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내가 정신적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다들 사정이 있어 대체 근무를
해달라고 해서 대신해주고 쉬는 사흘간 어저께 직장에서 손이 모자란다고 제발 가외 근무를 해달라고
연락이 두 번이나 온 것을 응답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그저께 다녀간 후 두통이 와서 그런 상태로는
내가 도저히 근무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여 나는 요리 좀 하고 모든 것 다 제쳐놓고 침대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날씨도 추웠다 때론 봄날 같다 들쑥날쑥이다. 그저께인가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신상옥 감독의 유작
<겨울 이야기>를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18년 전에 제작된 작품을 이제서야 개봉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오늘날 한국은 물론하고 여기 미국이나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질병 치매에 대한 내용이다. 주연 배우 올해 당년 나이 86세인 예명 신구 본명 신순기 선생님의 연기를
보게 되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영화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예명 신구는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할 때 유치진 씨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일본인 작가 아라요시 사와꼬의 원작 <황홀한 사람>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작가는 이렇게
말을 했다. "늙는다는 것은 인간이 감당해야 할 가장 외로운 고통이다." 보아서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은
좋은 작품으로 치매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적인 치매 영화라고 생각한다. 서양의 치매 영화라면 앤서니
홉킨스가 나오는 <Father>나 프랑스 영화로 2012년도에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 < Amour>나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Notebook> 이외에도 많은 영화들이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기억력이 쇠퇴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눈에서 안 보이는 사람들 시간이 지나면 얼굴은
아는 데 이름을 잊게 된다. 그토록 심취했었던 인상파 화가들 이름도 조금씩 잊어가 때론 찾아보아야 한다. 이럴
때면 나 자신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중풍으로 기억력을 잃어버리거나 알츠하이머로 잊거나 그 원인들은 많다.
그렇지만 기억력을 상실한 수없는 치매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게 된다. 동시에
미국 같은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가 지출되는 병중에 하나다. 투석도 마찬가지다. 투석에서
피를 거르는 필터 하나에 한국 돈으로 몇십만 원 내지는 백만 원이 넘어간다. 하여 이 문제로 지난해 우리 주
지방선거에 제한하자고 주민발의 안이 올라왔지만 부결되고 말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인지 요즘 은퇴를 1년 앞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완성이자 필연 죽음 또한 어떻게 마주 해야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인생의 여정
앞에 와 있다. 요즘 내가 본 영화 중에 또 하나는 여성 감독 추상미의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 후 김일성 부대가 낙동강 근처까지 내려오면서 남북한의 전쟁고아 1500명을 1951년 문화와
언어도 다른 그 당시 공산치하에 있던 폴란드로 비밀리에 보냈다. 한국 전쟁사 그 어디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잊혀진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간 이야기다. 그들은 선생님을 "마마" "파파"라 부르며 폴란드 선생님들의 사랑 속애
적응하고 성장하게 된다.
그런 그들은 8년 후 또다시 북한 김일성 정권에 의해 가혹한 송환 명령을 받고 또 다른 이별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북한 각 지역으로 보내져 몇 달 동안 폴란드어로 사랑하는 선생님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자신들을 다시
폴란드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을 하지만 그 당시 상황에 그들의 안전을 생각해 지금도 눈물로 회상을 하는 노구의
폴란드 선생님들은 편지 쓰기를 중단하게 되었다.
탈북 소녀 송이와 함께 추상미 감독은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역사 속에 버려지고 묻힌 비극적인 한국전쟁 역사의
편린을 찾아 나섰다. 참 감동 깊으면서도 가슴이 메어지는 슬픈 우리 분단의 역사 한편의 비극을 마주하는 역사의
진실이었다. 2018년 당시의 기록 영화다. 지금도 생존해 있는 몇몇 선생님들은 추상미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폴란드 선생님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그 아이들은 <폴란드로 간 아이들> 기록 영화에서 유일하게 2세 때 폴란드에서
죽은 폴란드 여류작가 욜란다 크리스바가 이들의 삶을 조명한 소설 <천사의 날개>에 등장하는 소녀 김기덕이란 실존
인물의 묘비 앞에서 역사가 진실임을 이야기한다. 그 묘비는 그녀가 1955년 2세에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니
그 소녀의 나이는 1953년생인 지금 내 나이와 동갑 나이 70세가 되어 있을 것이다.
여성 감독 추상미의 작품 <폴란드로 간 아이들> 그리고 신상옥 감독의 유작 <겨울 이야기>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전 영화 <The Fabelmans>는 이야기의 전개와 작품성으로 보아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개인적 시각과 가치관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서사적인 작품, 우리 인간의 질병 치매가 우리 생활과 인생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인생의
가치에 대하여 두 번 다시 생각게 하는 것과 한 인간의 꿈과 야망 그리고 인종적 편견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서정적
이면서도 고발 형식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시각 정말 영화 같은 영화를 제대로 3시간 동안 보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다음 주가 지나면 13일간의 올해 첫 연중 휴가를 시작하게 된다. 모든 것 다 손에서 내려놓고 마음껏 영화와 드라마도
보고 휴식을 갖고 싶다. 해외여행은 마음의 여유가 정신적으로 아직은 없어 내년 은퇴하고 나서 생각하고 싶다. 독서를
하려니 이제는 노안으로 그 조차 쉽지 않다. 어느 세월에 어린아이가 자라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노인이 되었나 싶다.
2월도 중순이 되었다. 참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의 개울물이다.
봄이 저만치서 손짓을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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