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크리스마스이브 그 에스프리

붓꽃 에스프리 2023. 12. 27. 09:30
 
 

연말 휴가철이 되니 각 부서에 결근자가 너무나도 많아 당장 근무자가 부족하게 되어 직장

전체가 난리도 아니다. 결국 다른 부서에 가서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다. 어차피 돌아가면서

파견근무하는 일 매를 먼저 맞자 하는 심정으로 자원해서 파견근무를 나갔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반 시간이나 늦게 퇴근하였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홀로 출근해서 홀로 퇴근하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 그리고 서로

만나기도 힘든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세월에 한 해의 끝자락이 되었고 곧 새해가 바로

턱밑에 와있다. 내 우체통이 주인을 잃어버린지도 거의 십여 년이 넘은 것 같다. 매해 아버지

파파 후레드는 타향에서 생활하는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3주 전이나 4주 전이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주셨고 아들의 생일 2-3주 전에 카드와 점심이나 저녁 한 끼 사 먹으라고 더도

덜도 아닌 $20을 보내주시곤 하셨었다.

그런 아버지 파파 후레드의 손길이 눈물 나도록 사무치게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이

지나 오후 1시 19분이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캐나다 캘거리로 가는 비행기를 유타주 솔트레이크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양부도 양모 모두 돌아가셔서 캘거리를 갈 일이 없게

되었다. 아마도 은퇴 후 나 홀로 어느 날 불현듯이 비행기 타고 날아가 차를 빌려타고 아버지

후레드와 함께 여행하였던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명승지 캐나다 서부 루이스 호수를 갈 것이다.

그 어느 하나 사무친 사연이 없는 곳이 없다. 세상에서 더없이 자상하시고 따듯하시고 이지와

지성에 빛나셨던 나의 아버지 파파 후레드가 읽으셨던 펭귄 출판사의 철학서적들 그중에 한 두 권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은퇴 후 다시 비록 늙어 시력이 약해져 안경을 쓰고 살망정 읽어보고 싶다.

여생에 빈센트 밴 고흐의 영문 서간문 3권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영문 산문집과 성경을

독파하고 싶다. 그리고 보너스로 내가 가장 아끼는 한국의 사상가라면 사상가이자 승려 법정

스님의 모든 저서를 다시 독파하고 싶다.

파파 후레드가 살아생전에 이 아들에게 온전한 사랑과 정신을 담아 보내주신 편지와 모든 카드는

내가 생을 마감하는 날 정리해달라고 할 것이다. 천국이 진정 존재 한다면 그곳에서 다시 내 인생의

롤 마들이요 우상인 파파 후레드 함께 다시 영원을 살아가고 싶다. 캐나다 서부 롹키마운틴으로

부자가 함께 여행하던 어느 부활절 날 캐나다 지방방송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파가 내게 물으셨었다.

"예야, 너 이곡이 무엇인지 아니 하셨었다.

네, 아빠 베토벤 교향곡 9번이잖아요.

그럴 때 이미 파파의 토요타 자동차는 이미 캐나다 서부 롹키마운틴 명승지 밴프로 가는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그전에 파파는 현대 초기 시대의 포니를 이미 사용하신 경험이 있으셨었다. 아들이

한국인이었기에 한국산이라면 유달리 깊은 관심을 갖고 계셨었다.

 

Bach - Jauchzet, frohlocket! from Christmas Oratorio BWV 248 - Sato |Netherlands Bach Society

0:07 Jauchzet, frohlocket (Chor)

7:38 Es begab sich aber zu der Zeit (Rezitativ)

8:58 Nun wird mein liebster Bräutigam (Rezitativ)

9:51 Bereite dich, Zion (Arie)

14:51 Wie soll ich dich empfangen (Choral)

16:00 Und sie gebar ihren ersten Sohn (Rezitativ)

16:23 Er ist auf Erden kommen arm (Rezitativ)

19:35 Großer Herr, o starker König (Arie)

24:20 Ach mein herzliebes Jesulein (Choral)

어려서 교회 합창단에서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불러 미 전국 기독교 방송에 송출되었던

기억들이 새롭게 추억으로 다가온다. 그 시절의 분들 이미 팔순 구순을 넘기셨거나 작고 하셨거나

내 나이를 넘어서셨으리라 생각한다. 늙어 지금은 하이 C가 올라가지 않는 음치가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고 린이 크리스마스 사슴 모자를 두 개 사갖고 와서

하나는 제가 쓰고 하나는 나를 주며 쓰라고 해서 직장에서 온종일 쓰고 근무한 어저께 하루다.

생각하니 아들딸 같은 세대들이 그나마 파파 아무개라고 부르면서 인사도 주고받고 오고 가면서

정을 나누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웬일 백인 하고도 독일계

3세 브렛이 자비로 도미노 피자와 각종 음식을 주문해 부서 동료들에게 크리스마스라고 한턱을

쏘았다. 백인의 습성을 꿰뚫어 보는 나로서는 그저 놀라웠고 경이로웠을 뿐이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모두들 음식들을 자신들이 준비할 수 있는 것을 해갖고 와서 같이 먹고

즐기는 팟럭 파티를 하는 날이다. 그리고 근무하고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맞이하고 내일은

크리스마스 저녁을 함께 가족과 친지들과 하는 전통적인 날이다.

햄과 터키가 오르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전통적인 미국의 명절을 함께 하던 분들은 한 분 두 분

세분 네 분 다들 떠나셨다. 그리고 내 세대와 바로 위에 40년대 세대들이 어른이 되어 이끌어 가고

있는 세월이 되었다.

어저께는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한국에 있는 어린 시절 절친에게 보내니 다음날 멀리 태국

치앙마이라는 곳으로 부터 소식이 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친구 부부는 늙어가며 추운

겨울을 견디기 힘들어 매년 겨울이면 동남아 태국 북부 지방 도시로 겨울을 나러 간다.

그리고 겨울이 끝나갈 때쯤 한국으로 돌아온다. 올해도 부부가 같이 겨울을 나러 작년에

겨울을 보내고 온 치앙마이란 곳으로 가서 소식을 전해왔다.

아직도 부부가 건강해 자식들 위해 평생을 바치고 이제 그 자식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기

자식들을 기르며 살아가는 길목에서 이제서야 자신들을 위해 살아가는 친구 부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친구는 어려서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하였다. 내가

인생의 질곡에 빠졌을 때 내게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어 주었던 단짝이었던 친구다.

그런 친구의 큰딸이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학부를 맞추고 외국회사에 근무하던 때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전공을 하겠다고 캐나다 밴쿠버로 떠나 다시 전문과정을 맞추고 캐나다에서

근무하기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하였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와 자기 전문분야 직장을

못 얻어 힘들어할 때 다행히 길이 있어 친구를 생각하고 친구 딸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 후 친구의 딸은 자기 전공분야에서 직장 생활 잘하고 지금은 딸 둘을 낳고 그야말로 어메리컨

드림을 이루고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 친구의 딸에게 오늘은 크리스마스 안부를 전하고 싶다.

내가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면 이 친구의 존재다.

[스페인 일상] 방치된 집 구석구석 하나씩 고쳐나가기, 창문 달고 정리하기 [스페인 산들 무지개]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채널이다. 강원도 태생의 자유로운 영혼 산들 무지개 그녀와 인도에서

서로 만나 평생을 함께 하는 스페인 산똘 님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들꽃 구절초 같아 내가 참

좋아 하는 채널이다.

형제들이 다들 크리스마스에 누굴 만나러 가기에 시부모님 두 분만이 홀로 계실 것 같아 외로우실 것

같아 큰아들인 이 가족이 간다는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웠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날

점심만은 모든 자녀들이 함께 하였다고 하는 이야기에서 안도를 하게 되었다. 영국 EPL 에서 맹활약

중인 대한민국의 아들 월드클래스 축구 선수 쏘니가 정말 세월이 지나니 놀랍도록 영어가 유창해 흐뭇하다.

이제 곧 새해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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