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애거러 폭포는 이렇게 이미 단풍이 들었다.
휴가 중에 웃어른을 뵈러 갈려고 계획을 세웠었는데 지금은 뉴욕으로 해서 미국과 캐나다 양쪽
나이애거러 폭포를 관광 여행 중이시라는 메시지가 다른 윗분이 보낸 이 사진으로 알게 되었다.
20년도 넘는 세월 저편 시카고에서 인디애나를 거쳐 차를 몰고 국경을 넘어 토론토로 아우를
만나러 갔었다. 그리고 같이 아우의 배려로 토론토에서 1시간 40분 정도 거리의 나이애거러 폭포를
보러 갔던 지난날이 떠오르는 금요일 오후 1시 반 이 순간이다.
지난 주말 멀리 친구 피터를 만나러 가려다 프린터가 말썽을 피워 e 티켓을 프린트 할 수 없어
포기하고 내일로 미루었다. 그리고 프린터는 그저께 이렇게 저렇게 만진 끝에 수리가 되어 정상적인
프린트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아침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한일은 기차표를 예약하는 일이었다.
간밤 피터로부터 도착시간을 알려 달라고 텍스트 메시지가 날아왔다.
하여 이 아침 제일 먼저 티켓을 예약하는 데 세상에 여행자 보험 9불을 더하지 않으면 티켓 예약이
안 되는 것이 아니던가. 강요하는 듯한 기분에 좀 억울한 감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프린트를 일단 하고 e 티켓을 사진을 찍어 피터에게 보내주었다. 완벽한 시간이라며 좋다고 답이 왔다.
그런데 갈 때는 기차를 타고 가서 중간역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기차 앰트랙 /Amtrak이 연결하는
차터 버스를 타고 마지막 목적지 기차역까지 가야 하는 것이었다. 대신 월요일 돌아올 때는 중간에
들리는 것 없이 직행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편도 36불 왕복 72불 더하기 여행자 보험 9불 총합계
81불을 신용카드로 지불했다. 운전하고 왕복 8시간을 오고 가려면 아마도 개스를 그 이상으로 넣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말을 하자면 서울서 부산 거리 왕복 8만 원이 넘는 완행열차다.
예약을 하고 나니 감회가 깊었다. 피터와 함께 어느 봄날 4월에 여행을 한 이후로 그 세월이 20년도
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그를 만나러 몇 년 만에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뒤돌아 보며 자판기를
두드리며 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추슬러야만 하는 이 순간이다. 그도 이제는 늙어 젊은 날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아니다.
머리도 빠졌고 얼굴에는 주름이 있는 피터도 이제는 육순이요 그 사이 나는 칠순이 되었고 4개월 후면
나는 인생의 칠십을 넘어 그 초입 칠십하나가 된다 고 생각 하니 무정한 세월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아.. 가을도 이제는 깊어가는지 기온이 내려갔다.
<승무원이 너무 되고 싶었어요 - 콜미진>
피터를 만나러 가는 기차 티켓을 예약 해놓고 나는 그길로 아침 겸 점심으로 미니 바게트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요기를 하고 그길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금요일 저녁 5시가 되었나 싶다. 침대에서
눈을 뜨고 갤럭시 모바일 폰을 들어 유튜브를 열다 내 눈길을 끈 채널 "콜미진" 대체 뭔가 하고 보니 캐나다인
남편을 만나 살아가며 40에 자신의 꿈을 찾아 승무원이 된 여성의 이야기는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그녀 또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엄마가 세상 고생 다하며 길러낸 딸이었다. 우리 세대의 큰딸 그녀가 폭력을
휘두른 아빠의 사과를 받으며 부녀간의 관계를 회복한 지는 별로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는 화목한
캐나다 가정에서 자란 남편을 만나 딸과 아들을 낳아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지금은 토론토에 거주하는 캐나다
항공의 어엿한 스튜어디스다. 흥미진진하게 네 시간 동안 그녀의 인생 여정이 담긴 그녀의 채널을 시청하면서
보낸 이 저녁이요 밤이었다.
이유도 없이 십수 년인지 이십몇 년 인지만에 그동안 모든 것을 절제하고 있다 피터를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설레는 것도 아니고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다. 그 세월 동안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다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었고 그 고통과 슬픔을 이기려고 앞만 바라보고 일만 하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칠순이 되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묻는 질문은 은퇴 후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이냐고 묻는다. 은퇴는 그렇게
만만하고 쉬운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들이 적다는 것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것은 개 개인마다 또한 다르다.
요즘 만난 영화 중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화 몇 편이 있다. 불행하게도 이 모든 영화가 영어 자막이
없는 것이다. 은퇴 후 계획 중에 하나는 스페인어와 불어를 취미로 공부하는 것이다. 이 두 언어의 문법
구조가 영어와 달라 그것이 어렵다.. 영어 자막이 없는 프랑스 영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연말에는 좋은 영화들이 영어권이든 불어권이든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나폴레옹부터 보고 싶은 영화가 줄줄이 사탕이다. 이 영화들을 보려면 아마도 내년 초는 되어야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영화가 일단 개봉되면 스트리밍 되는 데는 몇 개월이 지나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콜미진 40세에 캐나다 항공에 입사해 수습 기간에도 98점을
기록한 전형적인 강인하며 헌신적인 우리들 한국인 엄마의 이야기를 유튜브로 보고 있다.
초저녁에 다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옆집에서 자정이 넘어 주말이라 손님이 왔다 가는지 떠들어
대고 다세대주택인 내가 사는 공간의 이웃집 누군지 모르지만 밤 1시에 세탁을 하고 있고 결국 자정이
넘어 1시에 일어나 새벽 3시 40분 유튜브를 뒤져 콜미진 채널을 들춰보고 있었다.
이유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 시간 10시 10분에 떠나는 기차라 집에서 나가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야 하고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가야 종착역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가다 중간에서 차터
버스를 타고 종착역까지 가면 피터가 데리러 올 것이다.
모르는 곳을 평생 처음 기차를 타고 간다는 것이 조금은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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