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창밖에는 겨울비 내리고

붓꽃 에스프리 2023. 12. 23. 10:31

한주 근무를 맞추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일까 월요일 밤 11시 13분 왜 이렇게 피곤하지 싶다,

퇴근해 샤워하고 어저께 요리하다 남긴 밥 한 공기와 불고기를 데워 전 전주에 담근 김치와

비벼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어쩌다 의자에 앉아 피로감에 졸다 눈을 떠보니 정오가 가까웠나

넘었나 기억도 안 난다. 퇴근길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껴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였었다.

자고 눈을 떠보니 밤 8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막막했다. 뭐를 해야 될까 생각하다 보니 유튜브에

18세기 프랑스 문화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이 올라와있었다. 영어 자막이 없어 세세한

내용을 알기 어렵지만 불어와 영어가 같은 어휘가 때로는 있어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젊은 신세대 여성이 처음으로 담아 보는 김장 김치 만드는 장면을 보고 독일에 사는

교포 가정이 만드는 70포기 김장 김치 담는 것을 보다 그랬다. 요즘은 전 세계 퍼져사는 한국인들과

한국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김장 김치 담그는 영상에 2주 차 푹 빠져살고 있다. 맛나 보이는

김장 김치들과 수육들 보고 있노라면 절로 입안에 침이 고일 것 같은 느낌으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보니 창밖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비에 젖은 도로를 차들이 지나가며 내는 마찰음 소리가 겨울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마력으로 다가오는 이 순간이기도 하다.

 
 
 
 
 
 

어느 사이에 한 해의 끝자락 12월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미 중순을 넘기고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와있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겨울비가 내렸다. 새로운 영화도 많이 개봉되었고

남부 국경에서는 바이든의 무능함으로 중남미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중남미로 몰려 걸어서 배를

타고 비행기로 각종 루트를 통해 남부 국경 멕시코를 통하여 불법으로 하루에 만명 만 육천 명이

무방비 상태의 국경을 넘어오고 있어 보통 큰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 같은 납세자들의 세금이 그들에게 이유도 근거도 없이 낭비되고 있는 형편이다. 유럽은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이민법을 개정하고 더욱더 목을 조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들이 미국으로 몰려오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중남미로 와서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헤이티 부터

멕시코를 통해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도 증가일로에 있다고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은 결코 당선되지 못하리라 믿는다. 바이든이 정치를 한 후 남부 국경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지 오래다.

 

 
 
 
 

어저께는 이번 주 마지막 쉬는 날이었다. 하지만 직원 카드 유효기간이 지난 지가 거의 3주가 넘는다.

하여 11월 초에 예약한 시간에 우리 직장에서 불친절하고 고자세로 악명이 높은 안전 관리 경찰

사무실에 미리 반 시간 일찍 1시 반에 도착했다. 그리고 먼저 사진을 찍고 다음으로 지문을 거의

20번을 찍은 것 같다. 각 손가락 하나씩 먼저 양손을 다음은 엄지를 다시 한번씩 다음은 2번 3번

함께 다음은 4번 5번 함께 양손을 찍어야 하고 그리고 직원 배지 컴퓨터 칩이든 카드는 7일 내지

8일 후에 찾으러 오라고 이메일 보내면 오라고 한다.

밖을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기분이 왜 그렇게 전과 달리 찜찜하던지 싶었다. 지문을

그렇게 많이 찍어야 하다니 내가 죄인도 아니고 하는 마음이 순간 들어서였다. 사기업에 다니면 이런 일은

없다. 정부기관 하고도 연방정부 기관에 근무하니 신원 조회도 철저하고 지문도 찍어야 하고 여하튼 정부가

인정해야 되는 전문자격증이나 소지하거나 직장을 근무하게 되면 지문은 필수로 요구한다.

집으로 돌아와 피곤해 잠시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잤다. 그 사이에 한국에서 어린 시절 친구로부터

동지 팥죽 안부나 날아왔다. 동지가 대체 뭐 하는 날인지 싶었다. 몰라 구글링 해서 유래와 역사를 읽어

보니 밤이 가장 긴 날이요 귀신 쫓는 날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림의 떡일 뿐 팥죽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언어도 문화도 산도 물도 인종도 다른 문화권에서 아무리 한류가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해도 팥죽을 우리 같은 사람은 구경을 하기가 힘든 일이다. 대신 밤에 나는 베이글

두 개로 요기를 하였다.

2주째 나는 유튜브에서 김장 김치 담그는 모습과 김장 김치에 수육을 먹는 영상물을 보고 있었다.

요즘 우연히 만난 프로 <아빠하고 나하고>3편을 보니 옛날 영화배우 최무룡의 아들 최민식의 캐나다

2세 출신 부인 강주은과 그녀의 친정 엄마 아빠와 함께 김치를 만드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그 어머니가 김치를 가지가지 해놓는 이유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서라고 하였다.

아 그래서 아마도 나는 요즘 지난 2주 동안 다른 사람들이 김장 담그는 영상물에 빠져 있었는지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고 일어나니 밤 9시 아이로부터 텍스트가 날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25일 크리스마스에 차이나타운에서

북경오리 점심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요리해 멀리서 앤티 부부가 오니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나는 늦게 퇴근하게 되어 점심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에 나는 피로를 회복하고 몇 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하기에 어렵겠다고 답을 보냈다. 대신 저녁식사를

함께 하러 가겠노라 했다.

25일과 박싱 데이 26일은 쉬고 27일과 28일 근무하고 나는 올해 마지막 연차 다섯 번째 휴가 13일간

시작하게 된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나에게는 직장에서 마지막 크리스마스다. 내년 크리스마스 때는

나는 은퇴자의 입장일 것이다. 이 나이에 화려한 강남에 있는 고급 식당의 음식이나 신라호텔 같은 곳의

음식이 전혀 나는 그립지 않다. 그저 소박한 시골 농부나 어부들의 밥상이 가장 그립다.

전라도 어느 시골에 사는 농부가 어머니를 위해 차린 위에 밥상이 더 정겹고 인간적이고 그리움의

대상으로 나에게는 다가온다. 섞박지 무김치, 무말랭이, 간장게장, 파김치, 고추와 막 담근 농부의

김장 김치와 저 따듯한 밥 한 공기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내 어린 시절 유년의

기억을 되돌려 회상하게 해줄 수 있는 저 소박한 밥상 안에 담긴 농부인 아들의 정과 사랑이 담겨 있는

밥상 화롯불처럼 따듯한 감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1주일 후면 이 한 해도 다 간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덧없는 세월임을 생각하게 된다. 아니 멍해지는

느낌이다. 나는 지금 어데 있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먼 이역의 하늘 아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유년 시절 한국인으로서의 추억의 상층부를 더듬어 보고 있다. 출근하는 첫날 또 모국어와는

먼 영어의 숲으로 다시 나는 걸어들어가야 된다. 아득한 저 수많은 세월의 성상 넘어 내가 한국인으로

살던 유년 시절의 추억들이 그립다. 이 한 해도 기울어간다. 내년 2024년 용띠의 해가 저만치 손짓을

하며 다가오고 있다.

'붓꽃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8) 2023.12.27
크리스마스이브 그 에스프리  (4) 2023.12.27
멍 때리고 싶은 날  (2) 2023.12.16
2023년 12월 첫 주 근무를 맞추고  (3) 2023.12.08
가을비 내리고  (6) 202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