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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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추수감사절도 지나가고

붓꽃 에스프리 2022. 11. 26. 07:53

메신저 내용대로라면 20일 한국을 출발해 네팔에 도착한 어릴 적 친구 칠순의 S가 이 사진을 보내왔다.

지금쯤 등정을 계속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 같은 반에서 있었던 친구는 내가 한국을 어려서

떠난 후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5년 전인가 기억도 안 나는 해 가을날 아빠 헨리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후

방문하여 해후를 하게 되었다. 그와 나는 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는 것과 그와 나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도 나도 늙어가고 있다. 늙어가니 지난날 친구들이 그도 나도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어린

시절같이 공부했던 친구 몇 명과 함께 동아리까지 만들어 잘들 함께 지내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주었다.

먼 이역에서 살아가는 어린 시절 친구는 그들에게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그립고 보고 싶어도 서로가 자주

만날 수 없는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온 지나간 수십 년의 세월이다. 어린 소년들이 그 사이에 칠순의

할아버지들이 되었다.

얼마나 무정한 세월인지 싶다. 어저께는 우리네 명절 추수감사절이었다. 아이들 부부가 일본 여행을

10일간 잘 맞추고 돌아와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된 날이다. 그런데 전날 직장에서 추수감사절 24일 대신

27일 쉬고 추수감사절에 근무를 해줄 수 없느냐고 연락이 왔었다, 단호하게 노우를 했다. 가족을 만나기로

하여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을 보냈더니 알았다고 하며 추수감사절을 잘 보내라고 답이 왔다.

대신 크리스마스와 새해 근무를 해주기로 했다 이번 주 다음 주 지나 12월을 마지막으로 올해의

연중 휴가 마지막 다섯 번째 15일간을 갖게 된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제나는 한국을 2주간 방문 후

다시 자신의 생일을 보내고 북극 오로라를 보기 위해 1주일간 알래스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훼어뱅크로

여행을 떠났다. 단 며칠 내지 1주일만 있어도 미 전국 내지는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스타일이다. 그녀 나이 이제 만 60세 과거에 그녀 또한 암을 투병한 적이 있었다. 그 후 그녀는

인생관을 바꾼 것 같다. 취미로 아들이 사준 독일제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미 전국을 같은 동아리들과

1년 내내 여기저기 출사를 다니며 바쁘게 산다. 그런 그녀가 현명한지도 모른다고 때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즐기며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에 만족하며 충만을 느끼는 것

하여 나는 그녀에게 한번 지금 그녀가 살아가는 일상과 삶이 가장 후회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번 돈으로 자신을 위해 즐기고 살아가는데 누가 뭐라고 할 권리가 있겠는가. 최고의

명문대를 나온 그녀는 대단히 명석하고 우아하며 겸손하며 따듯한 가슴을 갖고 있는 올바른 가치관과 사고를

갖고 있는 참 자신의 업무에 있어서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어저께 아침 웃어른으로부터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웃어른의 절친의 부인되시는 분께서 파킨슨 증후군으로

오래 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하셔서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비행기로 날아가 마지막으로 뵙고 오셨고 그분이

그저께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 부부와 간단하고 소박한 추수감사절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아이들 집을 거의 1년 만에 가니 거의 30년도 넘는 시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영어

교사를 하다 다시 딸과 연대를 졸업한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 정착 중에 있는 N이 암 투병을 했던

엄마와 함께 아이들 부부가 초청해 왔다. 그런데 작고한 분이 N의 큰엄마다.

지금은 역이민을 하여 인삼재배로 유명한 경북 풍기에 사는 N의 엄마는 무능한 남편을 참다못해 아이들이

다 성장 후 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귀국하였고 남편은 미국에서 자기 형님 곁에서 살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힘든 이민 초기 방황을 하던 10대를 보내고 한국으로 귀국하여 자리 잡고 한양대학교 대학원까지

맞춘 N의 오빠 J가 집안의 장손이라 큰엄마 장례식에 참석차 한국에서 온다고 한다. J의 아들은 두산 베어스의

야구선수다. 그 아이들도 우리도 참 파란만장한 지난날을 살아왔다. 지금 뒤돌아 보면 모두가 가슴 아프고

슬픈 기억들이다.

 

아이가 작은 칠면조 한 마리 그리고 스테익을 사다 오븐에서 구워내고 우리 아이 어려서 업어주고 했던

N이 함께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간단히 미디엄 스테이크와 칠면조와 우리가 늘 식단에서 먹는 줄기 콩과

간단히 아이들은 맥주 소주 나는 맥주를 절대로 마시면 안 되는 사람이라 진로 소주 4 잔을 마시며

밤늦게까지 조카딸 같은 N과 N의 남편 전 서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가 미국에 살면서 겪은 흑인들에

대한 울분을 들어주었다. N은 이제 45세 지금은 하나 있는 딸아이가 다 커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이들이 일본에서 여행을 한 후 들고 온 찹쌀떡을 열어 먹어보라 해서 하나씩 맛을 보았다. 27일이 며느리

아이 생일인데 미리 함께 케이크를 사다 축하해 주었다. 후식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인 나에게 권하는 과일

그리고 케이크 손사래를 치고 말았다. 나는 삼시 세끼 이외에 절대로 간식을 먹지 않는다. 근무 날은 두 끼

먹고 살고 집에서 쉬는 날만 삼시 세 끼를 먹고사는 것이 나의 생활습관이다.

단 음식, 튀긴 음식, 기름진 음식, 설탕, 미원, 지나친 육식은 나는 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모든 것으로

인하여 각종 성인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죽은 사람들 셀 수도 없다. 모든 것은 과하면 우리 몸에 해롭다, 그런데

아이가 뭔가 들고 와 설명을 하며 집에 갈 때 갖고 가라며 코스트코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것이 이제 미국에도 들어왔다며 멸치 육수를 내는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나는

아이들 집에서 한식구처럼 방 하나 세내어 십 년도 넘게 같이 사는 S의 엄마가 한국에서 보내주었다며 육수

명장이란 것 한 봉지 그리고 귀리 빵을 한 로프 귀갓길에 아이가 남은 잡채하고 싸주어 갖고 돌아왔다.

난 요즘 김치를 안 먹고 산지가 반년 정도 되나 싶다.

 

이제는 우리 1세대들이 거의 다 돌아가시고 나니 남은 어른들도 손자며느리 사위에 가족이 변하니 예전과는

달리 다들 각자 자신들 직계 자손들과 함께 명절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하여

서로 만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잘해야 1년에 한두 번 만나게 된다. 어른들 생존해 계실 때 같으면 미국의

정통 추수감사절 상을 차리겠지만 이제는 어저께 같은 경우 소박한 접시 몇 개를 장만한 것이 전부다. 잡채,

스테이크 덩어리, 작은 칠면조, 줄기 콩, 마카로니 치즈 소주 맥주 이것이 전부였다. 냄비 밥을 했어도 스테이크를

한 조각씩 먹고 나니 그것으로 배가 불러 끝이었다. 후식으로 펌프킨 파이를 먹고 과일을 먹고 예전처럼 각종

미국 정통 추수감사절 음식상을 차리지 않는다.

이 아이 이름이 미피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어떻게 알아보고 달려와 반가워 어쩔줄 몰라 하고 열굴을 핧으려고

하고 쓰다듬어 주면 느긎해 뒤로 돌아누워 배를 보여주고 하여 꼬옥 안아주었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동물이다.

어려서 우리 개가 옆집 아이를 물어 그 후 우리는 두 번 다시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외로워

친구로 가족으로 기르는 이 아이 미피다. 이 아이한테 한 번은 한국 돈 300만 원이 들어가는 일이 있었다.

밤늦게 돌아와 만난 것이 <한국인의 밥상 해외 특집 브라질>편 10년 전 것을 시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왜 그렇게 지난날 한국에 관한 것이 나오면 눈물이 쏟아지는지 내가 이제는 진정 늙는가 싶은 심정이다, 60년대에

브라질에 20대 초반에 건너가 80이 넘으신 할아버지 형제분이 들려주는 처절한 전후 한국의 가난을 피해 이민선

배를 타고 한 달 항해 끝에 도착한 브라질에서 그분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경청하노라니 눈물이 쏟아지다 못해

흐느껴 울고 말았다.

배추도 없고 고춧가루도 없는 낯선 땅에서 그분들이 한국 음식 흉내를 내기 위해 브라질 채소들과 각종 낯선 것들을

배합해 만들어 먹는 변형된 브라질식 한국 음식 그 이야기를 듣노라니 내 자화상을 보는 듯한 격한 감정에 나는 뜨거운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분들 말씀이 위에 글이다. 참 내가 지금 공감하는 부분이다. 늙어가니 어려서 먹던 토속적인

한국 음식이 그립다. 그런데 이제는 주로 빵을 먹고 사는 일상이 되었다.

 

아이들한테 가기 전에 풋배추 된장국을 아주 심심하게 끓여놓고 다녀왔다. 우루과이 월드컵 축구팀과 아쉬운 동점을

이룬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싶었다. 늙으면 눈물이 많아지는 것일까. 마치 우울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요즘은 한국의 깊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를 유튜브에서 시청하다 보면 눈물이 자주 난다.

 

그리스인 조르바 마지막 장면쯤에서 앤서니 퀸 이 열정적으로 추는 춤 요즘은 보고 싶은 영화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휴가를 하면 작정을 하고 섭렵을 해야 될 것 같다. 그토록 기다리던 영화 앤서니 홉킨스가 등장하는

<아마겟돈 타임>이 나왔다. 한국에서도 개봉 중인지 한국어 온라인 신문기사 영화 평론이 올라와 있다.

추수감사절이 이제 지났으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고 곧 이 한 해도 다 가고 덧없는 세월 앞에 애꿎은 나이만

한 살 더 먹고 어저께 아이도 N의 부부도 은퇴하면 하고 싶은 여행 다 하고 다니라고 한다. 다리에 힘이 있고 체력이

아직은 받쳐줄 때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말을 하여 참 마음이 씁쓸했다. 아 이제 진정 나도 늙는 구나 싶었다.

친구 체리로부터 이 아침에 근무 시간표가 날아왔다. 자기 쉬는 날과 내가 쉬는 날 그립고 보고 싶으니 이해가 다 가기

전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딸이 둘인데 그중에 한 명이 면역체계 병을 앓고 있어 엄마인 친구가 무척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도 올해 유방암 수술을 하고 다들 안 힘든 사람들이 없다. 다들 부모가 되고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니

늙어가는 부모와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에 힘들다고 호소해왔다. 그녀도 잠시라도 탈출구가 필요한 것이다. 친구인

그녀는 중년 나는 늙은 시니어다. 이렇게 덧없는 세월 또 한해가 기울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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