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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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어저께 하루 그리고 오늘>

붓꽃 에스프리 2022. 4. 14. 12:08

 

어저께는 퇴근하자마자 샤워부터 하고 시작되는 전기공사를 하는 기술자들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온종일 근무하고 돌아와 기다려야 하는 일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곧 바로 얼마 후 새로 처방받은 혈압약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평가해야 하는 날이고 혈액 채취해서 검사도 해야 되는 날이라 이래저래 너무나도

피곤했었다. 결국 24시간 이상을 꼬박 새우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의사를 만나 처방전 새로 받고 지난 5년 동안에 이번 약만큼 제대로 혈압을

잘 조절해주는 약이 없다 싶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주치의 선생님께 했다.

그리고 발길을 돌려 약국에 들려 처방전을 주니 약 통풍 예방약은 17일 날 그리고

혈압약은 약이 모자라 모래 정도래야 된다 하여 그럼 17일 날 와서 가져가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미국 마켓에 들려 파스타 스파게티 국수, 로티니와 지티 재료와

스파게티 소스 2병 바케트 빵 2개 사 갖고 돌아왔다. 하나 같이 다 이태리 음식들

이다. 그런데 찾는 랙토스를 뺀 우유가 마침 없어 도리 없이 그냥 돌아왔다.

그동안 몇 주 파스타나 스파게티 요리를 하고 싶었는 데 근무하고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 마켓을 또 따로 들리기도 정신적으로 보통 힘든 일이 아니어서 하지 못하고

가질 못하고 있었다. 기회가 되어 이때다 생각하고 사 갖고 돌아왔다. 사노라면

특별히 한국음식이 그리운 날이 있다면 내가 먹고살던 서양 음식도 미치도록 먹고

싶은 날이 있다. 한국 음식 반 서양 음식 반 두 문화를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그저께 밤부터 불어 제킨 강풍이 그야말로 온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기를 24시간도 넘었다. 지난주는 더워 선풍기 에어컨 켜고 살다 어저께 그저께는

또 초겨울처럼 추워 겨울 옷을 꺼내 입고 창문을 다 닫고 살아야만 했었다. 올해는

유달리 봄이 봄 답지 않고 들쑥날쑥 이상기온이다. 여기까지 자판기 두드리다

너무 피곤해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나 내 일기장 같은 자판기를 다시 두드린다.

다세대 주택에 화재보험은 필수로 갖고 있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화재보험

회사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이 있는 데 그중에 하나가 각 세대마다 실내 전기 패널을

새것으로 갈아야 하는 일이다. 하여 어저께부터 공사를 하고 있어 아이가 들렸다.

공사하는 사람들 문도 따줘야 하고 이래저래 낮잠도 잠시라도 잘 수도 없고 해서

무척 피곤하다.

작고하신 우리 파파는 꼭 하루에 30분을 점심 식사 후 주무시곤 하셨었다. 나도

늙어가니 파파를 닮아간다 싶다. 꼭 낮잠을 조금은 자야 피로감을 해소하게 된다.

아니면 피곤함 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부활절 일요일이 다가와 한국에 사는

어릴 적 친구로부터 Giovanni Battista Pergolesi - Stabat Mater 유튜브

영상을 보내와 지금 조용히 듣고 있다. 4년 전 친구와 헤어진 지 50년이 넘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나보게 되어 감회가 깊었다.

 

소년으로 헤어져 60 중반이 되어 5년전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된 친구 그의

영세명은 베드로다. 그를 만나서 변한 모습에 알아보기가 어려웠었다. 나는 길은

잘 찾아가는 사람인 반면에 시야에서 보지 못하면 사람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알아보지를 못하는 편에 속한다. 특별히 정이나 우정을 나누지 않은

사람의 경우 특별히 더 그런 편이다. 하여 얼굴은 알아보고 이름을 기억 못 해

난감한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당혹스럽다. 상대방의

성함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실례이며 무례한 일인가 싶다.

 

요즘은 습관을 바꿔 물과 차를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 커피라면 죽고 못살던 사람

어느 날 의사의 권유로 그날로 끊고 산지 벌써 5-6년이다. 근무하는 날이래야

직장에서 그것도 딱 한잔이다. 쉬는 날은 집에서 직장 동료가 생일 선물로 준 차를

울궈내는 사기 주전자를 하루에 두 번 정도 가득 채워 우려내 물 대신 마시고 산다.

무엇이든 건강에 해롭다고 마시지 말거나 복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꼭 절제하며

사는 것이 나의 생활습관이다. 뭐든지 그날로 중단하면 그것으로 끝이며 두 번 다시

손을 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마약과 술과 흡연에 중독되어 자기 절제를 못하고

결국은 그것들로 자신의 건강을 파괴당하고 막다른 죽음에 이르는 극한의 상황에

처한 환자들을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때가 너무나도 많다. 결단과 자기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호젓한 벚꽃 꽃비가 내리는 길을 사랑하고 아끼는 인연과 함께 산책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그런 날이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일상과 삶은 싫다. 복잡함이 싫다.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조용한 나만의 시간이 도시 생활을 평생 하는 사람으로

가장 아쉽고 또 갖고 싶은 일상에 한 부분이다. 하여 직장에 그 넓고 넓은 시야

잔디밭과 나무 사이를 지나 주차장으로 걸어갈 때가 항상 즐겁고 감사한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부활절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 처참한 시간들 세상은

인플레이션에 물가는 치솟아 우리 미국도 연일 라디오에서 이야기한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짓밟혀 나라가 파산이 나고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악의적인 침략에 나라 전체가 짓밟혀 학살과 각종 참상으로 필설이 부족할 정도다.

그 결과 전 세계의 경제가 파탄을 향해가고 있는 진행형이다. 그것을 한국의 경제

또한 피해 갈 수가 없다고 한다. 특히 LNG 조선업이 그 피해가 가장 큰 분야에

들어간다고 연일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말을 할 것도 없고 앞으로

세계 질서가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게 될지 불확실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 저녁에는 최민식이 주연으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한국 영화를 한편

보려고 한다. 그래도 <한국인의 밥상>만큼 즐겨보는 프로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식문화와 정서를 전해주는 프로 그래서 더 정감이 느껴진다. 그 어느 하나

맛을 볼 수 없는 음식들이지만 눈요기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만족하게 된다.

4월도 벌써 중순 곧 머지않아 장미의 계절 5 월이 열리고 참 무심한 세월 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