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아듀 2023

붓꽃 에스프리 2024. 1. 12. 05:38

 

 
 
 
 
 어저께 올해의 마지막 근무를 맞추고 퇴근길에 안전 관리실에 들려 지난 10월부터 말썽을
 
피웠던 개인 신상이 담긴 컴퓨터 칩이 담겨 있는 카드를 찾으러 갔다. 이 카드 없이는 직장에서
 
컴퓨터를 열수도 없고 로그인을 할 수도 없다. 단지 카드 사용 예외를 신청해야 카드 없이
 
직장 내 컴퓨터에 로그인이 가능하다.

그 고생을 1개월 반을 하고 어저께서야 인덱스 휭거 즉 두 번째 손가락의 지문을 두 번이나

찍고 카드를 이수 받았다. 그런데 유효기간이 2028년 12월 까지다. 그것을 보면서 순간 씁쓸했다.

나는 그때까지 근무를 해도 되지만 아니 건강이 허락하면 평생 근무를 해도 되는 직장이지만

새 해면 은퇴할 예정인데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사무실을 나오니 허허벌판 같은 주자장에서 도망도 안 가고 다람쥐 한 마리가 놀고 있었다.
 
한참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꼬리를 흔들고 한참을 난리도 아니었다.
 
녀석이 자동차 밑으로 사라진 후 비로소 나는 13일간의 긴 휴가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마음조차
 
푸근하고 여유를 느끼며 고속도로를 질주해 귀갓길에 올랐다.

그리고 온종일 자고 자고를 하고 있는 데 근무자가 부족한지 가외 근무를 해줄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와서 휴가 첫날에 사양하고 말았다. 하루 가외 근무하면 한몫을 잡겠지만 이제는 나이가

있어 내 몸이 먼저지 돈도 다 싫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결근들을 하기에

늘 근무자가 부족하다.

오늘은 아침나절 이 한 해가 가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자 하는 심정으로 유일한 한국인 친구

사무실을 찾아갔다. 가서 문을 닫을 때 같이 나와 각자 귀갓길에 올랐다. 돌아와서는 피곤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6시 5분을 나는 지금 저녁 시간으로 순간 착각을 하다 비로소

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임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은 새해가 되기 바로 직전 56분 전이다.

겨울 추위가 힘겨워 부부가 더운 나라 태국에서 겨울을 나고 2월 말에 한국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멀리 태국에서 어릴 적 친구로부터 새해 인사 메시지가 왔다. 자식

다 출가 시키고 이제는 두 노부부 자신들의 삶을 살 때라고 생각한다. 자식들 다

제 앞가림 잘하고 있으니 되었다 싶은 친구 부부다. 두 딸은 여기 미국서 살고

하나뿐인 아들은 부산서 살고 있고 친구 부부는 서울서 평생을 살고 있다.

Auld Lang Syne - Last Night Of The Proms 2023 - Live At The Royal Albert Hall. London. U.K.

문득 오래전 젊어서 잠시 학창 시절을 보냈던 런던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로열 앨버트 홀이다.

 

이 한 해도 참 열심히 살아온 한 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친구도 오래전 같이 근무하던

동료도 아빠 헨리의 큰따님이신 누님도 암으로 작고하신 그런 해다. 그럼에도 이 한 해를

건강하게 맞추게 되어 가장 감사할 일이다. 건강을 잃으면 세상에 부귀영화도 명예도 다

부질없는 일임은 논할 여지도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병상에서 고통을 받고 있나

그리고 처절하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 또한 얼마나 많은지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

https://youtu.be/rOjHhS5MtvA?si=jJ0OoSjvYnWjFrWS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리카르도 무티의 연주로 불후의 베토벤이 귀먹어서 작곡한 교향곡 9번

전곡을 듣지 않을 수가 없다. 곧 한국은 2023년을 마감하고 2024년을 맞이하게 되고 우리는

이제 그 마지막 날 새벽을 열고 있다. 내일은 신년 맞이를 위해 가족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2024년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그런 해란 생각으로

다가온다. 현역에서 물러나는 은퇴를 하는 해란 사실이 그렇다. 은퇴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일 수도

있다면 그 공허한 마음을 어떻게 감당해 내야 할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로 생각한다.

은퇴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현역에서 물러나고 한국을 방문해 장기 체류를 할 예정이다. 내가 모르는 한국을

발견하고 싶고 가슴에 가득하게 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영사관에서 장기 체류 비자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요즘은 왜 멍함을 느낄 때가 많은지 싶다. 주변에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이 더욱 그렇게 만드는 느낌이다. 온종일 영어만 하고 살아야 하고 살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아는 한국어도 입에서 얼른 나오지를 않아 결국은 영어를 하게 되고 만다.

모국어가 얼마나 가슴 시린 언어인가 때론 그 그리움이 얼마나 뜨거운 눈물이며 영혼을 뒤흔드는 것인가.

우리가 우리 국토를 지키고 모국어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유대인들 처럼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얼마나

위대한 민족인가 싶다.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너를 이역에서도 가슴 깊이 사랑한다.

아듀 2023년이여 영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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