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멍 때리고 싶은 날

붓꽃 에스프리 2023. 12. 16. 08:59

벌써 12월도 중순을 향해가고 있다. 무정하고 잔인한 세월은 무상하기만 하고 한없이 덧없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한주만큼 근무가 격렬하고 감정의 골을 오르고 내리고 한 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삶은 어데까지가 한계이고 존엄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일인지 싶은 그런 날들이었다. 미얀마 출신으로 싱가포르에서 교육을 받았던 반중국계인

에이프릴과 더불어 전쟁터와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지난 금 토 일이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시간들이었다.

결국은 마침표 두 개를 찍고 야만 막을 내린 사투였었다. 그래서일까 5일간 휴무중에 두 번째

날인 오늘 내년도 차량등록을 갱신하기 위하여 주정부에서 보낸 등록 서류 가운데 하나 스모그

체크 테스트 받으러 가야 하는 일도 뭉그적거리고 있는 정오 반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에 멍을 때리고 싶은 그런 날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영적이고 심적인 충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시간이다.


오늘은 휴무 4일째 내일까지 쉬고 금요일 직장으로 돌아간다. 벌써 중순 이달도 반을 지나가고

있고 곧 2024년 새해가 된다 싶다. 이렇게 이 저녁 이렇게 두통이 올 수가 없다. 낯에는 냉동실

비우려고 약병아리 두 개 꺼내 하나는 토마토 집어넣고 치킨 숩을 만들었다. 한 시간 정도

끓인 후 로텔리 나사 모양의 이태리 음식재료 넣고 다시 끓여 한 그릇으로 요기를 했다.

그러고 나니 쿠킹 팬에 세척해 잘라놓은 약병아리 한 마리가 닭볶음탕을 만들어 달라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귀찮아졌다. 좀 쉬었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결국 후까닥 해치워 파이렉스 그릇에

넣고 팬 다 닦아 놓고 골은 아픈데 잠시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다. 주변에 한국말을 할 사람도 없고

직장을 가도 영어만 하고 사는 일상이다.

어저께인지 그저께부터 유튜브에서 김장 김치를 담그는 것을 몇 편을 보고 있었다.

방금 전에는 충남 서산에 어느 가족이 만드는 김치를 보고 낮에는 전라도 어딘가에서

부부가 만드는 김치를 보고 있었다. 2주 전에 담가놓은 김치 작은 병이 맛나게

익어 햇반 하나 데워서 요기를 하니 그 어떤 반찬도 생각나지도 않았고 그립 지도

않았다. 김장김치를 담는 모습을 보노라니 직접 일 년 농사짓느라 고생한 분들의

밭에서 손을 기다리고 있는 풍성한 배추, 무, 파, 갓이 제일 부러웠다.

아마도 나로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에 그리움이 되어 더 깊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풍부한 젓갈들 그 싱싱한 재료들로 만드는 김치니 어떻게 만들든 그게

무슨 문제가 되며 어찌 맛깔나지 않으랴 싶었다. 방금 영국 청년이 한국 여성과 결혼

해서 한국 거제도에 와서 사는 데 이웃을 지나가다 손수 밭에서 길러 200포기 김치를

담그는 데 영국 젊은이가 김장하는 것이 너무 호기심이 가서 집에 가서 각시를

데리고 와 인사를 나누고 결국은 김치를 얻어 갖고 갔다. 그리고 곧바로 쿠키 과자를

구워갖고 와 김치를 준 고마움에 답을 하였다.

그런데 이 영국 청년이 총각김치를 담그는 데 그 실력이 대단하였다.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오히려 부인인 한국 젊은 여성이 한국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영국인

남편 보다 적은 듯싶었다. 감칠맛 나는 김장 김치를 만드는 데 어떤 젓갈을 사용하는지

물어볼 정도로 김치 만드는 데 대한 이해도가 깊어 인상 깊었다. 김장 김치 담그는 것을

보고 왜 내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지 싶다. 다들 고생 안 해본 사람들 없고 다들 어려운

인생의 고비를 넘기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저 하나같이 눈시울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다.

나는 요즘 쉬는 동안에 <한국인의 밥상> <VJ 특공대 방송에 출현하지 않은 맛집을

찾아서>와 각지방에 사는 분들이 올해 김장 김치 담그는 것을 본 것을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어저께는 <1987, 그날이 오면> 한국 영화를 보았다. 그

시대에 나는 한국에 없었지만 그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독재 군사정권의 악행을

익히 영어권에서 알고 있었다.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던 그 모습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책상을

치니 억하고 심장마비로 박종철이 죽었다는 의학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고문치사와

인권유린을 자행한 한국이 걸어온 잔혹한 민주주의 역사의 발자취다. 개인적으로

송강호가 출현했었던 <택시운전사>가 더 감명 깊게 다가왔었다. 그럼에도 나는

<1987, 그날이 오면>을 보다 어느 한 시점에서 엉엉 울며 부엌으로 가서 숨을 죽이고

말았다. 내 영혼 깊이 가슴이 뜨거워져 오고 있었다.

지금 모국 한국과 북미 동남아에서 상영되고 있는 <서울의 봄/12.12 The Day/首尔之春>을

보고 SN나 유튜브에 댓글들을 보면 울분을 느끼고 답답해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치닫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발발하던 때 나는

마침 가난한 학생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었고 서울에 있었다.

그 당시 이미 독일 기자에 의해서 광주항쟁은 여기 해외에 특별 기사로 올라오고 있었다.

서울 서 광주로 내려갈 수가 없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광주에는 나에게 특별한

인연이 되시는 분들이 살고 계시다. 내년에 은퇴 후 제일 먼저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광주로 내려가 찾아뵙고 싶다. <서울의 봄> 이 영화는 새해나 되어야 볼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OTT로 방영하는 것도 아니고 어둠의 루트로도 볼 수가 없다.

 
 
 
 
 
 

어저께 아침에 온라인 신문을 읽다 보니 필라델피아에서 통근열차 선로에 황소가 어서 나타나

뛰어들어 기차가 지나가지 못하고 통근자들이 결국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금요일 부엌에 들어가 냉장고 속 교통정리 좀 하고 오븐 닦고

일주일 치 밥을 쿠킹 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긴 치병에 국물이 넘쳐 냉장고를 정리하고 동시에

냉동실도 정리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실내는 서늘하고 밖은 늦봄처럼 나른하고 약간은 덥다고 느껴지는 날씨다. 벌써 12월도 중순이다.

다음 주 지나면 그다음 다가오는 일요일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다음날 월요일은 크리스마스다.

참 세월 빠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25일 26일 쉬고 이틀만 근무하면 나는 올해 마지막 5차

연중 휴가에 13일간 들어간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고 또 세월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저께는 한국에 계신 오랜 세월을 함께하신 웃어른 8순을 넘기시고도 현역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우리 형아에게 전화를 드렸다. 한 시간 이상을 같이 대화를 나누었지 싶다. 앞으로도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입학한 손녀를 위해 2년을 더 근무하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셨다.

아들 며느리가 오랜 세월을 말레이시아에서 살고 그곳 교포나 다름없다. 그동안 여러 해

근무하시면서 저축한 돈을 세계적인 명문인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입학하여 선물로

건네주었다고 하신다. 그 손녀 교육을 위해 더 도움을 주고 은퇴하고 싶으셔서 아직도

건강하시고 정정하신 어른 2년을 더 근무하고 은퇴를 하시겠다고 한다. 내년에는 파리에서

파견 근무 중인 막내아들 가족이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파리를 여행하겠다고 하신다.

이번 주 한국어 대화를 두 번째 한 날이었다.

내 일상 언어가 영어인 것을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한국어를 유창하게 아직도 할 수 있고

한글로 자판기를 이렇게 두드릴 수 있음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점을 생각할 때마다

작고하신 내 양부 우리 파파 후 레이드가 가장 그립고 가장 생각난다.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처럼 한국어를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연히 엘 카미노 순례길에 대한 한국어 신문 광고를 보게 되었다. 미국 소재 한국일보가 주관하는

2차 여행단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전 구간 800km를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 또는 시작부터 어느

지점까지 가는 과정이고 아침 저녁식사 제공에 훠스타 호텔에 머무는 것으로 경비 5000불이

약간 넘는 것이다. 이런 것도 있구나 했다. 그러다 만난 바르셀로나의 명물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인류문화유산이 되고도 남는 걸작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

성당 건축물을 만나게 되었다.

입장료 유로화로 36€, 45€, 50€로 나누어져 있고 해가 긴 봄여름과 해가 짧은 늦가을과 겨울이

개장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8개의 첨탑은 12사도와 네 명의 전도사들과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 첨탑은 그 높이가

170미터로 가장 상징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한다. 2026년에 완공된다고 한다. 매년 방문자는

450명에 수익만 652억이라고 한다. 관광자원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에도 이런 관광자원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할러데이가 다가오면 할러데이 블루 즉 명절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특히나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의 경우 특히나 더 그렇다. 며칠 쉬다가 출근하면 첫날 또한 <먼데이 블루/월요일 증후군> 일하기
 
싫고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힘겹게 느껴지고 우울해지는 느낌을 많이들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
 
다음날이면 정상으로 돌아가는 느낌 그리고 문득 그리움이 밀려오는 그런 느낌말이다.

요즘 혼자 마음으로 하는 말이 있다. 때론 나도 위로받고 싶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노라면 때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그저 목놓아 울고 싶을 때도 있다. 그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온 긴 긴 세월들이다.

그 세월을 이기고 여기까지 왔다. 정말 한눈팔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그 모진 세월을 최선을 다해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 자신을 위로해 주고 싶다. 오늘은 여기서 멈추고 한주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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