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 Piano Concerto No. 5 in E-flat major, Op. 73 /황제
Piano: Johanna Hanikova
Conductor: Lukas Klansky
PKF Prague Philharmonia
LIVE 15.3.2019 Bohuslav Martinu Hall, Lichtenstein Palace, Prague
상상이 안 가는 일은 이 시기면 눈이 펑펑 내릴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겨울비가 내린다고 초저녁에
카톡을 날리니 답신이 이제는 손자 2명 손녀 2명을 둔 아우로부터 응답이 왔다. 말하면 무엇하랴
어린 소녀였던 아우의 딸이 사진을 보니 몰라보게 변하여 중년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만나면 나를
알아나 볼까 싶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그동안 흘러갔나 싶다. 자그마치 30년이 넘었다.
내 품에 안기어 돌아가신 아빠 헨리도 그립고 나를 보러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보러 온다던 요셉 형님도
그립고 하여 큰딸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서울에 사는 아빠의 막내 누이로부터 온 슬픈 소식은 칠십도 안 된 누이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늙은 것이려니 한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중병이 들어 병상에서 신음하고 세상과
작별을 하는 요즘 들려오는 소식이다. 온종일 캐나다 토론토에도 우리 동네도 겨울비가 하염없이
바람과 함께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필기를 할 때 날짜가 제일 먼저 다음은 달 다음은 연도 순이라면 예를 들자면 1일 1월 2023년
그런가 하면 여기 북미에서는 거꾸로 1월 1일 2023년으로 표기를 한다. 그런데 나는 영국에서 학창 시절을
잠시 보내서 인지 유럽식이 오히려 가슴에 와닿는다.
이제 2023년 1월 1일이 되었으니 내년이면 나는 지금 같아서는 사람들이 이 칠순 늙은이를 50대로
생각하지만 그리고 아직도 직장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때론 다독이고 기꺼이 도와주고 하는 정도의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그야말로 몇 년 더 근무해도 끄떡없겠지만 고액 연봉도 다 내려놓고
나는 내년 2024년에 은퇴를 할 것이다.
남들은 한 달을 해도 못 버는 돈을 하루 가외 근무 면 나는 그 돈을 벌지만 그래도 내려놓을 것이다.
절대로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이 나의 사견이다. 오늘 가외 근무를 해달라는 것을 거부했다.
가외 근무 하루면 한국으로 치면 백만 원도 넘는 일이지만 그래도 거절했다. 어차피 하루 쉬고 새해
첫날 근무를 할 것을 한 해의 마지막을 밖에서 보내지 않는 것이 나의 오랜 개인적인 전통이다.
로셀을 위하여서 불고기 잰 것 하고 만두 큰 것 두 봉지 사다 새해 맞이하라고 정리로 건네주고 하루
쉬니 마음이 편하다. 로셀은 참 많은 좋은 일을 한다. 열심히 벌어 집 두채 부어 가기도 하지만 뼈 빠지게
일해 번 돈을 가난한 후진국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며 선교에도 다녀오곤 한다. 캐나다로
미시간으로 한국 캐나다로 전 세계를 무대로 새해 인사가 종횡 무진을 한 간밤이기도 하다.
인종도 다양해 백인부터 스페인어권부터 아시아 계통부터 각양각색이다. 공통 언어는 영어로 안부를
전하고 받고 다음은 한국어로 주고받았다. 한결같이 식사 한 끼 같이 하며 그리움을 내려놓자는
이야기들이었다.
뉴욕 밑에 메릴랜드 고향으로 돌아간 필리핀계 게일은 3월에 친자매 같은 마리셀 땅딸이 50세 생일에
축하하러 올테니 만나자 하고 하여 그러자고 했다. 캄보디아 소수민족 출신으로 미 육군 예비역인 펭은
곧 만나 점심 이라도 같이 하자고 하고 다들 나한테는 아들딸과 같은 친구들이다.
한국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여기 서부의 인간관계와 친구 관계라고 말을 하고 싶다.
여기 서구는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다. 아들 같은 연령이라도 친구가 되는 것이 서양이다.
나이 상하관계가 아닌 서로는 서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서로가 통하고 아끼고 관심을 주고받고
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어느 하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네 아버지 엄마 같은 연령대의 사람하고 어떻게
친구가 되고 정을 주고받고 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이름을 부르고 여기서야 조카 녀석이라도
제 작은 아버지 큰 아버지 내지는 삼촌을 폴 삼촌 피터 삼촌 잔 삼촌 이라던가 하며 부른다. 그런데 그런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것이기에 한국식으로 아버님 어머님 하며 부르다가는
큰일 난다.
아니 내가 너네 아버지 어머니도 아닌데 왜 그렇게 부르냐고 당장 따지고 들고 한바탕 소동이 난다.
하여 팔순이든 구순이든 이름을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 같으면 이 싹수없는 것이 어데서 어른 이름을
부르냐고 난리가 날일이다. 문화적 인식과 차이가 이토록 크고 무섭다
하여 내 친구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80대 까지다. 얼마나 웃기냐면 제 아버지 보다 10년 20년 많은
사람한테도 오우 나의 사랑하는 그대 잘 있었어 나도 늘 잊지 않고 있고 보고 싶었어 한다. 그런데
그 사랑한다는 의미는 한국식의 의미와는 다르다. 그런 말도 어휘도 없지만 억지로 하면 한국식의
정이라고나 할까 그런 표현들의 한 종류다.
상상을 해본다면..............................
당신의 아들딸 손자 손녀 같은 연령대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와서 껴안고 감정을 표현하거나
하면서 수다도 떨고 너스레를 떨고 같이 욕도 하고 흉도 보고한다면 동양식도 서양식도 그 어느 하나
틀리다 맞다를 할 수 없다.
한국인 의사 사무실을 가면 앞에 사무 보는 이들 아들딸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아버님 하고 부른다
솔직히 나는 이것은 싫다. 왜 이름을 안 부르지 하는 마음이다. 그런가 하면 영어를 하는 공동체를 가면
아무개 하고 부른다. 그도 괜찮다. 왜냐하면 내 이름이 그것이니까.
사람은 어느 사회가 되었던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말처럼 사회적 동물 이기에 적응 능력이 있다.
밤새도록 겨울비 내리는 밤 이토록 우리 어려서 막 데뷔해 주가 날리던 가련한 소녀의 음성 같은 정훈희의
<안개>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명곡의 밤이 아닐 수가 없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면 절로 펑펑 눈물이 난다. 어찌 다 말로 하랴 그 모진 인생역정을 정훈희의 안개가
이토록 위로가 되는 밤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는 일평생에 처음이다 싶다. 2시간이 넘도록 겨울비가
멈춘 새해 벽두 새벽 3시 8분에 정훈희의 <안개>를 들으면서 자판기를 내 손이 자판기에 가는 대로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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