 돌아와 열무김치를 맛나게 담고 남은 시간은 그저 침대에서 뒹굴던지

클래식 평론을 오랫만에 읽던지 이도 저도 아니면 스케치 북을 들어보던지 하고 싶다.

내일은 새벽 같이 일어나 이번주 두번째 근무날을 맞이 하여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버지가 내게 어린 시절 만들어 주신 카셋 테입이 다 달아 못듣게 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그리운 아버지 파파를 생각하며 듣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고 외로웠을 때 아버지 파파는 나를 늘 모든 사랑을 바쳐

사랑해주셨었고 내가 필요한 것들은 늘 아낌없이 주셨던 분이셨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다가가 심오한 철학적이며 이지적으로 사랑하고

정신적으로 소통 가능한 사람이 아버지 파파일 것이다. 그점에서는 그 누구도

뛰어 넘을 수 없는 단 한분 이지와 지성 세계에 대한 내 영혼의 허기와 갈증과

배고픔을 다 채워줄수 있는 유일한 분이다. 그 높은 아버지 파파의 이지와

지성 세계를 뛰어 넘는 사람을 아직은 내 인생에서 만나본 일은 없다.

 

 참 오랜만에 전곡을 들어보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