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화요일 밤 9시 45분이 되어간다. 목요일부터 근무가 시작인 줄 알았더니 어저께 기차를 타고
귀가하며 피곤해 자고 일어나 한밤중에 보니 수요일부터다. 결국 내일모레 수목 근무를 하고 금요일
하루 쉬고 토요일 일요일 근무하고 4일간 휴무가 되는 스케줄이다.
결국 다른 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온종일 간단히 포차라는 새로 나온 라면과 부대찌개라는
라면 두 개 그리고 수프는 반도 아닌 1/3만 넣었다. 소금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온종일 잠을 자다 시간 감각을
잃어 출근 날 수요일인지 화요일 인지 순간 분간이 안 되어 셀폰을 열어보니 화요일 저녁 6시가 좀 넘었다.
전화를 열어보니 멀리멀리 미시간에 사는 백인 친구 사만다로부터 메시지가 오랜만에 왔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모텔 사업을 하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 딸 하나 낳고 살더니 오늘 사진을 보내와 보니 딸 하나를
더 낳아 이제 딸만 둘인 엄마가 되었다. 그동안 고향으로 돌아가 애 기르고 하더니 직장으로 복귀하려고
하는지 참고인이 되어 달라고 연락이 와서 그러마 했다. 아직도 같은 직장에 있느냐고 하여 그렇다 하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 내년에는 은퇴할 것이라고 답을 했다.
일어나 일본 교토에 사는 지우네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한참 연속극을 보듯이 보고 있었다. 어저께는
대구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발령을 받아 일본에서 다시 신학을 공부하고 신부 서품을 받으신 네 분의
신부님의 이야기를 유튜브로 보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절로 땀이 나는 이 한밤 자정 44분이다. 내열이 많은 나는 결국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왔다. 저녁 내내 뒤로하고 온 친구 피터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젊은 날에 만나 이제 피터도 만 62세요 나는 곧 4개월 후면 칠십이란 이정표를 넘어 다시 71세가 된다.
흘러간 세월을 생각하고 그동안 함께 걸어온 인생길을 생각하고 남은 날들을 생각하니 몇 번을
오늘은 그리움에 울컥 울컥하다 못해 눈물을 쏟고 말았다.
늙은 피터의 얼굴과 물감들인 흰머리를 바라보면서 지나간 세월이 얼마나 야속했는지 모른다.
그도 칠순인 나를 바라보면서 같은 느낌이리라 생각한다. 자꾸 완전히 은퇴를 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근무를 하면 어떠냐고 하는 것을 그러다 보면 남은 인생에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어 물질에 대한 모든 욕심은 내려놓고 완전히 정식으로 은퇴를 할 때라고 했다.
그랬더니 죽은 매형을 생각해도 그렇고 은퇴하고 활동을 하지 않으면 결국은 나태함에 빠지고 건강이
약화되어 기대치 보다 일찍 사망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고 듣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 은퇴란 것은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며 먹고 노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나 또한 생각한다고 피터에게
말을 했다.
그래 나는 다시 대학에 가서 불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어차피 눈만 뜨면 하고 사는
영어이고 다음은 이 공간에서만 자판기 두드리며 하루 중에 유일하게 사용하는 기회가 없는 한국어 이니
여행할 때 하고 싶은 기본적인 말은 하기 위해서도 불어와 예전에 대학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어 아직도
조금은 지금도 할 수 있는 스페인어를 더 잘하는 수준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샤워하고 나와 창문 다 열어놓아도 내열로 더운 나다. 추워 이른 아침에 피터는
재킷을 걸쳐도 나는 반팔로 있어 괜찮냐고 피터도 몇 번을 물어보았다. 추우면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더위는 참을 수 없는 나라고 했다. 그래서도 한국을 단 한 번도 여름에 방문한 적이 없다고 했다. 가을
아니면 봄에 한국 방문을 가장 선호하는 입장이다.
수요일 오늘부터 근무 복귀하는 것을 목요일 내일로 착각하여 실수를 할 뻔했다.
'붓꽃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찌 이 아침에 (0) | 2023.10.22 |
---|---|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1) | 2023.10.19 |
돌아와서 자다 말고 (1) | 2023.10.19 |
모든 추억을 뒤로하고 (2) | 2023.10.19 |
완행열차를 타고 (5) | 2023.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